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취임 100일···9100만원 횡령 터져
비슷한 시기 부하 직원 성추행 사건도
“새 기업문화 만들겠다”던 약속 무색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100일 만에 리더십 손상 위기에 처했다. 직원 횡령 사건이 또 터졌고 비슷한 시기 내부 성추행으로 뉴스 지면을 달궜다. ‘새 기업 문화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임 회장은 IT 혁신 외에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12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우리은행 전북 소재 지점 직원 A씨가 외환 금고에 있던 7만 달러(한화 약 9100만원)를 횡령한 사실이 내부 감찰을 통해 적발됐다. A씨는 코인 등 가상자산에 투자할 목적으로 지난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회삿돈을 빼돌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본지에 “검사실에서 상시 검사 중 ‘이상한 거래’를 감지했고 현장에 직접 나갔더니 돈이 비어있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적발 당일에 해당 직원을 업무에서 (한 달 전)배제했고 현재 대기발령 중이다. 이달 말 징계 심의가 올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700억원대 횡령 사건으로 작년 한 해 곤욕을 치렀다. 국내 금융지주 회장의 내부통제 이슈로까지 번지면서 연임에 도전하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결국 용퇴 결단을 내렸다. 이 밖에도 해외금리연계파생증권(DLF) 불완전 판매 재판까지 겹치면서 금융권 전체에 내부통제 강화법이 수면 위로 올랐다. 라임펀드 사태 중징계(문책 경고)도 손 전 회장이 스스로 회장 후보에서 내려오는 데 역할을 했다.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연임에 도전하겠다는 손 전 회장에게 ‘현명한 판단’을 주문한 데 이어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거취를) 판단하라”는 등 발언도 압박으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료 출신인 임 회장이 차기 회장 ‘롱리스트’(1차 후보군)에 이어 숏리스트(최종 후보자군) 명단에까지 오르자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관치금융 논란이 있었다.
결국 우리금융 임원추전위원회는 그룹 쇄신 적임자로 임 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횡령, 불법 외화 송금 등 내부통제 이슈를 해결하는데 내부 출신보다 외부 출신 회장이 적합하다는 데 만장일치 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임 회장 취임 100일이 지난 이 시점에서 기대와는 달리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내부 시스템뿐만 아니라 횡령에 대한 경계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직원들도 이번 사건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라면서 “조직 개편이나 시스템 개선을 통해 현재 하나하나 개선하고 있는 과정이며 이에 대해 직원들도 동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횡령 사건 발생과 비슷한 시기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성추행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5월 우리은행은 인사협의회를 열고 인재개발원 소속 차장 B씨를 정직 처분했다. B씨가 같은 부서 부하 직원이었던 C씨를 강제로 추행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편 임 회장은 새 기업 문화 만들기를 3년 임기 중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지난 3월 24일 취임한 임 회장은 취임식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데, 임직원과 함께하면 좋은 금융그룹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면서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드는 일, 우리금융의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일, 지주 체제를 정상화하는 일에 주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