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서 대형으로 업종 바꾼 청우T&G 장비
신제품 1호기 설치하자마자 붐대 부러져
업계에선 "붐대 너무 무거워 불안했다"
조종사 측 "인명 담보로 신제품 검증하냐"

30일 오전 10시 경 대구광역시 중구 동인동 3가 228번지 '대구 동인시영 LH참여형 가로주택 정비사업' 현장에 설치된 청우T&G사 5512 대형 타워크레인 붐대가 꺾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독자 제공
30일 오전 10시 경 대구광역시 중구 동인동 3가 228번지 '대구 동인시영 LH참여형 가로주택 정비사업' 현장에 설치된 청우T&G사 5512 대형 타워크레인 붐대가 꺾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독자 제공

타워크레인 국산화를 명분으로 허가 받은 장비가 대구에서 또다시 사고를 냈다. 특히 이번에 사고를 낸 장비는 국산 타워크레인 제작업체가 설치한 대형 타워크레인 신제품 1호기여서 정부가 안전 검사를 제대로 한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오전 10시 경 대구광역시 중구 동인동 '대구 동인시영 LH참여형 가로주택 정비사업' 현장에 설치된 청우T&G사 '5512 대형 타워크레인'의 붐대가 꺾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붐대는 타워크레인 가운데 팔처럼 앞으로 쭉 뻗어나온 철근 장치다. 여기에 갈고리 모양의 후크를 매달아 무거운 자재를 들어올린다. 현재까지 보고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타워크레인은 국산 소형 타워크레인 전문 제작업체로 알려진 청우T&G가 제작한 대형 타워크레인 시제 1호기다. 청우T&G는 정부 발 소형 타워크레인 수급조절 정책으로 인해 소형 타워크레인 판매가 어려워지자 지난해 5월부터 운전석이 달린 대형 타워크레인으로 업종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당시 윤치순 청우T&G 대표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소형 타워 규제로 사업에 직격탄을 맞았다"며 "대형 타워크레인으로 업종을 전환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청우T&G 양산 주기장에 설치된 대형 타워크레인./ 이민경 PD
청우T&G 양산 주기장에 설치된 대형 타워크레인./ 이민경 PD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9일 설치된 타워크레인은 완성 검사 후 1월 11일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사고 원인은 현재 파악 중이나 타워크레인 임대업계 일각에선 '붐대가 무겁게 설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 측은 여성경제신문에 "해당 기종을 조종하던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불안을 느껴 조종사가 한 차례 교체됐다"고 전했다.

국산 청우T&G가 만든 장비에서 2017년 이후 4번째 사고가 발생하자 업계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원희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홍보국장은 "신제품 기종으로 현장에 처음 설치된 장비인데 사고를 내면서 테스트를 하는 거냐"며 "조종사의 생명을 너무 경시하는 것 같다. 신규 장비에 엄정한 검증을 하겠다던 국토부가 또 거짓말을 한 셈이며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고용노동부에도 귀책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월 9일 설치된 타워크레인은 완성 검사 후 1월 11일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독자 제공
지난달 1월 9일 설치된 타워크레인은 완성 검사 후 1월 11일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독자 제공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 건설산재지도과 측은 여성경제신문에 "저희가 현장 설치 이전에 신고를 받고 작업이 있는 경우 관리 감독을 하고 있다"며 "현재 사고에 대해 인지하고 근로감독관들이 현장에 출동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시공사 측은 여성경제신문에 "설치된 지 오래된 것도 아니고 업체 계약도 직접한 게 아니라 뜻밖"이라면서도 "타워 제작 업체와 현장에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철거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LH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은 사고에 대해 인지한다면서도 대답을 회피했다. LH 측은 "저희에게 묻지 말고 시공사한테 물어보라"고 전했다.

이번 사고에 앞서 지난 21일 인천에서도 중국산 대형 타워크레인의 붐대가 부러져 와이어에 매달리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 용어 해설: 붐 (BOOM)
붐은 타워크레인 장비 가운데 팔처럼 앞으로 뻗은 긴 철근 장치를 의미한다. 끝에 달린 갈고리(인양 고리)를 활용해 물건을 달아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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