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달구는 가짜 뉴스 논란
하버드행 앞둔 尹 앞 곳곳이 지뢰밭
음모론자 칼슨 퇴출에도 극우 여전

지난 2022년 7월 31일 일요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서 열린 베드민스터 인비테이셔널 LIV 골프 토너먼트의 마지막 라운드에서 미국 하원의원 마조리 테일러 그린(왼쪽), 터커 칼슨(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022년 7월 31일 일요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서 열린 베드민스터 인비테이셔널 LIV 골프 토너먼트의 마지막 라운드에서 미국 하원의원 마조리 테일러 그린(왼쪽), 터커 칼슨(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 세계가 가짜 뉴스(fake news) 이슈로 뜨겁다. 미국 대선 부정선거 음모론의 메가폰으로 활약해 온 폭스뉴스 메인 앵커 터커 칼슨(Tucker Carlson)이 언론계에서 퇴출당한 날 윤석열 대통령 인터뷰 조작설로 마녀사냥의 대상이 될 뻔한 워싱턴포스트(WP) 기자가 대통령실에 정면 반박했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폭스뉴스와 도미니언과의 소송 과정에서 칼슨이 법원에 출석한 자리에서 회사에 불리한 진술을 한 것이 원인이 돼 경영진이 계약 해지 결정을 내리게 됐다. 칼슨의 이중성은 도미니언과의 소송전에서 줄곧 논란이 됐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사적인 자리에서 "악마적 세력(A demonic force)"이라고 혐오하면서도 대중에게는 트럼프의 거짓말을 확대 재생산하는 위선을 보였다.

지난 2009년 정치평론가로 폭스뉴스에 합류한 그는 인종 갈등을 부추기고 코로나19 백신 음모론을 펴 미국 극단주의 세력의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폭스뉴스가 대선 조작론 보도로 7억8750만 달러(약 1조513억원)를 배상키로 하면서 그와 함께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8일 하버드대에서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키워드로 강연을 예고한 가운데 CNN과 NBC유니버설에서도 부적절한 언행을 한 언론인에 대한 대대적 징계가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CNN 간판 앵커 돈 레몬은 "여성은 20∼30대 혹은 40대가 전성기"라는 발언이 문제 돼 해고당하고 제프 셸 CEO도 직장 내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 짐을 쌌다.

국내선 워싱턴포스트 尹 인터뷰 조작 소동
4·15 부정선거 음모론 굽히지 않는 민경욱

같은 날 국내 언론계에선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윤 대통령 인터뷰가 주어가 빠진 가짜 뉴스였다는 국민의힘 주장을 윤 대통령을 인터뷰한 기자가 녹취록을 올려 정면 반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WP 서울지국장인 미셸 예 희리 기자는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번역 오류의 문제와 관련하여 인터뷰 녹음본을 한 단어 한 단어 다시 확인해 봤다"면서 윤 대통령이 '저는'이라는 주어를 언급한 사실이 포함된 녹취록을 공개했다.

앞서 강인선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이 배포한 설명자료에는 해당 주어가 빠져 있었으며 이를 근거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방송에서 주어가 빠진 가짜 뉴스라고 주장한 것이 논란의 불을 지폈다. 대통령실 차원에서 가짜 뉴스 조작이 진행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고문은 "워싱턴포스트는 녹취 전문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셸 예 희리 워싱턴포스트(WP) 서울지국장이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윤 대통령 발언 전문. 윤 대통령이 '저는'이라는 주어를 언급한 것이 보여 파장이 일고 있다. /트위터 캡처
미셸 예 희리 워싱턴포스트(WP) 서울지국장이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윤 대통령 발언 전문. 윤 대통령이 '저는'이라는 주어를 언급한 것이 보여 파장이 일고 있다. /트위터 캡처

또 이날 러시아 국영 방송 로시야1의 간판 앵커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가 폭스뉴스에서 퇴출당한 칼슨을 응원하며 '대선 출마'를 권유해 눈길을 끌었다.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는 칼슨에게 보낸 이메일을 텔레그램에 공개하면서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든, 독립언론을 차리든 당신이 다음에 어떤 일을 해도 우리는 존경과 지지를 보낼 것"이라며 "아마 전적으로 (대선 출마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극우세력 역시 음모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광훈 목사의 너알아TV와 함께 미국과 한국에서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동시에 펼쳐 온 이봉규TV는 '"특정 언론사의 특정 보고가 특정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에 관한 사건 조정의 결과일 뿐"이라는 민경욱 전 의원의 글을 소개했다.

지난 4월 15일 최춘식·최승재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부정선거 다큐멘터리 '당신의 한 표가 위험하다' 시사회를 가진 이들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개표 조작이 있었다면서 제기한 재판에서 완패하고도 승복하지 않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공병호, 이춘근, 가로세로연구소(강용석, 김세의, 김소연, 곽성문) 등이 그들이다"며 "부정선거를 확신했다는 황교안, 재판에 완패하고도 거짓 순교자 행세하는 민경욱은 보수를 분열시킨 죄에 대해 무슨 대가를 치를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2022년 7월 QR 코드가 찍힌 4만 5000장의 투표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부정선거를 실행한 주체가 누구인지조차(중앙선관위인지 아니면 제3자인지, 어떤 세력인지) 증명하지 못했다"면서 민 전 의원이 제기한 총선 무효 소송을 기각했다. 다만 같은 해 9월 서울고등법원이 '사전투표 조작설'을 유포한 황교안 전 대표와 민 전 의원에게 무혐의를 처분했다는 이유로 이들은 다시 부정선거를 기정사실화하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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