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교수 두 회사 감사위원 후보로
경영권 둘러싼 패싸움 부추기는 3%룰
대주주도 헤지펀드도 악용, 취지 무색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표 대결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가운데 한샘과 사조오양이 23일과 24일 정기주주총회를 가진다. /연합뉴스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표 대결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가운데 한샘과 사조오양이 23일과 24일 정기주주총회를 가진다. /연합뉴스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표 대결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주주행동이 본격화된 기업그룹에선 이른바 감사위원 선거를 두 탕까지 뛰는 인물까지 등장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정보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샘과 사조오양은 23일과 24일 각각 정기주주총회를 가진다. 주주행동주의자 전쟁터가 된 두 회사 주총 안건을 보면 이상훈 경북대 로스쿨 교수가 감사위원 후보로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끈다.

지난해 말 조창걸 전 한샘 회장의 지분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한샘의 최대주주가 된 IMM프라이빗에쿼티(PE)의 맞상대는 미국계 헤지펀드인 테톤캐피탈파트너스다.

주주명부 확정일 기준 한샘의 주주구성을 보면 IMM측이 28%, 테톤이 9%, 외국인 6%, 국내 개인 14%, 국내 기관 14%, 자기주식 28%다. 이런 상황에서 2대 주주인 테톤이 지난해 11월 신규 사외이사 선임과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로 이 교수를 추천하면서 두 사모펀드가 격돌했다. 

한샘 이사회 최대인원은 10명으로 현재 8명이 활동하고 있다. 사회이사 안건의 경우 이 교수가 이사회 멤버가 되려면 9%의 지분을 가진 테톤이 28% 지분을 가진 IMM을 넘어서는 찬성률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반면 감사위원 안건은 대주주 지분 3% 제한룰이 적용되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표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

조창걸 회장 일가가 지난해말 27.7%의 보유지분을 IMM측에 매각하면서 상당한 프리미엄을 받았지만 일반주주는 소외됐다는 것이 테톤과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28%에 달하는 자기주식의 조속한 소각을 요구하면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인 이 교수를 앞세웠다.

유튜브 삼프로TV에 출연해 발언하는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한샘과 사조오양의 감사위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삼프로TV에 출연해 발언하는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한샘과 사조오양의 감사위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유튜브 캡처

또 이상훈 교수의 이름은 다음날 열리는 사조오양 주총에서도 등장한다. 국내 대체투자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자산운용사인 차파너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가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로 이 교수를 추천한 것이다.

상법 582조와 시행령에 따르면 주권상장회사는 2개 이상의 다른 회사의 이사·집행위원·감사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최대 2개 회사까지 사외이사로 활동할 수는 있다는 의미다.

또 감사위원에 대한 특별한 규정은 없지만 복수의 회사(한샘과 사조오양)가 서로 중요한 거래 관계에 있거나 사업상 경쟁·협력 관계에 있는 회사가 아니라면 이 교수가 두 곳의 감사위원이 되어도 법적인 문제는 없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해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이 지분을 쪼개 다시 합하는 방식으로 3%룰을 악용한 것을 꼼수라고 비판해온 주주행동주의 운용사다. 당시 대주주 자격으로 사조오양이 모회사인 사조산업 지분을 매입하는 것을 지적했지만 그룹 차원의 지분 쪼개기로 소액주주의 감사위원 선임은 무위로 돌아갔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시 대주주 지분을 3%로 제한하는 법을 악용한 경영권 분쟁은 사조그룹뿐 아니라 국내 헤지펀드의 인수합병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키스톤PE가 KMH 경영권을 장악해 아시아경제신문을 인수한 것이 대표 사례다. 당시 KMH 최대주주 최상주 회장은 34.26% 이상의 우호지분을 가졌으나, 키스톤다이내믹투자목적회사(SPC) 6곳을 설립한 나머지 5개 법인이 3%씩 지분을 쪼개 보유하는 키스톤PE 작전에 무너졌다.

이밖에도 한국앤컴퍼니 주총에서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된 건도 3%룰을 이용한 사례다. 익명을 요구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느 나라에도 없는 3%룰의 부작용이 점점 커져가는 듯하다"며 "주주행동이 소액주주 본연의 역할을 점점 잃어가고 패싸움에 활용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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