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침해 없었다?···中 대변인 같은 외교부
반간첩법 강화에 여행객과 기업 위험 수위↑

중국 당국의 인권 침해 우려가 큰 외국인 제재 조치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 이어 재닛 옐런 재무장관까지 자국민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미국 정부에 비해 너무나도 안이한 수준의 박진 장관을 비롯한 한국 외교부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5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중국 정부가 외국인을 출국 금지하는 현지 법을 자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변호사 또는 영사관의 조력 없이 구금될 우려가 크다"며 여행 재고 권고를 내렸다.
미국 국무부의 이번 조치는 중국에서 최근 개정된 반간첩법이 이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 기존에 시행돼 온 여행 재고 권고를 다시 한번 더 강조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번에 "기밀 정보 및 국가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 등에 대한 정탐·취득·매수·불법 제공"을 간첩 행위로 추가했다.
'안보'나 '국익'과 관련 있다고 중국 당국이 자의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매우 넓어진 것이어서 기존에 정상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정보 취득 활동마저 간첩 행위로 몰릴 가능성이 부쩍 커지면서 미국 정부가 비상이 걸린 것이다.
예를 들면 중국 내 군사시설·방산업체 인접 지역에서의 촬영뿐만 아니라 중국 당국이 국가안보 및 이익과 관련된 자료라고 분류한 지도·사진·통계자료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행위마저 체포 사유가 될 수 있다.

인터넷 검색도 간첩 행위 몰릴 가능성
美와 너무 다른 공지 수준 외교부 대응
중국 법원은 지난 5월 간첩 혐의로 기소된 중국계 미국 시민권자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이뿐 아니라 미국 시민 3명이 간첩 행위나 마약 거래를 이유로 중국에 수감돼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방문해 이들의 석방을 요구했지만 중국 당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6일 중국을 방문해 석방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자국민 구제에 적극적인 반면 한국 정부는 손준호 국가대표(산둥 타이산 소속) 선수가 불법 구금된 상황인데도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손준호의 소속팀 산둥은 최근 전 감독과 일부 선수들이 '승부 조작' 혐의에 연루돼 조사받는 중이다.
지난 5월 17일 중국 공안에 체포된 손 선수는 54일째 억류돼 있다. 다시 말해 자국민이 37일간의 구류 기한을 꽉 채우고도 보름이 넘게 풀려나지 못하고 있지만 외교부는 "현지 공관 직원이 손 선수와 면담을 진행한 결과 구금 과정이나 수사 과정에서 중국 측의 인권침해는 없었다"며 중국 대변인과 다름없는 입장 발표를 되풀이해 왔다.
여기에 반간첩법 시행이 더해져 중국 당국이 간첩 행위라고 규정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넓어진 탓에 여행객뿐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위험 수위도 높아졌으나 외교부는 "간첩죄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에도 행정구류 등 처분이 가능하다"는 공지 수준의 안이한 대처를 이어가는 실정이다.
외교부 재외국민보호과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진 공항을 통해 입출국하는 모든 국민에게 주의 문자를 송신하고 있다"며 "여행 재고 권고 등은 따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