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팩트탐사]
법인 과세 속내 숨기지 않는 기재부
다주택자 감소 효과 없는데 '헛바퀴'
유통3사 과세액 1세대1주택자 넘어
전월세·물가 상승···서민들에 부메랑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종부세 대상자들에게는 종부세가 그야말로 세금 폭탄일 수밖에 없다. 세금은 현금으로 내는데, 1주택 보유자 중에는 수입이 별로 없는 고령층들도 있다. 더구나 코로나 사태로 소득이 정체되거나 줄어든 사람들도 많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모든 정책에는 철학이 담겨 있고 정치인이 서 있는 위치를 보여준다. 주택청약에 대해선 잘 알지도 못하더니 상위 1.7%만 부담하는 종부세는 적극적으로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윤 후보님을 보며 든 생각이다."
23일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발송을 계기로 정치권에선 '세금폭탄' '가짜뉴스'란 자극적인 용어가 난무하고 있다. 실제적인 부동산 안정화와 민생경제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소모적인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부동산 시장에선 벌써부터 집값 상승 우려로 전·월세 가격이 들썩이는 분위기다. 정부가 종부세 과세 전 다주택자 매도를 유도하기 위해 10개월의 유예기간을 가졌으나 시장은 내내 정반대로만 움직였다.
종부세는 재산세 과세 대상 주택과 토지를 소유한 개인과 법인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법인의 과세 비중이 높아 실제적으론 다주택자 규제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주택 규제에 효과 없는 제도
매도량 줄고 집값 상승 불보듯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도 종부세 전체 고지세액 5조7000억원 가운데 89%인 5조원이 기업 등 법인 부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11%가 개인 부담이었다. 1세대 1주택자는 전체의 3.5%인 2000억에 불과했다.
정부도 법인 과세가 종부세의 목적이란 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김태주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법인을 통해서 종부세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작년에 과세를 강화했다"면서 "대부분의 국민들한테 가는 세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달리 말해 부동산 안정화라는 정책목표 달성과는 거리가 먼 제도임에도 강행 추진해왔다는 얘기인데, 국민도 속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해 8월 종부세법 개정 이후 다주택자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 6월 과세 기준일까지 10개월의 유예기간을 가졌지만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국토교통부 통계도 이같은 상황을 보여준다. 지난 1년간(2020년7월~2021년6월) 2주택 이상 보유자 주택 매도 현황을 보면 1만8806건으로 직전년도(2만9833건) 대비 1만1027건(3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다주택자 비중도 17%에서 16%로 1%p 줄어드는데 그쳤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올해부터 시행된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으로 전세값이 계단처럼 뛰어 오르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정한 4년 짜리 세입자 보호법에 발이 묶인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신규 계약 때 한꺼번에 올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지난달 123만4000원을 기록해 작년 10월(112만원)과 비교해 10.2% 올랐다. 종부세 부담이 큰 강남권 아파트의 평균 월세 가격은 지난달 기준 129만4000원으로, 강북권 117만2000원보다 12만2000원 높다. 전국 아파트 평균 월세도 80만2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2.5% 올랐다.
정부는 이와 관련 임대료는 수요 공급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므로 전월세 부담이 전가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고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부담을 강화하는 것은 결국 세입자들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공급이 부족한데 세금만 올려놓으면 결국 타격은 무주택자들이 받을 것"이라며 "집값이 오른 만큼 전셋값이 따라서 오르는 것은 경제원론 수준의 상식"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 등 매년 2500억 넘게 납부
판관비↑··· 장바구니 물가에 악영향
집값 상승뿐만 아니라 과세 대상의 89%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의 종부세 부담 급증은 서민들의 물가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유통업체의 토지관련 비용 부담 증가가 장바구니 물가를 높이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롯데쇼핑‧신세계그룹‧현대백화점그룹 등 오프라인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운용하는 유통사들은 올해도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지난해 롯데쇼핑이 종부세로 낸 돈은 1222억원. 신세계는 자체적으로 492억원(57%), 계열사인 이마트를 통해 292억원의 종부세를 냈다. 아울러 현대백화점은 860억원의 종부세를 냈다. 이를 합하면 1세대 1주택자들이 낸 종부세(2000억원)의 1.5배 규모다.
종부세는 소득이 아닌 부동산 가치를 일부 떼어 납부하는 세금이다. 이 때문에 소득이 낮은 경제활동 은퇴자들에게 커다란 고통을 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훈 경제지식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세금 때문에 이사 가야 한다면 국가가 개인의 삶에 폭력을 행하는 것과 같다"며 "정부가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높이고 싶다면, 소득세 최고한계세율을 더 높이는 것이 부작용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