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도 따로 계산
소개팅에선 아직

비용을 각자 부담하는 더치페이는 과거엔 우리의 정(情) 문화와 맞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다. 잔돈까지 나눠야 해 번거롭다는 느낌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선 더치페이 문화가 훨씬 보편화하고 있다.
모바일 결제가 더치페이 촉진
모바일 결제는 더치페이 확산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 박모 씨(21)는 “친구들과 함께 식사한 뒤 계산할 때 각자가 스마트폰을 통한 간편 계좌이체로 자기 몫을 낸다. 혹은 전화기에 내장된 신용카드로 자기 밥값만 낸다”라고 말했다.
“금액을 균등하게 분배하기 위해 일일이 지폐와 동전을 꺼내지 않아도 된다. 번거롭다거나 서로 민망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 더치페이가 늘어나는 것 같다. 우리 세대는 ‘각자 결제’를 ‘공평하고 합리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다. 친구 사이에선 더치페이가 일반화되고 있다.”
친구 사이에선 일반화, 선후배 사이로 확산
과거 대학사회에선 과 선배나 동아리 선배, 동문회 선배가 후배에게 밥을 사는 것을 당연시했다. 그러나 요즘엔 선후배도 따로 계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학생 이모 씨(23)는 최근 학과 후배와 술자리를 가졌다. 그 후배는 “저는 맥주 한 잔이랑 감자튀김 두 조각을 먹었으니까 그만큼만 내겠다”라며 자기 몫을 계산했다고 한다. 이씨는 “더치페이는 보통 반반씩 내는 건데 먹은 양만큼 낸다고 해서 조금 당혹스러웠다. 어쨌든 선배가 후배와의 식삿값을 모두 떠안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 씨(20)는 “같이 식사한 사람이 자기가 전부 내겠다고 하면 오히려 부담스러워진다. ‘다음엔 내가 사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든다. 더치페이가 더 편하다”라고 했다.
그러나 대학생 인모 씨(21)는 “대다수 학생은 늘 생활비가 부족하기에 더치페이문화가 정착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일률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가끔 여유가 있는 사람이 내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게 하는 것도 괜찮다”라고 주장했다.
더치페이 관련 쟁점들
더치페이 하되,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두 명이 2만원짜리 음식과 1만원짜리 음식을 주문해 식탁 중앙에 두고 함께 나눠 먹을 때 반반인 1만5000원씩 계산하는 것이 좋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 명이 2만원짜리 음식을 주문해 혼자 먹고 다른 한 명이 1만원짜리 음식을 시켜 그것만 먹는다면 반반씩 내는 것이 공평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단체 회식 때 술을 마시지 못하고 소식(小食)하는 사람은 n분의 1로 음식값을 내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
대학생 홍모 씨(20)는 “단체 회식을 한 이후 한 친구는 n분의 1로 더치페이하는 것이 자기에겐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먹은 양만큼 계산하게 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해결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소개팅에선 남자가 내야!”
누군가의 주선으로 남녀가 일대일로 만나는 소개팅에선 더치페이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한다.
대학생 박모 씨(25)는 최근 한 여성과의 소개팅 자리에 나갔다. 서로 대화가 잘 통했고 분위기가 좋았다. 둘은 자리를 옮기기로 하고 일어섰다. 계산대 앞에서 박씨는 무심코 “더치페이할까요?”라고 제안했다. 상대방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고 결국 둘은 잘되지 않았다. 박씨는 “소개팅에선 남자가 내야 한다. 그 문화에서 일탈하는 바람에 잘되지 않았다”라고 후회했다.
대학생 김모 씨(22)는 “연인과 데이트하면서 일일이 더치페이하면 덜 로맨틱해 보인다”라고 했다. 그러나 더치페이를 원하는 연인에게 하지 말자고 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한다.
더치페이의 최고 이슈메이커는?
더치페이와 관련된 최대 쟁점은 역시 ‘사귀려는 남녀 간의 더치페이’다. 유튜브에서 '더치페이'로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첫 번째는 '더치페이 남자친구'가, 두 번째로 '더치페이맨'이, 네 번째로 '더치페이 남편'이, 여섯 번째로 '더치페이 남자'가, 일곱 번째로 '더치페이 남'이 뜬다. 사귀려는 여성에게 더치페이를 제안하는 남성이 ‘더치페이의 최고 이슈메이커’인 것으로 확인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