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작품, VR 형태로 구현 ‘감탄’
기술에 스토리텔링 합쳐지며 실질적 성장
“메타버스 화두 되면서 XR 콘텐츠 기대 상승”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화산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면서 모든 업계가 집중하기 시작한 VR(가상현실), XR(확장현실), 메타버스를 영화와 결합하는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열린 VR 콘텐츠 전시 ‘디지털 노벰버’(Digital November)엔 관람객들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11월 19일 시작해 12월 2일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외 14일간 진행한 ‘디지털 노벰버’는 전회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디지털 노벰버’는 주한프랑스대사관 문화과와 프랑스해외문화진흥원이 공동주최하고, 주한프랑스대사관 문화과·BIFAN·플랫폼엘이 주관하는 디지털문화축제로서 매년 11월 전 세계 100개국에서 열린다. 우리나라에선 서울 강남구 언주로에 위치한 플랫폼엘에서 진행됐다. 플랫폼엘은 전시와 퍼포먼스, 영상 등 다양한 장르와 매체들을 소개해 관객에게 다채로운 예술체험을 제공하고자 2016년 설립된 아트센터다.
이번 전시 작품은 BIFAN 초청작인 ‘잊혀진 작품: 버즈 오브 프레이’, ‘미싱 픽처스: 차이밍량’, ‘회화의 탄생’, 그리고 국내에 첫 공개된 ‘노트 온 블라인드니스(Notes on Blindness)’로 구성돼 전편 무료 공개됐다.

전시 작품 가운데 ‘잊혀진 작품: 버즈 오브 프레이’와 ‘미싱 픽처스: 차이밍량’은 화제의 VR영화 프로젝트 ‘미싱 픽쳐스’ 시리즈 작품이다. ‘미싱 픽처스’는 감독들이 여러 이유로 제작하지 못한 미완의 작품을 VR의 형태로 구현해보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잊혀진 작품: 버즈 오브 프레이’와 ‘미싱 픽처스: 차이밍량’에는 세계적인 감독 아벨 페라라와 차이밍량이 등장한다. 거장들의 상상력 속으로 들어가는 체험을 선사함으로써 기존의 영화 코멘터리와는 다른 경험을 관객에게 제공한다. 아벨 페라라 감독과 차이밍량 감독에 이어 이명세 감독과 일본의 가와세 나오미 감독 편도 한국전파진흥협회(RAPA) 지원을 받아 제작 중이다.
‘미싱 픽처스’ 첫 번째 에피소드인 ‘잊혀진 작품: 버즈 오브 프레이’는 프리 프로덕션 자료를 기반으로 구성된 애니메이션이다. 3D 볼류매트릭 캡처를 통해 촬영된 아벨 페라라 감독이 등장해 이 작품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무산됐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이 주요 관전 포인트다.
‘미싱 픽처스: 차이밍량’은 차이밍량 감독의 어린 시절 추억을 배경으로 한다. 차이밍량 감독은 그가 태어나 성장한 말레이시아의 60년대 한 극장에 앉아 그 시절에 본 영화를 추억한다. 영화에 대한 꿈을 키운 어린 시절, 차이밍량의 예술 세계 시작점이 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회화의 탄생’을 통해 관객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적 발견 중 하나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쇼베 동굴을 탐험해보는 체험을 하게 된다. 지하 세계를 탐험하며 벽에 남아있는 흔적을 통해 최초의 인류, 선사 시대의 조상을 만날 수 있다. ‘스타워즈’ 히로인인 데이지 리들리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마지막으로 국내 처음 공개되는 ‘노트 온 블라인드니스(Notes on Blindness)’는 다년간에 걸쳐 점차 시력을 잃어버린 작고한 신학자 존 헐의 육성 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VR작품이다. 보는 것 너머의 세계로 이르는 감정적, 인지적 여정을 선사한다.

BIFAN은 2016년부터 국내 영화제 중 최초로 VR·XR 콘텐츠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개최해왔다. 2019년부터는 ‘비욘드 리얼리티’ 섹션을 신설해 보다 폭넓은 작품들의 관람 경험을 제공했다. 올해 영화제 개최 기간을 포함한 18일 동안 인천국제공항에서 개최된 ‘비욘드 리얼리티’에선 VR 애니메이션계 선두주자 바오밥 스튜디오 특별전과 ‘XR3’(칸·트라이베카·뉴이미지영화제 공동 기획) 전시 작품, 한국을 대표하는 김진아·이승무 감독의 신작 등 80여 편을 소개했다. 김진아 감독은 ‘소요산’으로 최근 제27회 제네바국제영화제 가상현실 경쟁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영화업계가 VR·XR·메타버스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만큼 관객 관심도 및 호응 역시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BIFAN ‘디지털 노벰버’ 전시를 관람한 실관객들은 포털사이트 및 전시 현장 메모판에 “눈을 돌리니 새로운 세상이 이미 있었군요”(mari**), “기대 이상의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sara**),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였어요”(happ**), “눈앞에 보이는 장면 하나하나 환상적이었습니다!”(bewi**), “퀄리티 좋은 작품을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dlwl**) 등 호평을 쏟아냈다.
또 “VR만이 전해줄 수 있는 또 다른 소통의 경험이 참 좋았습니다”, “진짜 다른 영역의 영화인 것 같습니다”, “새로운 형식의 영화를 봐서 좋았습니다”, “최신 기술을 통해 잊혀진 것들, 만들어지지 못한 것을 보니 독특한 감정이 몰려왔습니다” 등 새로운 기술과 융화된 영화 결과물에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BIFAN 김종민 PD(XR 큐레이터)는 “메타버스가 화두가 되면서 XR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것 같다. 좋은 작품에 공감해주신 관객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좋은 작품에 공감하는 관객들과 함께 XR 콘텐츠의 실질적인 성장이 이뤄지는 과정에 기여할 수 있는 ‘비욘드 리얼리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영화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3일 평창국제평화영화제와 강원대학교 LINC+사업단이 개최한 아트테크융합포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메타버스가 바꿀 미래’를 주제로 한 이날 포럼에서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방은진 집행위원장은 “여전히 힘든 시기지만 현재에서 과거를 읽어내고 미래를 추측하며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포럼에서 김범주 유니티코리아본부장은 “메타버스를 희망으로 예상하는 사람도 있고 잠깐의 유행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며 “메타버스가 추상적인 세계를 구체적으로 구축해가며 현실과 닮아가는 방향이라 생각하고 나아간다면, 길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BIFAN 김종민 PD는 “메타버스 시대는 곧 스토리텔링 시대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드는 것보다 어떤 콘텐츠를 만드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에서, 이상향에 대한 꿈과 비전을 잘 구현하는 형태로 메타버스가 발전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채수응 영화감독은 “지금은 스토리텔링과 기술이 합쳐지며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시기”라며 “메타버스는 더 이상 SF에 존재하지 않는다. 메타버스에 대해 많이 알아야 준비할 수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