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취업 채팅방 거의 전멸”
여성경제신문이 연재하는 [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고려대에 개설된 '고려대 미디어 아카데미(KUMA)' 7기 수강생들이 작성한 기사입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쿠마를 지도하는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수강생들의 동의 하에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한중 관계가 얼어붙었다. 미·중 패권 다툼 속에 윤석열 정부는 미국에 가까이 다가섰다. 중국은 한국의 외교 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한·중 양국이 수위 높은 발언을 주고받는다. 이에 2만여 재중국 한국인 유학생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유학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도 현 상황이 걱정스럽다. 자녀에게 전화 한 통을 더 걸어본다. “한국이랑 중국이 난리인데, 사는데 괜찮니?”
“한국이랑 중국이 난리인데 괜찮니?”
취재 결과 재중 유학생 다수는 최근 한중 관계 악화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북경 제2외대에서 1년째 유학 중인 윤모 씨(22)는 “오히려 중국인들이 한국을 좋아한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내가 한국인이라 하면 친절하게 대해준다”고 했다.
중국 광저우에서 3년 넘게 생활하고 있는 유학생 방모 씨(여·25·화남이공대)도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밝혀도 불합리한 대우를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한국 아이돌의 중국 방송 출연과 콘서트 개최를 금지한 중국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인의 한국 콘텐츠 사랑은 “엄청나다”고 유학생들은 입을 모은다.
윤 씨는 “학교 축제 때면 중국인 친구든 다른 나라에서 온 유학생이든 무조건 K-POP 노래를 부르고 K-POP 춤을 춘다”고 했다. 북경 제2외대에 다니는 유학생 이모 씨(26)는 “내가 자주 가는 양꼬치 집의 50대 사장님도 한국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더 글로리’를 시청할 정도”라고 했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중국인의 특성 때문에 한중의 정치적 갈등이 유학생의 생활에까지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는 의견도 많았다. 방씨는 “일반 중국 시민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 어차피 정치는 정치인들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한중 관계가 나빠진다고 해서 중국이 위험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고 했다.
베이징에 있는 임모 씨(여·23·북경 제2외대)도 “중국인 친구들과 대화해 보면 중국의 20대는 대만 문제에도 안 민감한 것 같다. 자기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한국말 하기 눈치 보여
유학생들 스스로 위축될 때가 있기는 하다. 북경 제2외대 학생 이씨는 “관계가 정말 좋지 않을 때 가끔 거리에서 한국말을 하기 꺼려질 때도 있었다”고 했다.
“코로나19 변이가 생겨 한국에 입국하는 중국인만 따로 검사를 받아야 했던 때였어요. 틱톡에서도 난리였어요. 중국인만 차별해서 검사한다고. 이때 중국인 친구가 저한테 길거리에서 한국말 하면 사람들한테 맞을 수도 있다고 농담을 하곤 했어요.”
이씨가 말한 때는 올해 초 한국과 중국이 ‘비자 갈등’을 겪던 때다. 한국이 중국인의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하자, 중국은 그 보복으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서만 PCR 검사와 격리를 의무화했다.

임씨는 6월 중국인 친구와 베이징 거리를 걷고 있었다. 중국인 친구는 당시 한글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친구는 임씨에게 “이 옷 입고 있으니 중국인한테 맞아 죽을까 봐 무섭다. 요즘 한국이랑 사이 안 좋잖아”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임씨는 “당시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일로 한중 사이가 많이 안 좋다며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던 때”라고 했다.
“재중 한국 기업 인턴 채용 줄어”
취업을 준비하는 유학생들은 최근 한중 관계의 악화로 취업 상황이 어려워진 것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올 6월 베이징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고 있는 최모 씨(여·29)는 “중국 현지에 있는 한국 기업들의 인턴 채용이 많이 줄었다. 한중 교류 행사나 기업 박람회도 감소했다”고 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중국 하이난항공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최씨는 “특히 중국 기업의 한국인 직원 채용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증언이 잇따랐다. 3월 중국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 ‘중정공’에 “중국 내 취업이나 인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카카오톡 채팅방을 소개해 달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채팅방이) 거의 전멸상태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채팅방에 올라오는 정보가 거의 없어 채팅방이 활용되지 못하고 ‘죽었다’는 뜻이다.
비슷한 인터넷 카페 ‘중공사’에도 “중국어 관련 아르바이트라도 하려고 알아보고 있는데 (일자리가) 많이 안 보인다”, “차라리 중국 갈 돈으로 영어권 국가에 유학을 갈 걸 그랬다”는 글이 달렸다.
중국 상하이에서 7년째 거주 중인 백모 씨(여·25·상해복단대)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이 해제되면서 한중의 항공편 증설 등 양국 관계가 호전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최근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중국 내 사업을 철수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의 편향적 외교가 중국 내 한인 유학생들의 취업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