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부모 등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만 취업제한'
보호자 아니면 범죄 저질러도 버젓이 관련 기관 취업
아동보호시설 업계 "충분한 논의 없이 법 만든 결과물"
문진석 의원, 이달 5일 문제법안 개정안 위원회 접수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동 /게티이미지뱅크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동 /게티이미지뱅크

부모가 없는 아이를 돌보고 있는 국내 한 아동보호시설엔 전직 아동학대범이 종사자로 버젓이 일하고 있다. 아동학대범은 원칙상 관련 기관 취업이 제한되지만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만 아동학대로 규정한다는 법안으로 인해 해당 종사자는 취업 제한에서 제외됐다. 문제의 종사자는 학대를 가한 아동의 부모 등 '보호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7일 여성경제신문 연중기획 '퇴출! 구석기 법령' 취재를 종합하면 위와 같은 사례가 개정되지 않은 법안 때문에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 '아동복지법' 제3조 7호를 보면 아동학대는 부모를 포함한 보호자와 성인에 의한 학대로 규정한다. 그런데 이를 처벌하는 근거 법령인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엔 보호자가 아닌 제3자가 아동학대를 저지를 경우 아동학대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즉 아동학대 가해자가 피해자의 '보호자'가 아니면 아동학대를 저질러도 아동복지법에 의한 처벌만 받을 뿐 이후 취업제한에선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 등 보호자가 아닌 제3자는 아동학대를 저질러도 죗값만 치르면 아동 관련 기관 및 사업체에 취업할 수 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실제 이와 같은 판결 사례도 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진영 판사는 작년 11월 A씨의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A씨에게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과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해달라는 검찰의 청구는 기각했다. 판결문은 "피고인은 피해 아동의 '보호자'가 아니기 때문에 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보호자가 아니면 법원은 치료프로그램 이수나 취업제한을 명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지난 2011~2013년 8살 의붓딸을 상습 폭행해 숨지게 한 '울산 서현이 사건'을 계기로 국회가 2013년 말 제정해 2014년 9월 시행됐다.

한국사회복지시설협의회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처음 아동학대처벌법을 제정할 때 아동학대 처벌을 어떻게 강화할지만 초점을 맞춘 결과"라며 "이 초점을 보호자로만 규정하며 논의했고, 이 외에 충분한 검토 및 논의 없이 사회적 이슈 때문에 급하게 입법이 이뤄진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달 5일 국회에선 보호자가 아닌 제3자 아동학대범도 취업제한을 받게끔 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을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개정안은 아동학대 범죄에 보호자에 의한 범죄만이 아니라 보호자 아닌 성인에 의한 범죄도 포함하도록 하여 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것이 골자다. 현재 의안은 위원회 심사 접수 단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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