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발등 찍으며 "믿고 기다려달라"
CCTV 없고 라면만 있는 소규모 물류센터
'오시싸'도 '스타일브이'와 대표자 동일해
9월까지 전량 배송?···10월에도 감감무소식

지난달 2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스타일브이' 물류센터. /오지운 인턴기자
지난달 2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스타일브이' 물류센터. /오지운 인턴기자

"3개월이 넘었지만 쌀이나 화장품은 다른 곳에서 반드시 배송될 테니 더 믿고 기다리래요."

지난달 27일 스타일브이 물류센터에 방문한 여성경제신문 취재진에게 50대 피해자 박모 씨는 이렇게 말하며 스타일브이의 기약 없는 약속 남발에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박 씨는 3개월 넘게 기다린 상품을 받으러 대전광역시 유성구까지 방문했다. 하지만 그가 받은 것은 고작 라면뿐이었다.

취재진은 물류센터 앞에서 피해자들을 더 만났다. 아내가 6개월 전에 구매한 라면을 받기 위해 방문했다는 A씨는 아내와의 가족관계 증명을 위해 주민등록등본까지 준비했다. 그는 "신라면 한 박스를 4500원에 구매했기 때문에 나는 큰 금액이 아니지만, 전국적으로 따지면 큰 금액이어서 열을 받았다"고 말했다.

짜파게티 한 박스를 받아 나온 다른 피해자 B씨는 "대전에 살기 때문에 올 수 있었는데, 대전 아니신 분들은 어려우시겠죠"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만난 3명의 피해자 모두 구매한 상품을 직접 받기 위해 물류센터를 찾았지만 배송비는 환불받지 못했다.

상자로 가득한 물류센터 내부에서 직원들이 상품을 포장하고 있었다. /오지운 인턴기자
상자로 가득한 물류센터 내부에서 직원들이 상품을 포장하고 있었다. /오지운 인턴기자

스타일브이 물류센터는 잡화, 가전, 가구, 식품, 의류, 주방용품 등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모든 물건을 감당하기에는 작은 규모였다. 건물 외부를 비추는 CCTV도 찾아볼 수 없어 물류를 처리하는 곳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물류센터 내부에는 10명 정도의 직원들이 라면을 포장하고 있었다. 벽면에는 종이상자가 천장까지 쌓여 있었는데, 대부분이 라면류였고 참치캔과 즉석밥 상자도 보였다.

문에 가장 가까이 있던 직원은 내부로 들어오는 취재진을 향해 스티커를 건넸다. 내부 촬영이 불가하니 휴대폰 카메라에 스티커를 붙여달라는 것이었다.

취재진임을 밝히자 한 직원이 자신을 주임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언론 취재에는 응하지 않는다며 대화를 거부했다. "일을 해야 하니 나가달라, 도와드릴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하던 직원은 취재진을 거리로 내몰았다.

'스타일브이'와 '오시싸'는 소비자들에게 구매를 하지 말아달라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띄워 놓았다. /온라인 쇼핑몰 '오시싸' 홈페이지
'스타일브이'와 '오시싸'는 소비자들에게 구매를 하지 말아달라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띄워 놓았다. /온라인 쇼핑몰 '오시싸' 홈페이지

피해자들의 누적된 경찰 신고에 대전 서부경찰서는 대표 윤모 씨를 사기죄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윤모 씨는 '스타일브이' 외에도 의류 쇼핑몰 '오시싸'를 운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6일 한국소비자원은 '스타일브이'와 유사하게 배송 및 환불을 지연시키는 '오시싸'에 대한 소비자피해예방주의보를 발령했다.

법률사무소 해답의 김경현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입건된 윤모 씨가 사기 혐의가 있다고 판명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런데 만약 오시싸의 혐의가 추가된다면 가중된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은 대전 서부경찰서 관계자를 통해 "신고가 들어온 건에 대해서만 사실관계 파악 등에 경찰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신고가 안 된 '오시싸'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스타일브이와 오시싸 홈페이지에는 현재 구매를 지양해달라는 공지가 올라와 있다. 그러나 쇼핑몰 영업정지 처분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스타일브이' 피해자 모임 카페에서 물류센터에 직접 방문한 사람들의 후기를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스타일브이 피해자연합 공식카페
'스타일브이' 피해자 모임 카페에서 물류센터에 직접 방문한 사람들의 후기를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스타일브이 피해자연합 공식카페

스타일브이는 9월 30일까지 배송 및 환급 지연 문제를 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유성구청은 10월 중순께 스타일브이가 시정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을 마쳐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했다. 

스타일브이가 문제 개선 의지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본지 취재진이 현장을 방문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하지만 배송 및 환불 지연 문제를 겪는 피해자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 스타일브이 피해자연합 공식카페'에는 한 달 전 약 400명의 회원이 있었다. 카페 가입 회원은 28일 기준 6081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10월에 물류센터를 방문해 상품을 받아온 후기는 총 7건이다. 25일 후기 글을 올린 작성자는 당일 33만2600원의 금액을 돌려받기 위해 울산에서 대전까지 방문했다. 작성자는 환불을 바로 해주지 않는 직원들에게 항의하고 경찰을 부르겠다고 대치한 끝에 현장에서 받은 라면 금액을 제외한 31만4600원을 받았다고 한다.

작성자는 피해자들이 현장에 방문해 라면을 수령했거나 환불받았더라도 피해 진술서를 작성해 경찰에 접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소장을 접수했다면 진술서를 따로 등기나 이메일로 접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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