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상승률 3.4%
농산물 가격·유가 상승 더해져
미국도 마찬가지 유로 영국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다시 3%대를 넘어섰다. 기저효과가 사라진 동시에 농산물과 석유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다. 지난해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물가가 하락했는데 이 효과가 8월 들어 사라진 것이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그리고 시차는 있지만 영국, 유로 지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2020년=100)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상승했다. 전달(2.3%)에 비해 한 달 만에 1.1%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지난 4월(3.7%)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이 같은 물가상승률 변화는 최근 두 달 동안 물가를 낮춘 기저효과가 사라진 데 기인한다.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고용부 물가동향팀은 블로그를 통해 “지난해 상반기 중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올해 상반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둔화하는 데 기여한 반면, 작년 8월 중 급락에 따른 기저효과는 지난달 물가상승률을 상당 폭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 “물가상승률 반등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등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으며, 유로 지역, 영국 등에서도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6월 정점을 기록하였던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9.1%)은 올해 6월 3.0%까지 낮아졌다가 7월에 3.2%로 반등한 데 이어 8월 오름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유로 지역과 영국은 러·우 전쟁의 영향으로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정점 시점이 여타 주요국에 비해 늦었던 만큼 올해 연말 경 기저효과에 따른 물가상승률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저효과뿐 아니라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 상승도 이번 물가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석유류 가격은 기저효과와 반대로 크게 작용했으며 최근에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전월 대비 상당 폭 올랐다. 농산물가격도 집중호우·폭염·태풍 등의 영향으로 빠르게 오르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보다 1.1%포인트 높아졌다.
9월 물가는 8월 수준과 비슷하거나 이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이에 대해서도 한국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기저효과가 아직 남아있는 데다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이 상승세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산물 가격의 경우 추석 수요 등으로 상방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10월 이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낮아져 연말까지 3% 내외 수준으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 근원물가 오름세가 서비스 물가 중심으로 둔화 흐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기·도시가스 요금 상승률도 작년 10월 큰 폭 인상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하면서 상당 폭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한국은행 물가동향팀은 “향후 유가 및 국제 식량 가격 추이, 기상 여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하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 그간 누적된 비용상승압력의 파급영향, 공공요금 및 유류세 조정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물가 움직임이 평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지난 2년에 비해 물가 상승압력이 완화되면서 기조적으로는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과정에서 물가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커질 수 있겠지만 한두 달의 움직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추세적인 물가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