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 제정 촉구
국시 거부·동맹휴학 등 집단행동 방침은 철회
간호법 제정, 국민청원 20만명 이상 동의

"국회는 간호사법 제정하라."
"간호대학생들 뭉쳤다. 국회는 답하라."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영하 5~6도의 추운 날씨에도 매서운 칼바람을 뚫은 수십명의 구호가 울려퍼졌다.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와 전국 간호대학생 등이 참여하는 '간호법 제정과 불법진료·불법의료기관 퇴출을 위한 수요 집회' 현장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8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간호협회와 전국 17개 시도 간호사회, 현장 간호사와 전국 간호대학생들이 이 집회에 참여한다.
이날도 전국에서 간호대생들과 간호사 등 100여 명이 모여들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부 지침에 따라 집회는 국회 앞을 비롯해 국회의사당 삼거리 등 세 구역으로나눠 진행됐다. 각 구역별 참가자는 30명 정도였다.
집회 참가자들의 주요 요구사항은 ▲간호법 제정 ▲불법 진료 주범 의사 부정 해결 ▲법정 간호 인력 위반 병원 퇴출 등이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 간호대생들은 간호사 국가시험(국시) 거부와 동맹휴학 철회를 공식화했다.
박준용 전국간호대학생비상대책본부장(부산 동주대 학생)은 집회에 참석해 "국시 거부와 동맹휴학 철회는 간호법 제정 취지인 국민건강증진과 대립할 수 있다"며 "국시 거부와 동맹휴학 발언을 철회한다"고 했다.
앞서 전국 16개 시도 간호대학생 지역대표로 구성된 간호대학생비상대책본부는 지난 5일 열린 수요 집회에 참석해 법이 제정되지 않을 경우 국시 거부와 동맹휴학 등 집단행동을 선언한 바 있다.
박 본부장은 "국민과 함께, 간협과 함께 간호법을 향해 정직하고 당당하게 승리하는 길을 선택하겠다"며 "간호법 국민청원에 함께 해주신 20만명의 국민 여러분과 함께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청원은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저는 국민 옆에 남고 싶은 간호사입니다. 간호법 제정이 필요합니다' 제목 청원이다. 청원인은 글에서 간호법 제정을 통해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국민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에는 12일 오후 5시 20분 기준 22만 5000여 명이 동의했다.
이날 집회에는 대학교수들도 참여해 간호법 제정에 힘을 보탰다. 제자를 사랑하는 전국 간호대학교수 모임을 대표해 성명을 발표한 이화여대 간호대학 이건정 교수는 "간호대학생들까지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며 집회에 동참한 것을 보곤 사랑하는 제자들을 가르치는 대학교수로서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며 "간호법 제정을 위한 국회의 대승적 결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집회가 끝나고 나서도 그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한 집회 참여자는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책자를 나눠주며 '간호법에 관한 이야기인데 한 번 읽어달라'고 이야기했다. 책자를 받은 기자가 '춥진 않냐'고 묻자 "오늘 날씨가 추운 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간호계는 그동안 간호사의 전문성 등을 고려해 의료법과 독립된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간호사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과 함께 의료인으로 분류돼 의료법 적용을 받고 있다.
간호계의 요구를 반영한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올랐다가 보류된 상태다.
간협에 따르면 법안의 주된 내용은 △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화 △간호종합계획 5년마다 수립하고 3년마다 실태조사 △환자 안전을 위한 적정 간호사 확보와 배치 △처우 개선 기본지침 제정 및 재원 확보방안 마련 △간호사 인권 침해 방지 조사 및 교육 의무 부과 등이다.
한편 정치권도 간호법 제정 추진 의사를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1일 대한간호협회를 방문해 코로나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을 격려하고 간호업무환경 개선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제나 국민 곁을 지키는 간호사, 이제는 이재명이 지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며 간호법 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대한의사협회 등 10개 보건의료단체는 의료체계 혼란 등을 이유로 간호법 제정에 관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