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민심탐방-부산]
2018년 지방선거에선 민주당 압승
文정부 내로남불에 '보수텃밭' 회복
尹집무실, 국방부 이전엔 비판 여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월 15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거리 유세 현장에서 어퍼컷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운동 기간 중인 2월 15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거리 유세 현장에서 어퍼컷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 패배는 사필귀정 아닐까요."

'보수의 텃밭' 부산은 20018년 6월 13일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소위 '몰아주기'를 했다.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16곳 중 13곳에 '파란색 깃발'을 꽂아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나타난 문재인 정부의 바람이 부산에서도 불었던 탓이다.

하지만 불과 4년여 만에 부산의 민심은 180도 변했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한 박형준 시장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낸 데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60% 가까운 지지를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당선인에게 보냈다.

부산의 국민의힘 지지는 6.1 지방선거에서도 이어질까. 여성경제신문은 17일 부산을 찾아 불과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민심을 들어봤다.

부산에서 제일 먼저 마주친 시민은 부산역에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는 박모 씨(58·여)였다. 박씨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속았다며 다시는 속지 않겠다고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이) 부산을 서울처럼 만들어 준다고 해서 뽑아줬다"며 "그런데 앉혀놨더니 딸 뻘되는 여자한테 그 짓거리만 하지 않았냐"고 큰소리 쳤다.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사건을 비난한 것이었다.

부산역 광장에서 노점상을 하는 60대 이모 씨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세곤 기자
부산역 광장에서 노점상을 하는 60대 이모 씨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세곤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자신의 여성 보좌진에게 성추행을 한 혐의를 인정하고 2020년 4월 23일 사퇴했다. 오 전 시장의 사퇴 후 2개월여 뒤인 7월에는 역시 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성추행 의혹을 받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오거돈·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부산 시민들의 민주당 지지 철회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듯했다. 이날 취재진이 만난 부산시민 절반 이상이 '성추행 사건'을 언급하며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위선적 행태를 지적했다.

부산역 앞 광장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이모 씨 역시 민주당에 실망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치를 아는 건 아니지만 지난 선거(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뽑았다. 주변에도 대부분 민주당을 뽑았다. 보수정당이 잘못했으니 뭔가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더하더라. 범죄를 너무 저질러서 이번엔 다시 국민의힘을 지지할 생각이다."

이씨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택시들이 모여 있는 대기장소로 향했다.

부산에서 16년 동안 택시를 몰고 있는 정모 씨는 문재인 정부의 무능을 강하게 성토했다. 정씨는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은 없지만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이후로 삶이 너무 힘들어졌다"며 "방역지침도 일관성이 없고 무능력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부산역 광장에서 시민들이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세곤 기자
부산역 광장에서 시민들이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세곤 기자

지역 정가에 몸 담고 있는 박모 씨는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부산지역에서 '낙승'을 예상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부산 민심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의 말이다.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득표율이 지난해 재보선 결과에 못 미친다고 한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국민의힘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윤 당선인을 지지해서 찍어준 게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커서 정권교체 열망이 윤석열 당선인에게 투영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집무실을 국방부로 이전하는 얘기를 하는데 그게 무슨 소통이냐고 지역에서 벌써 수근거린다. 인수위부터 삐걱대면 지선에서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부산에서 58.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해 재보선에서 기록한 득표율(62.67%)에 못 미치는 수치다.

일각에선 이번 지방선거가 윤석열 정부 출범 3주 만에 치러지는 선거이니만큼 대선 성적표와 어느 정도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한다.

지방의회 한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 성적과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며 "부산에선 국민의힘이 매우 유리한 상황이다"고 했다. 이어 "당선 가능성이 높으면 출마 희망자가 쇄도하는데 지금 국민의힘이 그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부산의 경우 현직 박형준 시장의 재선 도전이 유력한 가운데 5선 국회의원인 서병수·조경태 의원과 3선의 이헌승·하태경 의원, 박민식 전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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