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48% 증가에도 적자 늪에서 허우적
택배 직고용·쿠팡플레이 고투자 악영향
유튜버도 비판···증권가도 "투자에 유의"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는 "과감한 투자가 매출성과를 만들었다"고 언급했지만 주가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쿠팡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는 "과감한 투자가 매출성과를 만들었다"고 언급했지만 주가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쿠팡

쿠팡이 연이은 최대실적 발표에도 주가는 30달러 미만에 머물며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다수의 기업들이 불황형 흑자를 견뎌내고 있다면 쿠팡은 매출은 느는데도 영업손실은 계속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형국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는 "과감한 투자가 매출성과를 만들었다"고 언급했지만 주가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쿠팡의 3분기 매출은 46억4470만 달러(약 5조4784억원)로 작년 동기 대비 약 48% 이상 증가한 결과를 보여줬다.

매출만 보면 쿠팡 성장세는 무시 못할 수준이지만 영업손실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020년 3분기 적자 1억 7299만 달러(약 2050억원)대비 올해 3분기 적자는 3억 2397만 달러(약 4000억)로 87% 가량 급증했다. 4분기까지 1조3300억원 이상의 누적 순손실이 예상된다.

유통업계 특성 상 매출보다는 영업이익이 질적성장을 보여준다. 쿠팡은 규모의 경제를 표방하곤 있으나 매입이 많아 흑자를 보여주지 못한다. 같은 이커머스 업계인 이베이코리아(옥션·G마켓 운영)는 흑자 경영의 대표적 예시다. 작년 기준 이베이코리아 매출액은 1조3000억원으로 쿠팡보다 적은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850억원로 발표됐다. 또 이같은 흑자는 16년 연속 발생하고 있어 쿠팡보다 낮은 시장점유율에도 이마트로부터 80% 지분 인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주식시장도 매출이 아닌 손실에 반응한다. 지난 3월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쿠팡 주가는 지속해 떨어졌다. 23일(한국시간) 쿠팡 주가는 26.51달러(약 3만2000원) 선에 거래되면서 지난 10월 4일 25.75달러를 찍은 이후 다시 최저점을 향하고 있다.

쿠팡의 시가총액은 어느덧 큰 폭으로 하락한 약 55조 규모가 됐다. 주가가 최고점이던 69달러 당시 시가총액 규모(약 100조원)와 비교되는 모습이다.

쿠팡 적자의 큰 두 축은

택배 직고용·쿠팡플레이

전문가들은 택배 직고용이 쿠팡 장기 손실에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쿠팡은 택배 기사 '쿠팡친구'를 직고용해 △택배 분류 작업 자동화 △주 52시간 노동 △4대 보험 보장 등 고용 안정 및 근무환경을 보장한다.

기존 택배 업계는 6일 근로(주 70시간 이상)인 경우가 많아 쿠팡 직고용 방침이 사회적으론 환영받았으나 재무적 측면에서는 독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기업에서는 연차에 상응하는 노동비용이 증가하는 현실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적자기조인 쿠팡이 고용을 지속하면서 과도한 임금비용을 감당하기엔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례로 택배 직고용 출범 전, 쿠팡은 AI 물류 작업에만 4850억원을 투자했다. 또 택배 기사에게 분류 업무를 전가하지 않기 위해 고용한 전담인력 4400명도 있었다. 이들의 인건비까지 고려했을 때 투자 규모는 대폭 확대된다.

택배업계에선 개별 택배 단가 인상 움직임도 나타나면서 택배 직고용을 위한 쿠팡의 비용 투입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 측은 “인건비 및 운영비 증액에 9500만 달러(약 1120억 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닐슨 코리아는 쿠팡플레이를 OTT 순위 9위로 발표하며 고투자 저성과 문제를 지적했다./ 닐슨 코리아
닐슨 코리아는 쿠팡플레이를 OTT 순위 9위로 발표하며 고투자 저성과 문제를 지적했다./ 닐슨 코리아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이커머스 경쟁 심화도 쿠팡 적자 요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위드코로나 정책 비교 보고서를 통해 수요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옮겨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커머스 업계는 위드코로나로 줄어들 이커머스 점유율 경쟁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판관비 경쟁을 벌여 모두 적자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이커머스 경쟁에서 쿠팡은 고객 ‘록인효과’ 유치를 위해 쿠팡플레이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1000억원 투자 대비 실적이 쿠팡 손실에 기여했다는 말도 나온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 코리아는 쿠팡플레이를 실질 콘텐츠 시청 비중이 낮은 OTT로 분석하며, OTT 평균 대비 낮은 중이용자 수치를 보고했다. 특히 해당 보고서는 쿠팡플레이를 OTT 순위 9위로 발표하며 고투자 저성과 문제를 지적했다.

블랙록 천문학적 투자금 쏟아부었지만

유튜버도 비판 "흑자전환 청사진 없어"

적자에도 쿠팡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에는 막대한 미국자본 투자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있다. 이들은 2018년 적자 누적으로 자본잠식 상태인 쿠팡에 4200억원 투자를 이끌었다. 당시 피델리티·웰링턴 자산운용사도 함께해 쿠팡이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로 받은 자본금 규모만 4억 달러(한화 약 4746억원)였다. 당시도 쿠팡은 손실규모가 컸지만, 투자유치에 앞서 국내 1위 이커머스 기업이라는 프리미엄이 존재했다.

그러나 현재 쿠팡은 흑자전환 호도나 투자 유치도 낯부끄러운 상황이다. 충성고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속된 리스크와 주가 하락이 좋게 비춰질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PB출신 펀드 매니저 유튜버 ‘여의도촌놈’은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테이퍼링 가속화와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로 악조건이 만연하다”며 “현 상황이 쿠팡 성장에 대한 매력도를 훼손할 우려가 있어 투자에도 소극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흑자전환 등 미래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업계에선 쿠팡에 개선점이 필요하다는 질책도 나오지만 쿠팡은 ‘계획된 적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투안 팸 쿠팡 CTO는 쿠팡이 성장 초기임을 강조하며 “단기적 고통을 감내해 고객 감동과 장기적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 용어 해설: 록인효과

새로운 상품모델이 나와도 소비자가 소비를 전환하지 않고 기존 소비 모델이나 서비스에 머무르는 현상을 의미한다. 대체로 기업에서 재구매를 이끌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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