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관찰대상국으로 등재 요청
정부개입, 낮은 시장 접근성 문제
2분기 세계국채지수 편입도 관건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모건스탠리 측에 한국을 선진시장 편입 후보군에 해당하는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 올려주도록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모건스텐리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모건스탠리 측에 한국을 선진시장 편입 후보군에 해당하는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 올려주도록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모건스텐리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은 공공재적 시스템이라고 말하면서 논란이 됐다. 대통령이 간섭할 수밖에 없다면 한국 시장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는 중국처럼 시장 간섭을 참기 힘든 것 같다." - 슐리 렌 블룸버그통신 칼럼리스트

정부의 금융시장 개입과 낮은 시장 접근성으로 인해 한국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모건스탠리 측에 서한을 보내 재고를 요청했다.

전경련은 22일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 기관 MSCI에 한국을 선진시장 편입 후보군에 해당하는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 올려주도록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의견서는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 명의로 작성해 MSCI 헨리 페르난데스 회장에게 전달했다.

MSCI는 매년 6월 각국 증시를 선진시장과 신흥시장, 프런티어시장, 독립시장 등으로 분류해 지위를 결정하는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글로벌 기관투자자와 펀드매니저들이 이 척도를 참고해 투입 자금 규모를 결정하는 만큼 증시가 어느 시장에 속했는지가 국가 자본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

1992년 신흥시장에 포함된 한국은 2008년 관찰대상국 명단에 올랐으나, 시장 접근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선진시장 편입이 불발됐다. 2014년부턴 관찰대상국에서도 빠져 다시 오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MSCI는 한국 증시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영문 자료 등 정보 접근성 부족 △코스피200·코스닥150 기업 대상 제한적 공매도 △역내외 외환시장 접근 제한 등을 지적했다.

반면 전경련은 한국이 MSCI 선진시장 승격 관찰대상국에 포함돼야 하는 근거로 우선 '한국이 글로벌 경제 대국의 위상을 갖췄다'는 점을 들었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6600억 달러로 세계 13위를 차지했으며, 수출액과 교역 규모도 각각 6836억 달러(6위), 1조4100억 달러(7위) 수준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근거를 제출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작년 기준 3만3000달러로 세계은행이 산정하는 고소득 국가 기준치(1만3000달러)의 2.5배에 달한다고도 설명했다. 1인당 GNI가 3년 연속으로 세계은행 고소득 국가 기준치의 125%를 넘어야 하는 선진시장 요건도 갖췄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경련은 한국의 증권시장 규모와 유동성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거래소 거래대금 규모는 3조200억 달러로 세계 7위이며, 시가총액도 작년 말 기준 1조6400억 달러로 세계 16위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는 현재 MSCI 선진시장에 속한 스페인,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등의 증시에 비해 월등히 큰 규모라는 설명이다.

한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 거래제약 완화를 위한 장치를 마련한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로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연내 폐지하고,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인 외환시장 개장 시간을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새벽 2시까지로 늘려 외국에 있는 금융기관들도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또 최근 발표된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에는 내년부터 상장기업 정보 영문 공시를 의무화하고, 세계 기준에 맞는 선진화된 기업 배당 절차를 도입하는 내용도 제출했다. 한국이 역외 외환시장이 없어 자본의 유출입이 용이하지 않다는 MSCI의 지적에 대해서는 "활성화된 역내 외환시장과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을 통해 원화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금융시장의 낮은 시장 접근성 문제는 MSCI뿐만 아니라 올해 2분기에 발표될 선진국 국채지수 편입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은 영국의 FTSE 러셀이 발표하는 세계국채지수(WGBI) 관찰대상국으로 등재된 상황이지만 △비거주자 조세 관련 부담 △외환시장 개방성 △글로벌 예탁기관 이용 편의성 부문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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