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코 그릴'로 국산차 디자인 혁명
15년 근무, 현대차 디자인 혁신 밑그림
비어만도 퇴임, 유럽기술연구소 고문행

기아자동차의 K5./연합뉴스
기아자동차의 K5./연합뉴스

"저거 외제차 아니야?". 지난 2010년 출시한 기아자동차 K5 광고에 나오는 멘트다. K5는 당시 국산차에서는 볼 수 없던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해 5월 출시 이후 단 6개월 만에 판매량 5만여대를 기록하면서 1위를 꿰차기도 했다. 

2006년에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에 입사한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경영담당 사장의 첫 작품이 K5다. 이후 K7, K9 흥행으로 이어졌고, 모하비, 올 뉴 쏘렌토 등 SUV시장에서도 디자인 혁명을 이끌었다. 현대차그룹 디자인 혁신을 이끌었다고 평가되는 그가 약 15년 간의 한국 생활을 끝내고 본국으로 돌아간다. 

피터는 아우디 TT·A6·A3, 폭스바겐 파사트 B5·뉴비틀 등, 굵직한 명차 디자인에 본인 이름을 걸었다. 해당 차량은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그는 크리스 뱅글, 월터 드 실바와 함께 3대 자동차 디자이너라고도 불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피터를 직접 영입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팩트경제신문에 "정 회장이 피터를 데려오기위해 독일에 삼고초려로 찾아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피터 슈라이어./연합뉴스
피터 슈라이어./연합뉴스

전문가는 피터가 만들어놓은 디자인 철학이 국내 완성차 업체가 독일 3사 등과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 놓았다고 평가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팩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라면서 "현대차그룹의 디자인 철학을 정립시켰고, 정체성을 확립시켜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로 이끌었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쏘나타 DN8,기아의 뉴스포티지를 시작으로 피터가 정립했던 디자인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가 거세지고 있는 추세"라며 "현재 현대차에는 훌륭한 젊은 디자이너가 많고, 피터는 이들이 보다 더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구상하기 위한 도화지를 만들고 떠나는 것"이라고 봤다. 

피터와 함께 현대차그룹의 고성능차 개발을 이끈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 본부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그는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로써 엔지니어 육성, 고성능차 개발 및 런칭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최근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고성능 브랜드 N시리즈를 개발하기도 한 인물이다. 김 교수는 "요즘엔 벤츠의 AMG, BMW M시리즈 정도로 추려졌던 완성차 업체의 고성능 브랜드에 감히 현대차의 N시리즈가 비교되기도 하는 추세"라며 "알버트는 당초 BMW에서 M시리즈 연구개발을 주도해 온 인물인데, 고성능 모델 이외에도 수소연료전지 등 미래차 개발에도 힘을 쏟은 인물이다. 현대차 입장에선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고성능 모델 'N'을 소개하고 있는 알버트 비어만./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의 고성능 모델 'N'을 소개하고 있는 알버트 비어만./연합뉴스

비어만 사장은 당초 현대차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도 언급된 바 있다. 하지만 그룹 내에서는 외국인 부회장 승진이 아직 '시기상조'라는 관측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어만 본인이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지를 현대차에 밝혀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부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있었지만, 사실 비어만 사장은 지난해부터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했다"면서도 "하지만 그는 현대차 유럽기술연구소 등에서 앞으로도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현대차와의 인연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17일 2021년 하반기 임원 인사를 통해 현대차 66명, 기아 21명, 현대모비스 17명, 현대건설 15명, 현대엔지니어링 15명 등 총 203명의 사상 최대 규모의 신규임원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특히 신규임원 승진자 가운데 3명 중 1명꼴로 40대로 성과와 능력을 인정받은 우수 인재에 대한 발탁 인사가 크게 확대됐고, 연구개발(R&D) 부문 신규임원 승진자 비율이 37%에 달하는 등 실적 위주 인사가 이뤄졌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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