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은행 대손충당금 적립률 313.7%
국내 시중은행 50% 늘린 게 전부
재무제표상 당기순익도 24.7% 감소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린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성과급과 배당을 늘리자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견제하는 등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은행의 이자 수익 '잔치'는 국내에서만 벌어진 건 아니다. 미국 은행들도 금리 급등으로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그럼에도 미국에선 은행의 '돈잔치'에 대한 지적이 거의 없는 이유는 뭘까.
미국의 4대 금융그룹은 경기 둔화 위기에 대응해 대손충당금을 적극적으로 쌓아 당기순이익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많이 벌자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불황에 대비해 '곳간'을 두둑히 채워둔 셈이다.
17일 우리금융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미국의 4대금융그룹이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313.7%로 과거 10년 평균의 1.9배나 높은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손충당금은 은행들이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등을 대비하기 위해 부실채권에 비례해 쌓아두는 비용이다. 반면 국내 4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가 지난 한해 쌓은 대손충당금은 전년 대비 약 57% 늘어난 규모에 그쳤다.
미국 은행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상과 대출 성장세를 기반으로 전체 이자이익이 전년대비 22.6% 증가했다. 그러나 경기침체 전망을 사전적으로 반영해 157억 달러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면서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24.7% 감소했다.
각 사의 이자이익 증가율을 보면 JP모건체이스 27.5%, 웰스파고 25.6%. 뱅크오브아메리카 22.2% 씨티그룹 14.5%로 나타났다. 반면 당기순이익 하락폭은 뱅크오브아메리카 -13.9%, JP모건체이스 -22.1%, 씨티그룹 -32.4%, 웰스파고 -38.8% 순이었다. 이들의 총자산수익률(ROA)은 전년대비 0.3%포인트 하락한 0.8%로 떨어졌다.
특히 이자이익을 가장 많이 늘린 JP모건체이스의 경우 5년 연속 당기순이익 1위를 유지하면서도, 대손충당금을 타 은행 대비 두 배 이상 늘린 결과 당기순이익 하락이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비해 더 크게 나타났다. 또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당기순이익 하락이 가장 적었던 이유는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한 트레이딩 이익 증대와 지점 폐쇄 등 적극적인 효율화 정책을 추진한 결과로 분석된다.
김진 은행경영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차별화된 전략이 실적으로 나타난 사례"라면서 "이를 참고해 국내 금융회사도 비이자 투자금융(IB) 부문 경쟁력 강화와 비용 효율성 개선을 추진해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