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출마자격 없음 판단에도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 8·28 전당대회에 후보로 등록한다 하더라도 반려 가능성이 높은데,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날 박 전 위원장은 당내 우군이 부족한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기자회견 장소를 시간이 임박해서 두 차례나 변경해서다. 애초 기자회견 장소로 예상되던 국회 소통관은 현직 국회의원들만 대관 예약이 가능하다. 박 전 위원장이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할 경우 대관 의원이 동석을 해야 하는데 다수 의원들이 박 전 위원장 요청을 고사한 것이다.

이에 박 전 위원장 측은 국회 내 야외 분수대 앞으로 장소를 변경하는 공지를 했지만, '국회 경내에서도 의원을 대동하지 않으면 어디서든 회견이 불가능하다'는 통보에 기자회견 10여 분 전 국회 정문 앞인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앞 보도블럭 앞에서 진행됐다. 당내 지지기반 부족을 당 대표 출마선언을 통해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원들이 대관을) 처음에는 수락했다가 같이 서야 한다니 부담을 느낀 분들이 있었고, 일정상 안 되는 분들도 있었다. 마음 속으로는 지지하고 있다는 의원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출마선언을 통해 "민주당을 다양한 목소리를 더 잘 들을 줄 아는 열린 정당, 민생을 더 잘 챙기고, 닥쳐올 위기를 더 잘 해결할 유능한 정당으로 바꾸기 위해 당 대표 출마를 결심했다"고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저 박지현이 (민주당의) 썩은 곳은 도려내고 구멍난 곳은 메우겠다. 반드시 조국의 강을 건너겠다"고 덧붙였다.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은 위선과 내로남불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당을 망친 강성 팬덤과 작별할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 달라져야 한다. 민주당이 변하지 않으면 국민은 불행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경험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그것이 곧 기득권이 되고 새로운 인물을 배척하는 정치문화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특히 "민주당의 몰락은 성범죄 때문이다. 성범죄는 무관용 원칙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거쳐, 민주당이 다시는 성폭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직도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다. 기득권이 됐기 때문"이라며 "조국을 넘지 않고서는 진정한 반성도 쇄신도 없다. 반드시 조국의 강을 건너겠다"고 했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의 출마 결심과 달리 정식 출마 자격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 전 위원장은 권리당원 자격이 없어 전당대회에서 후보 등록이 반려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당 지도부는 박 전 위원장의 출마 자격에 예외를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박 전 위원장은 "반려 명분이 충분치 않아 받아들여질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전 위원장은 정치를 잘못 배웠다"며 "우기면 된다는 오만의 보여주기 쇼다. 자기 입장만 내세워 상식을 무시하는 억지가 무슨 청년정치고 혁신인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