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4개월 연속 흑자, 수출 플러스 전환기로
수출 12개월 마이너스지만 감소율 점점 줄어

지난달 무역수지도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6월 이후 넉 달 연속 흑자다. 12개월째 뒷걸음질하는 수출(벌이)보다 수입(지출)이 더 많이 줄어 달성한 흑자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 위축과 미·중 갈등 속에서도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이 올해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중국 수출이 지지부진한 사이 미국 수출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정부는 수출이 플러스 전환 기로에 있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 연휴 첫날(28일) 인천국제공항 화물 터미널의 근로자를 찾아 격려하는 모습은 정부의 첫 번째 과업이 수출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무역수지는 37억달러 흑자를 기록, 지난 6월부터 4개월째 흑자 흐름을 이어갔다.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15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고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깊었다.

9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 줄었다. 546억6000만달러만큼 수출했다. 산업부는 수출 감소 원인에 대해 반도체 가격 하락과 기저효과에서 찾았다. 수출 단가가 낮아지면서 벌이가 하락한 동시에 작년 9월 수출이 역대 9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월간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9월까지 12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그럼에도 지난 6월부터 무역수지 흑자인 이유는 수입 감소 폭이 더 줄었기 때문이다. 즉 벌이(수출)가 적었지만, 그보다 지출(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적자를 면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액이 감소한 이유는 유가 하락에 기인한다. 9월 수입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16.5% 감소한 509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뒷걸음질 폭 작아져
반도체 개선 자동차 든든
그러나 정부는 수출 감소율이 두 달 연속 한 자릿수를 기록한 데 유의미한 성과로 풀이한다. 9월 수출 감소율은 4.4%였고 작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감소율이다. 현재로선 수출 개선 움직임으론 분명하다.
더구나 반도체 수출도 같은 기간 최고실적을 달성했다. 9월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10월(92억달러) 이후 최고 실적인 99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 저점을 찍은 이후 회복세를 보인다.
반도체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13.6% 감소했다. 이는 올해 최저 수준의 감소율이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 1분기 월평균 68억6000만달러에서 2분기 75억5000만달러, 3분기 86억달러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자동차 수출은 한국 무역을 뒷받침하고 있다.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고 9월 기준 역대 1위를 기록했다. 1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 전체 자동차 수출의 22%를 차지하는 전기차 수출은 전년 대비 46.5% 증가했다.
자동차 외에도 일반기계(10%), 선박(15%), 철강(7%), 디스플레이(4%), 가전(8%) 등 6개 품목 수출도 증가했다. 반면 석유제품(-7%), 석유화학(-6%)의 수출은 감소했다. 다만 전달 두 자릿수 감소율에 비해선 개선됐다. 이는 유가 상승에 따른 단가 상승에 기인하며 이들 제품의 수출액은 올해 최고액인 49억달러로 집계됐다.
대미 수출, 대중 규모 뛰어넘기 직전
EU 아세안 수출 개선 움직임 뚜렷해
“한국 수출 어려운 대외여건 속 선전”
정부는 한국 수출이 오랜 뒷걸음질을 멈추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움닫기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우리 수출이 세계적 고금리 기조, 중국의 경기둔화, 공급망 재편 등 여전히 녹록지 않은 대외여건 속에서도 개선 흐름을 이어 나가고 있다"며 "4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출 감소율과 반도체 수출 최대실적, 올해 최고 수준의 대중국 수출 등 우리 수출이 '플러스 전환'의 변곡점에 위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주장은 최대 교역국인 대중(對中) 수출이 개선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데 근거를 둔다. 대중 수출은 올해 최고 실적인 110억달러로 집계됐다. 1억달러 적자상황이긴 하지만 작년 10월 12억6000만달러 적자 기록 이후 가장 양호한 성적이다.
아직까지 대중 무역 적자는 한국의 수출 뒷걸음질의 결정적인 원인이다. 실제 중국 무역과 전체 무역 실적은 상호 호환적인 특성을 보이며 작년 10월 이후 똑같이 부정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대중 무역수지도 수출과 마찬가지로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3월 이후 6개월 연속 개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미국 수출액이 대중 수출 규모를 뛰어넘기 직전에 있다. 9월 대미국 수출액은 100억3900만달러로 110억달러의 대중 수출 규모를 바짝 쫓았다. 대미 무역수지는 49억2천만달러 흑자였다. (대중 무역수지 1억달러 적자)
대미국(9%)·유럽연합(7%) 수출은 2개월 연속 증가세다. 대아세안 수출은 올해 들어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지만 한 자릿수(-8%)로 개선됐다. 일반기계, 석유화학, 철강 등 수출 증가가 주효했다. 아세안 수출의 52%를 차지하는 베트남도 2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3%)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