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NFT 장착하고 공격적 협업
여러 차례 재오픈 연기···신뢰 하락 리스크
“이용자 신뢰 회복에 콘텐츠 강화도 과제”

싸이월드가 재오픈 일정을 확정했다. 싸이월드는 최근 외부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커뮤니티 그 이상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상하는 등 공격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중이다. 다만, 재오픈을 여러 차례 연기했던 전력 탓에 이용자 신뢰를 다소 잃었다는 점은 리스크다.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싸이월드제트는 오는 12월 17일 싸이월드 정식 서비스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서비스 중단 이후 약 2년 2개월 만이다.
싸이월드는 최근 IT업계 화두인 메타버스와 NFT(대체불가토큰)를 내세웠다. 기존 싸이월드 사용자에게 익숙했던 미니홈피는 2D에서 3D로 구현하고, 싸이월드 내 화폐인 도토리를 지불해 미니룸 꾸미기 아이템이나 배경음악(BGM) 등을 구매 혹은 선물할 수 있다.
여기에 한글과컴퓨터와 손잡고 ‘싸이월드-한컴타운’ 플랫폼을 공개할 계획이다. ‘싸이월드-한컴타운’은 2040 세대를 겨냥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IBK기업은행, 롯데카드 등 금융서비스나, 메가박스 등 문화 서비스를 메타버스 내에서 체험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을 통해선 도토리 구매건수에 따라 리워드를 제공하는 등 싸이월드 특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싸이월드제트는 향후 의류, 유통 등의 분야 브랜드와 협업을 추진하면서 ‘싸이월드-한컴타운’을 확장시키겠다고 밝혔다. 게임형 메타버스가 아닌, 생활형 메타버스라는 것이 싸이월드 측 설명이다.
NFT도 연계해 싸이월드 내 아바타 서비스인 미니미를 이용, 이용자들이 제작한 콘텐츠(UCC)를 NFT로 제작 및 유통하는 서비스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싸이월드는 과거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인기를 모았던 곡들을 리메이크하는 ‘싸이월드 BGM 2021’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다날과 협업해 싸이월드 내 간편결제 서비스인 싸이페이를 도입할 예정이다. 메타버스 내 쇼핑이 가능하도록 GS리테일과 협업하고, 초록뱀컴퍼니와도 지분투자 업무협약을 진행했다.

이처럼 다양한 협업과 플랫폼 확장을 발표, 덩치를 키워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싸이월드지만, 정작 재오픈에 대한 기대감은 예전만 못하다. 지난 3월 서비스 재개를 예고한 이후 여러 차례 재오픈 일정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이번 역시 정상적으로 재오픈할 수 있을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싸이월드는 올해 3월 서비스 재개를 목표로 재정비에 박차를 가했다. 기술이 발전한 만큼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장착할 예정이었다. 스카이이엔엠, 인트로메딕 등 5개 법인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싸이월드제트를 설립, 전제완 싸이월드 전 대표와 서비스 양수양도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싸이월드 서비스 재개는 시기가 임박할 때마다 연기됐다. 당초 예고됐던 3월 서비스는 모바일 및 웹브라우저 버전의 싸이월드를 동시에 선보이겠다며 5월로 연기했다. 5월에도 싸이월드제트 측은 기존 싸이월드 고객들의 정보와 사진 등 데이터 복원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서 7월로 연기했다. 7월 서비스는 해킹 이슈로 미뤄졌다. 거듭되는 싸이월드 서비스 재개 연기에 실망한 이용자들은 싸이월드제트 측이 서비스 재개 시점을 발표할 때마다 ‘월례 행사’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이후 싸이월드는 8월 로그인 서비스를 포함한 맛보기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이용자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과거 싸이월드 서비스 이용 내역과 사진 한 장뿐이었다. 10월 추가 서비스 오픈을 통해 동영상 썸네일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원래 계획이었던 지난 3월 이후 서비스 재개가 8개월이나 미뤄졌지만, 이용자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본인의 정보가 백업돼 있다는 사실 정도다.
싸이월드제트 측은 이런 서비스 재개 지연이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기존 데이터를 복원하면서 모바일 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 개발까지 같이 이뤄져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또 방대한 데이터 복원과 클라우드 이동, 개인정보 이슈 등도 얽혀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용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싸이월드제트 측이 아예 처음부터 서비스 재개 시점을 넉넉히 잡고 개발을 진행했다면, 지금처럼 ‘무리하다가 재개가 임박해서야 또 연기한다’는 비판을 듣진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하는 의견도 내고 있다.
마케팅 전문 기업 ‘오픈콘텐츠’는 “싸이월드가 서비스 재개를 앞두고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은 바로 이용자 신뢰 회복이다. 기존 이용자들의 추억만으로 싸이월드를 유지하기엔 한계가 존재한다”며 “고도화된 기술과 재미있는 콘텐츠는 서비스 재개 후 기존 이용자 이탈을 방지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지만, 신뢰가 깨진다면 이용자들은 자신의 과거 사진만 다운받고 싸이월드를 떠나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8월 맛보기 서비스를 오픈했지만, 오래 기다려온 이용자들에겐 한참 부족하다못해 실망감을 주는 콘텐츠 양이다. 12월 오픈에서 제공하겠다고 대대적으로 알린 메타버스와 NFT 등 예고했던 콘텐츠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이전의 기대감이 하락하면서 더 큰 실망을 안기게 될 것”이라며 “결국 싸이월드는 서비스 재개를 계속 연기하면서 이용자 신뢰 회복과 콘텐츠 강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스스로 떠안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