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안건조정위 통해 대선 전 처리 가닥
김종인이 주장해온 법···국힘당 노선 바꾸나
與 단독처리해도 野 형식적 반대에 그칠 듯

국민의힘 '윤석열 선대위'가 이준석 패싱으로 시작된 갈등을 일시적으로 봉합하면서 인선을 가까스로 마무리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표 입법' 속도를 높이고 있다.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12월 임시회를 앞둔 여야 의원은 전일 전체회의를 열고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은 사회적경제기본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공공기관의사회적가치실현에 관한기본법에 대해서도 안건조정위원회 개최를 추가로 신청했다. 패스트트랙 등 다른 방안도 강구됐지만 대선 전 처리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에서 이견이 있는 법안을 처리하기에 앞서 제1교섭단체와 동수로 위원회를 구성해 최장 90일간 법안을 심의하는 곳이다. 다만 야당 몫 조정위원에 장혜영 정의당 의원 또는 여당 성향 무소속을 앉히면 4대 2란 수적 우위를 누릴 수 있다.
이재명 후보는 앞서 한국노총과 만나 패스트트랙을 통한 처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은 상임위 심사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90일을 거쳐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안건조정위를 활용, 더 빠른 속전 속결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에서 노동이사제가 핵심 의제로 떠오른 것은 이 후보가 당내 선대위에 최우선 과제로 이를 선정해 줄 것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계는 공공부문에 한정되는 노동이사제가 대선 정국을 거쳐 민간부문까지 파급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4일 한 행사에서 "공공분야에서 준공공기관으로 확대하고 민간 영역으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기도 산하기관은 다 해놓았다.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일단 기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반발하는 모습이다. 박형수 의원은 "회의가 왜 소집됐냐. 이재명 후보 때문 아니냐. 이재명표 하명법"이라고 비난했다. 서병수 의원도 "민주당 후보의 선거를 위한 전략적인 목적으로 이렇게 한다고 밖에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의원들에게선 온도차도 느껴진다. 국민의힘 노동공약 개발을 도맡아온 임이자 의원은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는 장점이 더 많다"면서 긍정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웅 의원도 전면 도입은 어렵지만 (공공부문) 도입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
이에 더해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캠프 수장을 맡으면서 노동이사제를 둘러싼 국민의힘 입장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재위 국민의힘 의원이 절차상 문제를 들어 법안 통과를 막으려해도 숫자에서 밀릴 것이고, 반대하는 '헐리우드 액션'만 취하다 정리될 것이란 얘기다.
김 위원장은 노동이사제 도입 선봉에 서온 인물인다. 그는 지난 2016년 민주당 의원 시절에도 민간부문에까지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우리사주조합에 사외이사 추천·선출권을 부여하자는 내용이었다. 당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를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한 문재인 대통령도 김 위원장 주장을 바탕으로 민간 영역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김종인, '협치 내각' 연정 카드 만지작
노동이사 내주고 심상정 노동부장관?
김 위원장은 윤석열 캠프에 참가하면서 유독 '협치 내각'과 '연정'을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민주통합 정부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홀로 모든 걸 독식해야 한다는 사고를 버리고 협치 내지는 통합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2월 임시회에서 안건조정위를 거치면 법안은 내년 3월 9일 대선 전 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이 안건은 각 캠프 단일화 등 선거 전략과 맞물려 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일부 동의' 태도를 취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관망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캐스팅보트를 거머쥔 정의당은 대선 전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이사제와 관련 윤석열 캠프의 공식 입장은 정해진 것은 없다. 반대 목소리를 내더라도 결국 숫적인 열세에 밀려 결실을 얻지 못한 채 대선 정국에서 끌려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 측근 사이에선 "(노동이사제를 주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노동부장관으로 하는 연정은 어떠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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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 해설 : 노동이사제 노동자 대표가 기업 이사회에 이사로 참석해 발언권과 의결권 등을 행사하는 제도를 뜻한다. 찬성 측은 기관 경영에 노동자의 의견을 반영하면 경영 효율이 높아지고 서비스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노동자의 경영 참여로 인한 의사결정 지연과 투자위축 등을 우려, 성공 사례 없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