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행을 좋아하는 30대 직장인입니다. 때는 2018년 여름, 이집트 배낭여행을 하던 중 나일강 크루즈 안의 작은 기념품 가게에서 반지를 구매했습니다. 나일강 크루즈를 타며 여행하는 로망이 있었기에 가난한 배낭 여행객이었던 저는 있는 돈 없는 돈을 열심히 끌어 모아 크루즈 투어를 신청했습니다.

크루즈에서 2박 3일 동안 숙박을 하며 지내기 때문에 배 안에서 친구들을 쉽게 사귈 수 있었죠. '미투'라는 이집트 친구가 먼저 말을 걸어 대화를 나누다 친해졌습니다. 알고 보니 그는 크루즈 안에서 작은 기념품 가게를 운영한다고 하여 바로 구경을 갔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 친구가 제게 일부러 먼저 접근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합니다.

그곳에서 이집트 상형문자로 된 반지를 보는 순간 마음을 뺏기고 말았어요. 구불구불한 물결 모양과 엎드린 사자, 지팡이 같은 모양의 그림 등으로 이루어진 이집트 상형문자로 된 반지라니! 그것만으로도 매력적이죠. 제가 꼭 사야겠다고 다짐했던 이유는 이 귀여운 상형문자로 제 이름을 새겨 준다고 저를 꼬시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세상에 하나뿐인 반지'가 될 거라는 기대감으로 가격을 물어봤는데 너무 절망적이었어요. 14k 도금 기준으로 200달러나 하더라고요. 생각했던 금액보다 너무 비싸서 당황을 했지만 사고 싶은 마음에 지갑을 열어보니, 크루즈 투어를 신청하고 남은 돈이라곤 미국 달러 75달러에 이집트 지폐 몇 장이 다였어요.

우선 반지를 살 수 있는 충분한 돈이 없기에 그날은 그냥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근데 반지가 너무 갖고 싶었는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요금을 깎을 수 있을까 곰곰이 고민하던 중, 문득 같은 크루즈에 있던 한국 패키지 팀의 존재가 떠올라 잔머리를 굴리게 됩니다.

다음날 바로 이집트 친구에게 달려가 거짓말을 '살짝' 보태어 설득하는데요.

"나의 유일한 이집트 친구 미투야, 사실 내가 저기 보이는 한국 단체팀의 가이드인데, 네가 반지를 원가에 판매한다면, 저 손님들을 너희 매장에 다 데려와 줄게!"

처음엔 의심하는 듯 싶었으나 오가는 한국인들과 인사를 하는 내 모습을 몇 번 보았기에 미투는 결국 저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가지고 있는 금액 선에서 반지를 주문하기 위해 은반지로 제작하였고, 상형문자 부분만 14k로 도금하는 조건으로 구매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머나먼 나라 이집트에서 국제사기를 치게 된 것이 마음에 걸렸던 저는 다음날부터 적극적으로 한국 단체팀 주변을 맴돌며 상형문자 반지를 홍보하는 데 힘썼습니다.

결과적으로 일명 '쇼핑 대박'이 나게 되었습니다. 한국 단체팀 구매 대란이 일어난 거죠. 크루즈 마지막 날, 떠나는 저의 뒤통수를 향해 미투는 땡큐를 연신 외쳤습니다. 이런 평범하지 않은 사연을 갖은 반지이기에, 제가 가장 애정 하는 반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여름에만 반지를 착용하면, 반지를 낀 손가락이 조금씩 검푸릇한 빛을 띱니다. 혹시 미투도 제게 작은 거짓말을 보태 은이 아닌데 은이라고 사기 친 건 아닐까 웃긴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바쁘시지 않다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저의 이집트산 은반지도 감정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사연 속 나소영 님의 반지는 미래보석감정원에서 감별을 진행했습니다. 감별 결과 반지의 주성분은 은(Silver)으로 확인됐습니다. 반지의 안쪽에 품위 확인을 위한 925가 각인되어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순은은 무르기 때문에 귀금속 제품을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다른 금속성분을 합금하여 경도를 높여서 주얼리 제품을 만들게 됩니다. 은 제품은 제품의 용도 또는 함량에 따라 각기 다른 제품들이 만들어지는데 일반적으로 귀금속에 쓰이는 은의 함량은 92.5%입니다. 이를 일컬어 스털링 실버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으로 귀금속 업계에서는 귀금속의 순도는 품위라는 말로 사용하며, 백분율(%) 또는 천분율(‰)로 표현합니다. 많이 사용되는 귀금속의 종류와 품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귀금속 KS 표준시행 감독 규정집 발췌>

나소영 님은 “정말 떨리는 마음으로 반지를 맡겼어요. ‘은이 아니면 어쩌지. 미투를 잡으러 이집트까지 가야 하나’ 생각하며 감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했죠. 역시 저의 친구 미투는 저를 속이지 않았더라고요. 은반지를 가지고 보석 감정까지 받게 되어 민망하면서도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제 이집트 반지와 또 한 번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소감을 남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