향후 전자책 시장은 Epub3.0이 관건
동영상부터 음악까지 탑재된 책 개념

이달 9일 이도훈 대표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수 기자
이달 9일 이도훈 대표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수 기자

# 경기도 내 한 중학교 교실 안.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그중 A 학생은 종이로 된 교과서를 보던 중 글씨가 잘 안 보인다며 손가락으로 글씨를 확대하려 한다. 집 또는 학원에서 태블릿으로 공부하던 습관이 나온 것이다. 주위 친구들은 A를 보며 공감 간다는 듯 웃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주 연령이 30대 이하인 가구의 월평균 종이 서적 지출 비용은 9033원으로 1년 전보다 34.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의 월 서적 지출 비용이 1만원을 밑돈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종이책 대신 전자책을 선호하는 2030세대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자책 선호 현상은 다른 연령대로도 확산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책을 사는데 월 1만원 이상을 쓴 가구는 40대 가구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40대를 제외한 다른 연령대 역시 도서 지출액이 1만원을 밑돌았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전자책 시장 규모는 4619억원으로 5년 사이 3.7배나 성장했다.

전자책 파일 형식에는 Epub과 PDF가 있다. Epub은 크게 Epub2.0과 Epub3.0으로 나뉜다. 그중 제일 최신 기술인 Epub3.0은 멀티미디어가 적용된 전자책이다. 텍스트 위주였던 기존 eBook 방식에 동영상, 음악, 모션 등 멀티미디어 기능이 더해진 진화된 eBook을 뜻한다.

이달 9일 여성경제신문은 내년부터 초등학교 교육용 Epub3.0 출판을 계획 중인 도서출판 도훈의 이도훈 대표와 유수진 편집장을 만났다. 두 사람은 향후 교육 시장에서 Epub3.0 전자책이 크게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EPub 로고 /Epub
EPub 로고 /Epub

이 대표는 도서출판 '도훈'과 문학매거진 'SIMA'의 발행인 겸 시집 <맑은 날을 매다>와 <봄날은 십분 늦은 무늬를 갖고 있다>의 작가다. 그는 지난 2020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기도 했다. 유 편집장은 역사만화 <4·3표류기>의 작가로 제10회 '4·3평화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됐다. 그는 '경북일보문학대전'에 소설로 입상하고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기도 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 유 편집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전자책 파일 형식 Epub2.0과 Epub3.0 그리고 PDF의 각각 특징과 차이는 무엇인가.

이도훈 대표 "우선 PDF는 '이미지'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텍스트 검색이 안 된다. 반면 Epub은 텍스트 검색이 가능하다. Epub2.0은 텍스트 위주였던 기존 eBook 방식으로, 작은 용량으로 다운받아 사용하는 개념이다. 그림이나 노래, 색은 넣을 수 없는 형태다. 그에 반해 Epub3.0은 기존 Epub2.0에 멀티미디어 기능이 추가된 eBook이다. 텍스트 외 요소들이 추가되므로 용량이 크다. 여기서 2.0과 3.0의 가장 큰 차이가 드러난다. 바로 Epub2.0은 '저장'의 개념인 반면 Epub3.0은 용량이 커 '스트리밍'의 개념이라는 점이다."

―현재 Epub3.0이 활용되고 있는 사례가 있는지.

이도훈 대표 "Epub2.0은 직접 코딩해 공급할 수 있지만 Epub3.0은 직접 코딩하기엔 복잡해 특정 '툴'을 돈 내고 사야만 한다. 이에 현재 국내 사례는 많지 않지만 곧 교육 목적으로 Epub3.0과 인공지능(AI)이 결합해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Epub3.0이 중요한 분야는 교육 시장이다. 교과서를 대체할 전자책이 될 수 있다. AI가 탑재된 Epub3.0 전자책은 양방향 학습 시스템이 가능하므로 파급 효과가 클 것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수업은 주로 단원 학습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 단원씩 끊어가며 Epub3.0 전자책을 통해 O/X퀴즈를 시행하고 '기가지니'와 같은 인공지능에 직접 질문하며 이해를 더욱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다."

―국내 Epub3.0의 활용도가 낮은 것은 기술을 뒷받침할 전자책 뷰어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탓이라는 게 업계 의견이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도훈 대표 "동의한다. 서점마다 뷰어 형태가 다르다. 뷰어가 전반적으로 통일돼 있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아직 수요가 없다는 것이다. Epub3.0에 대한 수요가 있어야 시장 내 선두 주자가 나타나고 뷰어에 대한 표준도 나올 것이다. 현재 Epub3.0 전자책은 사업자별로 플랫폼이 달라 공급하는 입장에서도 소비하는 입장에서도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모바일 환경에서 전자책을 읽을 때도 각기 다른 앱을 깔아야 하고 앱마다 제공되는 기능도 제각각이다. 전자책의 본래 속성은 편리함인데 전자책에 대한 현실적인 경험은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유수진 편집장 "현재 태블릿으로 동화 보고 자라는 아이들이 후에 성장해서 책을 직접 소비하는 시기가 도래하면 Epub3.0 같은 기술이 필수일 것이다. 그땐 돈을 지불할 소비자가 있으니 시장은 서둘러 표준적인 포맷과 규격화된 뷰어를 만들고 나서서 공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달 9일 이도훈 대표와 유수진 편집장(오른쪽)이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수 기자
이달 9일 이도훈 대표와 유수진 편집장(오른쪽)이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수 기자

―Epub3.0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볼 수 있는 전자책을 만들어 접근성을 보장하는 추세라고 한다. Epub3.0이 장애인 접근성 전자책 제작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효과가 있다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이도훈 대표 "출판진흥원에서 전자책 제작 지원비로 PDF는 30만원, Epub2.0는 40만원을 지원해 준다. 장애인 접근성 요소가 들어간 Epub3.0은 제작 난이도에 따라 10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을 차등 지원한다. 심지어 Epub3.0을 제작하는 선정사를 대상으로는 장애인 접근성 전자책 제작 교육 및 컨설팅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다만 장애인 사이에서도 수요가 많지 않다. Epub3.0 전자책이 아니더라도 현재 오디오북 관련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자원봉사가 무료로 많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굳이 비싼 비용을 내고 사지 않는 것이다.

정부나 전자책 시장에서는 전자책을 제작하도록 무료로 교육하는 등 장애인 접근성 전자책 제작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만 일선 도서관에서는 소비자 수요가 없고 장애 종류에 따라 제작 가이드도 달라지기 때문에 선뜻 제작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전자책 시장 규모 확대를 위해 어떤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도훈 대표 "전자책 시장 발전을 위해선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다. 어떤 장소에 가더라도 전자책을 볼 수 있도록 데이터 보급이 필수고 그것은 국가사업이다. 교육 시장을 예로 들면, 교과서 대신 태블릿·전자책을 사용하게 된다면 그만큼 데이터의 역할이 커진다. 데이터가 없거나 느린 환경에 처한 학생이라면 다른 친구들에 비해 학습적인 면에서 손해 보는 거다. 결국 Epub3.0이 교육용으로 활성화되기 위해 전제되는 것은 '데이터'다.

정보 사회로 갈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질 것이다. 따라서 데이터의 최소 용량은 국가에서 보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응급용, 교육용, 장애인용으로 한정된 데이터 기본 용량의 보급이 선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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