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취업 힘들어

N잡러는 2개 이상을 지칭하는 ‘N’, 직업을 뜻하는 ‘job’, 사람을 의미하는 ‘러(-er)’를 합친 국적 불명의 말이다. ‘생계유지 등을 위해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 정도로 이해된다. 정규직 취업 문이 좁아지면서 이말삼초(20대 말, 30대 초반) 젊은이 가운데에는 그냥 N잡러로 살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낮엔 비정규 교직원, 밤엔 강사
이모 씨(32)는 낮에는 강원도 모 대학의 비정규직 교직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학원 영어 강사로 활동한다. 생계를 영위하기 위해 비정규직 일자리 두 개를 얻은 것이다. 이씨는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정규직 취업이 잘 안 됐다. 지금 하는 일 외에 더 많은 일을 시도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은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그러나 부모 등 외부의 지원에 계속 의존하기는 힘들다. 결국, 취업준비생 중 상당수는 정규직 급여의 절반 수준인 비정규직 일자리를 여러 개 얻어 독립적인 생활을 해나가게 된다.
‘취준생에서 N잡러로’ 도도한 흐름
취업준비생 김모 씨(29)는 요즘 취업 준비보다 돈을 버는 데에 시간을 더 쏟는다. 일과시간에는 취업포털을 통해 얻은 사무직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야간에는 오토바이로 물건을 배달하는 플랫폼 배달노동자로 근무한다.
이렇게 취준생에서 N잡러로 바뀐 사람 중에 적지 않은 이는 ‘앞으로도 쭉 N잡러로 살아가겠다’라고 생각한다.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엔 ”N잡러 생산성 향상 루틴“ ”N잡러 수입 정말 높네요“ ”우리가 N잡러를 꿈꾸는 이유“ ”이번 생은 N잡러“ 등 N잡러로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글이 상당히 많이 올라와 있다.
”이번 생은 N잡러“
20대 초중반 대학생들도 N잡러가 되고 있다. 모 대학교에서 실용댄스를 전공하는 장모 씨(21)는 학업을 하면서 편의점 알바 일을 한다. 또, 밤엔 유튜버로서 영상편집을 진행한다. 학생, 알바생, 유튜버 등 1인 3역을 하는 셈이다. 장씨는 ”유튜브 채널 운영에서 나오는 수입이 쏠쏠한 편이다. 힘든 날도 있지만 대체로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다“라고 했다. 이어 ”생활비를 쓰고도 수입이 남아 종강 후 일본 여행을 가려고 한다“라고 했다.
N잡러 대학생들은 대체로 평생직장 개념에 매달리지 않는다. 이들은 특히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수입을 얻는다. 대학생 서모 씨(여·22)는 ”생계형 N잡러가 대부분이지만, 명품 등을 과소비하기 위해 N잡러가 되는 친구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저녁이 있는 삶 가능할까“
N잡러 예찬론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N잡러는 비정규직이어서 저소득의 불안정한 일을 하고 휴식을 취해야 하는 평일 야간이나 주말에도 일해야 한다. 주말까지 투입해 3개의 일을 하는 최모 씨(28)는 ”가끔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할까?’라고 반문해 본다“라고 말했다.
N잡러가 되어가는 취준생들. 우리 사회의 도도한 흐름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