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금소법은 시대착오적 규제
獨·日선 신용보험제도 적극 활용
가계부채 잠재된 위험 완화 취지

"빌라왕이 신용보험에 가입돼 있었다면 보험사가 대신 변제를 해 보증보험과 상호보완적으로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지켜줄 수 있었고 국가 세금도 낭비되지 않았을 것이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은 이같이 강조하며 가계부채에 잠재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다고 밝혔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2%로, 세계 37개 나라(유럽은 단일 통계) 중 1위다. 이는 지난 2021년 상반기 기준으로 집계된 것으로 코로나19를 거쳐 더욱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특히 최근 들어 금융기관 차입 의존도가 높은 청년층의 대출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
금융권에선 이런 가계부채에 잠재된 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서 신용보험 활용 필요성이 지속해 제기돼 왔다. 이에 최 의원은 대출성 상품에 관한 계약체결 시 신용보험을 판매하는 행위를 허용하는 입법을 추진한다.
현행 금소법에 따르면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제20조), 특히 대출성 상품 등의 계약체결 시에는 금융소비자의 의사에 반해 다른 금융상품의 계약체결을 강요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제20조 제1항) 하고 있다. 이는 소위 ‘꺾기’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20년 동안이나 지속된 오래된 규정이다 .
신용생명(손해)보험은 대출받은 차주가 사망 또는 상해 등의 사고로 인해 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는 상태에 놓였을 경우 남은 대출금을 보험사가 대신 변제해주는 구조의 보험상품이다. 개인에게 있어서는 가족에게 빚이 대물림되는 상황을 방지하고 은행 등 금융업자에게 있어서는 채무자가 갑작스러운 사망·상해·실직 등의 사고로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위기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
또 신용보험 상품을 활용하면 채권자인 은행도 채무자가 갑작스러운 채무이행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되더라도 보험사로부터 대위변제를 받을 수 있다. 또 그에 따라 채무불이행에 대한 위험성이 감소한 만큼의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국내에선 기존의 금소법에 가로막혀 보험사가 대출에 연계된 어떠한 상품도 판매할 수 없게 돼 있다.
반면 독일이나 일본 등 해외 주요국에선 실제 신용보험이 대출자 및 대출기관의 위험관리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할 경우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최 의원은 "신용보험이 고금리 시대의 서민금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에서 정하는 일률적인 규제에 막혀 국민들이 금리인하의 수단을 활용할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최 의원은 개정안 기존의 제2조 제1항에 "사망 등 보험사고 시 미상환 대출금을 보장하는 보장성 상품은 제외한다"는 내용을 새롭게 추가했다. 이울러 기존 불공정행위인 '꺾기'에 해당하는 상세한 사례를 추가해 신용보험을 활성화함과 동시에 부당행위를 좀 더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방안도 담았다.
빌라왕 사태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이 가입돼 있었음에도 집주인인 빌라왕이 사망함으로써 구상권을 청구할 대상이 사라진 보증기관이 보증금 반환을 지연시키면서 임차인들이 이사도 가지 못하고 보증금도 반환받지 못한 사건이다.
최 의원은 "저신용자, 소상공인, 청년 등 사회취약계층의 금융 사회안전망을 확보해 빚의 대물림을 방지하고 금융권이 조금이라도 더 금리를 인하할 수 있도록 유인해 국민들의 고이자 부담이 좀 더 완화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