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대포 등 장비 싣고 1000km 주파
푸틴 속수무책···벨라루스와 퇴각 합의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는 에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는 에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하루 만에 모스크바 앞까지 진격했던 와그너 그룹의 반란군이 벨라루스로 퇴각하면서 에브게니 프리고진의 쿠데타 소동이 하루 만에 끝났다. 하지만 자기 충견으로부터 '약탈 전쟁'이란 비난까지 받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은 크게 흔들리게 됐다.   

한국시간으로 25일 새벽 무장 반란을 일으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로 향하던 러시아 용병 기업 와그너 그룹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중단하기로 했다. 크렘린궁도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종식하기 위해 벨라루스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벨라루스 대통령과 프리고진을 개인적으로 약 20년 동안 알고 지냈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와그너 그룹이 진군 노선을 변경하는 형식으로 하루 만에 소동이 마무리되고 프리고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계속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엔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는 모스크바 진격을 중단한 와그너 용병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에 대한 반역죄 소추를 취소하고 용병들 중 반란에 가담하지 않은 병사들은 러시아 국방부와 계약하여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봉합했지만 "푸틴 위에 프리고진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와그너 그룹의 모스크바 진격 루트. 
와그너 그룹의 모스크바 진격 루트. 

국가 내란 사태는 막았지만 정부군이 반란군 진압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고 러시아 국민도 냉담한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모스크바 남쪽 200km까지 진격한 상황에서 프리고진의 철수 합의도 루카셴코와 이뤄지면서 푸틴의 권위는 치명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와그너 부대가 탱크, 대포 등 장비를 싣고 1000km를 주파해 모스크바 남쪽 200km까지 진출하는데 반나절밖에 걸리지 않았다. 푸틴이 이번 사태를 무장 반란으로 규정했지만 러시아 정부군은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 프리고진의 푸틴 겁주기가 통한 것이다.

한편 와그너 그룹은 체첸전에 참전한 러시아 특수부대 지휘관 출신인 드미트리 우트킨이 2013년 설립한 용병 단체다. '와그너(Wagner)'라는 명칭은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에서 따온 것이다. 바그너는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가 가장 즐겨 들었던 음악가였다. 10년이 지나 와그너 그룹의 소유주 행세를 하는 프리고진은 러시아 정부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음식을 공급하며 부를 키운 올리가르히(oligarch: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및 과거 동구권 지역의 경제를 장악한 특권계층-편집자 주)로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이 붙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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