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 느낀 소비자 "다회용기 쓸래도 없어요"
'스벅', '푸딩' 등 기업 친환경 지출 손해 감내
지원 법안 계류 중···"후속 법안 등 처리 돼야"

2021년 4월 스타벅스는 전국 스타벅스 매장 다회용컵 도입을 통한 일회용컵 사용률 0% 도전 등을 포함하는 ESG 전략을 발표했다. /스타벅스 코리아
2021년 4월 스타벅스는 전국 스타벅스 매장 다회용컵 도입을 통한 일회용컵 사용률 0% 도전 등을 포함하는 ESG 전략을 발표했다. /스타벅스 코리아

일회용기를 줄이고 다회용기를 사용해 친환경 실천에 동참하려는 소비자와 기업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다회용기 활용 확대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해 환경보호를 실천하려는 기업이 비용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갖는 ‘미닝아웃’ 소신 소비가 확산하면서 가치 소비자들이 환경 소비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1일 시작된 환경부 일회용품 규제로 이같은 움직임은 더 빨라졌다. 친환경 생활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부상한 셈이다. 잡코리아가 성인 남녀 50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친환경 생활에 대한 인식과 현황’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5.4%가 ‘필(必)환경’ 의지를 보였다.

필환경을 위한 손쉬운 실천 방법 중 하나는 ‘다회용기 사용’이다. 그러나 다회용기를 제공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회용기를 쓰는 죄책감'을 갖는 소비자도 많다. 일회용품을 어쩔 수 없이 써야 하거나, 분리수거가 어려운 일회용기를 사용하면서 마음 한 켠이 불편한 소비자가 늘었단 얘기다.

2020년 10월 녹색연합 조사에 따르면 이같은 고민이 다수 확인됐다. 응답자 4명 중 3명(76%)이 배달 쓰레기를 버릴 때 ‘마음이 불편하거나 죄책감이 든다’고 답했다. 또 다른 문항에서 40% 응답자는 ‘다회용기 배달 시스템’이 가장 시급히 지원돼야 할 배달 쓰레기 처리대책이라고 봤다. 

20대 직장인 A씨는 여성경제신문에 ‘필환경 소비를 할 수 없는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배달 음식을 회사 직원들과 함께 시켜먹는 경우가 잦은데 그 때마다 일회용기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버려진다”며 “다회용기를 쓰면 좋겠지만 먹는 사람과 씻는 사람이 따로 생길 수밖에 없어 아직 많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회사에서 배달 음식을 시키면 다 먹고난 뒤 쓰레기를 한 군데 모으는데 씻지 않고 그냥 버리는 사람도 많다”며 “집이라면 씻어 버렸겠지만 회사에서까지 설거지를 한다면 다들 싫어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정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다회용기 사용이 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다회용기 도입 앞장선 스타벅스·푸딩
시간·수거 비용에 "관심과 지원 필요"

스타벅스는 2021년 7월부터 제주도 4개 매장에서 ‘1회용 컵 없는 에코매장’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스타벅스는 2021년 7월부터 제주도 4개 매장에서 ‘1회용 컵 없는 에코매장’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다회용기 사용에 앞장서는 기업이 있다. 식음료 기업 스타벅스와 직장 도시락 정기배송 플랫폼 푸딩 등이다. 이들은 친환경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손해를 감내하고 있다. 

2021년 4월 스타벅스는 전국 스타벅스 매장 다회용컵 도입을 통한 일회용컵 사용률 0% 도전 등을 포함하는 ESG 전략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해 7월부터 제주도 4개 매장에서 ‘1회용 컵 없는 에코매장’을 시범 운영했다. 이때 사용한 다회용 컵을 기계로 회수·세척해 매장으로 운송하는 회수 업체와 협력도 진행했다.

스타벅스는 4월 19일 개인 컵 고객에게 제공하는 에코 보너스 별 혜택을 강화했다. 다회용컵 이용 문화 확산을 위해서다. 이용객은 개인 컵 사용 시 에코별을 10개 적립할 때마다 별 5개를 더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등급 상승이 빨라짐과 동시에 음료 1잔 무료 이용(12개 별 적립 시)도 가능하다.

이에 더해 스타벅스는 오는 6월 10일부터 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한다. 스타벅스는 이와 관련한 추가 비용과 운영 정비를 감당할 전망이다. 정부의 환경 방침을 이행하고 ESG경영 성과를 내기 위해서다.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는 일회용컵 음료 구매 시 개당 300원 보증금을 내야 한다. 다 마신 뒤엔 보증금제 적용 매장 아무 곳에나 컵을 반납하고 3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컵마다 반환 식별을 위한 바코드도 부착된다.

익명의 커피 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컵 보증금 제도는 2003~2008년 동안 시행해 봤는데, 그때 경험상 이번에도 예상되는 어려움이 있다”라며 “현재 2달 정도 남은 상황인데, 일각에선 좋은 취지에 잘 부합하기 위해 (대응하고 준비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라고 말했다.

스타벅스 측 설명에 따르면 컵 규격·파트너 교육·바코드 부착 등 보증금제 도입에 따른 변화가 많다. 앞선 관계자는 “이번 보증금 제도에선 용기 재질별로 다른 바코드를 부착해야 해 이와 관련한 교육이 우선 필요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당장 시행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친환경 마케팅이 잘 정착되길 바란다”며 “다양한 채널에서 의견을 들으며 개인컵 이용자에게 득이 될 만한 추가 혜택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푸딩'은 최근 다회용기 사용률을 늘리면서 필환경에 동참하고 있다. /이호준 기자
'푸딩'은 최근 다회용기 사용률을 늘리면서 필환경에 동참하고 있다. /이호준 기자

오피스푸드 플랫폼 '푸딩'은 최근 다회용기 사용률을 늘리며 필환경에 동참하고 있다. 

푸딩은 B2B(기업 간 거래)로 '단체도시락' '뷔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락 정기배송 플랫폼이다. 유명 외국계 기업 등 약 100개 회원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음식을 배송하는 점은 기존 배달 플랫폼과 같지만 푸딩은 식사  후  식기 수거 및 세척도 서비스한다. 다회용기 사용을 도입하려면 수거와 세척을 지원해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황윤식 푸딩 대표는 “세척과 수거에서 비용이 많이 들지만 다회용기를 확산시키려면 어쩔 수 없다”며 “이런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정책이 있다면 다회용기 사용이 훨씬 늘어나고 기업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푸딩이 추가 지출에도 불구하고 다회용기를 쓰는 이유는 '일회용기 사용 근절'을 세계적 흐름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배송에 추가된 회수·세척이 번거롭고 지출도 따르지만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황 대표는 “다회용기 분야에서 1호가 되고 싶지 않은 국내 기업들을 겨냥해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며 “가령 리워딩 포인트를 쌓아 탄소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선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일부 다회용기 시범사업 외 지원을 얻을 수단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득구 국회의원 대표발의 법안 신구조문 비교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강득구 국회의원 대표발의 법안 신구조문 비교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적극적으로 다회용기를 사용하기엔 밑지는 장사가 불가피한 상황. 다회용기 사용을 지원할 묘책은 없을까.

여성경제신문 취재 결과 지난해 4월 발의돼 계류된 법안이 있다. 해당 법안은 다회용기를 회수, 세척하는 업체에 지원이 부족하다는 배경에서 발의됐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가 및 지자체는 △포장재 없는 제품 판매업자 △다회용기 활용 사업자에게 재정 지원이 가능하다.

강득구 의원실 측은 '법안 통과를 위해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최경순 강득구 의원실 선임비서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방세 특례법 등 다회용기 지원을 가속할 후속 법안까지 준비해 놨다”며 “상임위에서 논의를 시작하면 관련 민원들도 강하게 어필해 (법안을) 들여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계류 사유에 대해선 “당시 다회용기 제로웨이스트샵 의무 설치에서 환노위와 입장차가 있었다”면서 “다회용기 업체 재정 지원 근거에는 환노위 전문위원들도 찬성한만큼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 용어 해설: 미닝아웃

미닝(Meaning)과 커미아웃(Coming out)의 합성어로 가치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의미한다. 최근 자신의 소비가 사회와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민하는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확산됐다. 주로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과일을 사먹거나 일회용품 사용을 근절하는 소비 등이 있다.

※ 용어 해설: 필(必)환경

'필(必)환경'이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 연구팀이 집필한 저서 <트렌드코리아 2019>에서 처음 나온 개념어다. 책에서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가 '하면 좋은 것' 또는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었다면 이젠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으로 택할 가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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