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선 여성의 사회적 역할 강조
남한, 노동권 평등과 저임금 목소리

남한(오른쪽)과 북한의 서로 다른 여성의날 행사 모습 /연합뉴스
남한(오른쪽)과 북한의 서로 다른 여성의날 행사 모습 /연합뉴스

달라도 너무 다른 남·북한의 여성의날 모습이 화제다. 

8일 세계 여성의날을 맞아 북한에선 이날을 국제부녀절이라고 부르며 "주부로서 며느리로서 어머니로서 책임을 항상 자각하라"고 했고, 남한에선 "임금·채용·성평등 모든 면에서 여성이 불평등한 사회"라고 호소하면서 남북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여성의날을 보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 사설을 통해 여성들을 "무한한 헌신과 노력으로 조국의 부강 발전을 떠밀어나가는 참된 애국자들"이라고 추켜세우면서 "녀성들은 우리 식의 생활양식과 도덕기풍, 민족의 고유한 미풍량속을 적극 구현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가정의 주부로서, 며느리로서, 안해(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책임을 항상 자각하면서 시부모들을 잘 모시고 남편과 자식들이 국가와 사회 앞에 지닌 본분을 훌륭히 수행하도록 적극 떠밀어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한 입장에서 보면 자칫 '출산 강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발언도 거침없이 내뱉었다. 노동신문은 "자식을 많이 낳아 훌륭히 키워 내세움으로써 조국의 부강번영에 적극 이바지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공휴일인 국제부녀절(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8일 평양에서 한 가족이 나들이를 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공휴일인 국제부녀절(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8일 평양에서 한 가족이 나들이를 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날 3월 8일을 법정 기념일인 국제부녀절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북한 정부는 매년 이날이면 자본주의 사회의 여성 인권 실태를 비난하며 체제 우월성을 주장했다. 특히 남녀 성별 역할 분담을 강조하며 자본주의 여성인권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이신화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지난 1월 국제회의에서 북한 여성과 여아들에 대한 만연한 차별과 성폭력, 탈북 여성의 인신매매 위험 등이 심각하다며 북한 정권의 인권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북한을 압박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에선 여성의날을 맞아 여성인권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날 민주노총은 종로구 종각 인근에서 세계여성의날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통해 "여성폭력·성폭력 예방과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라"고 요구했다.

진보당과 여성시민단체 회원들도 이날 오전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젠더폭력 방지법 제정', '여성장애인 사회서비스 안전망 확대'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8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임신중지의 공적의료서비스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8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임신중지의 공적의료서비스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구 역삼역 인근에서는 온라인 성폭력 생존자 보호를 촉구하며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가 개최한 플래시몹도 진행됐다. 

한국여성인권협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여성은 여전히 저임금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출산과 독박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면서 "내년 그리고 그 후년에도 매년 발전하는 성평등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언젠가는 여성의 날이 불공정한 여성의 권리를 되새기는 날이 아니라, 불공정을 바로잡은 날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여성의날은 여성 노동자들의 운동에서 유래됐다. 1975년 UN이 3월 8일을 공식적으로 여성의 날로 지정했다. 여성들이 사회, 경제, 정치 등 전반에 걸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싸워서 쟁취했는지를 축하하고 기념하는 날이다.

3월 8일이 여성의날로 지정된 이유는 러시아에서 발생한 노동 운동 때문으로 알려졌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러시아 여성 노동자들이 '빵과 평화'를 내세우며 대규모 파업을 벌였는데 이후 4일 만에 러시아의 짜르 니콜라스 2세가 폐위됐고, 여성들은 임시 정부로부터 참정권을 얻어냈다.

이 '빵과 평화' 시위가 시작된 날을 양력으로 계산한 것이 3월 8일이다. 이후 이날이 여성의날로 정해지게 됐다. 노동 운동권에서 빵은 굶주리는 여성 노동자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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