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 공모전 다이아몬드상 사연
할머니·엄마 대대로 물려받은 반지
문경 계곡에서 잃어버릴 뻔한 기억
초면인 남학생이 다이빙해 찾아줘
반지 찾아준 계기로 연인 관계 발전

여성경제신문은 신년 기획으로 주얼리 공모전을 기획했습니다. 시즌1, 시즌2에 이어 시즌3인 ‘그 여름날 우리’를 진행했습니다. ‘그 여름날 우리’에서는 여름의 추억과 함께한 주얼리 사연을 받았습니다. 주얼리 공모전은 찬란했던 우리 인생의 한순간과 함께한 주얼리를 꺼내 추억을 소환하면서 어려운 시대 용기와 희망을 되살리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습니다. 아래는 공모전에 출품한 김경진 님의 사연입니다.

김경진 님의 다이아몬드 반지 /김경진
김경진 님의 다이아몬드 반지 /김경진

스무 살, 대학 입학을 앞둔 나에게 엄마는 반지 하나를 선물해 주셨다. 그 반지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물려받았던 반지를 세팅해 엄마가 끼고 다녔던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스무 살짜리 대학생에게 다이아몬드는 다소 과분했지만, 할머니와 엄마, 나를 연결해 주는 의미 있는 반지였기에 늘 보물처럼 끼고 다녔다.

대학교 1학년 첫 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을 맞은 나는 한 달여의 아르바이트를 끝낸 후 친구들과 경북 문경에 있는 한 계곡으로 놀러 갔다. 싱그러운 초록빛 나무들로 둘러싸인 계곡은 마치 신선들의 놀이터처럼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나와 친구들은 계곡물에 들어가 신나게 물놀이를 했다. 한참을 놀다가 물 밖으로 나왔을 때 무언가 허전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손에 끼워져 있던 반지가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물놀이할 때 빠진 것 같아 물속에 고개를 들이밀고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어디로 간 건지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그때였다.

근처에서 물놀이하고 있던 남학생 무리 중 한 명이 다가와 내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다. 물속에서 반지를 잃어버렸다고 하니, 대뜸 자신만 믿으라면서 반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물었다. 주변에 루비가 박힌 다이아몬드 반지라고 얘기를 하자, 남학생은 자신이 찾아주겠다면서 큰소리를 쳤다.

생판 초면에 반지 찾는 일을 맡기는 것이 미안해서 말려보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물속으로 입수했다. 한참 동안 물속을 헤맸지만 좀처럼 반지를 찾지는 못했다. 그 후로도 그는 몇 번씩이나 그 과정을 반복했지만, 반지는 찾을 수 없었다.

물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입수하려던 그를 향해 “아무래도 물속에 너무 오래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몸에 무리가 올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 인제 그만 올라오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번만 더 찾아보겠다고 했다.

김경진 님의 다이아몬드 반지 확대한 모습 /우신보석감정원
김경진 님의 다이아몬드 반지 확대한 모습 /우신보석감정원

아무래도 반지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마음은 아프지만 그만 포기하려고 하던 참이었다. 그가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민 순간, 그의 손에서 내 반지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는 마치 성화 봉송이라도 하는 것처럼 내 반지를 하늘 높이 치켜들어서 보여주었다.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계곡물 속으로 뛰어 들어가 그의 손을 잡고 같이 첨벙거렸다. 반지를 찾은 기쁨도 잠시, 이제는 그 남학생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다. 몇 시간씩 물속에서 반지를 찾은 까닭에 그는 많이 지쳐있었고, 무엇보다 몸이 상당히 불어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이었지만···.

물속에 너무 오래 있었던 탓인지 그의 입술은 파랗게 질리고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혹시 저녁에 필요할지 몰라 가져왔던 담요를 덮어주었더니 다행히 입술 색도 원래대로 돌아오고 떨리던 몸도 진정이 되었다.

내가 어떻게 감사의 표시를 하면 좋을지 몰라 고민하던 그때, 그 남학생은 내게 ○○대학에 다니는 스무 살 ○○○이라면서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었다. 여름날 계곡에서의 일이 인연이 되어 자연스럽게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는 계곡에서 물놀이하는 나에게 눈길이 갔었고 반지를 찾아주면 인연을 맺을 수 있을 것 같아 죽기 살기로 물속을 뒤졌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반지가 만들어 준 인연으로 빛나는 청춘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났다. 아직도 이 반지만 보면 그때가 생각나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할머니의 반지는 엄마를 거쳐 나에게로 왔고, 그렇게 잊을 수 없는 젊은 시절의 소중한 여름 추억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사연 속 김경진 님의 반지는 우신보석감정원에서 감정을 진행했습니다. 감정 결과 천연 다이아몬드로, 추정 중량은 0.23ct(2부)입니다. 메인 다이아몬드는 투명도 SI급입니다. 사이드 스톤은 멜리사이즈 적색 큐빅 6개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김경진 님은 “그리운 엄마와의 소중한 추억, 스무 살 첫사랑의 풋풋한 기억이 담긴 반지를 감정받는 순간 설레기도 하고 가슴 뭉클하고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엄마가 물려 주신 이 반지에 또 하나의 추억이 새겨진 것 같아 뿌듯합니다. 제게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소감을 남기셨습니다.

※여성경제신문이 올 한 해 연재해 온 '주얼리 공모전'의 대미를 장식할 '주얼리 페스타가 열립니다. 선착순 독자 100분을 모십니다. 아래 포스터를 클릭하시면 사전 등록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사전 등록 하신 선착순 100분에게만 경품 추첨의 기회를 드리니 서둘러 신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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