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보장된 '독립 사업권' 무력화
유한기 등 배신으로 견제 능력 상실해
주민 환지요구 묵살 → 화천대유 등장
국민의힘 "최병진 등 인적사항 보겠다"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24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24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성남시 대장지구 도시개발 사업협약 직전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상임이사가 황무성 전 사장의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유 이사 이외에도 이재명 당시 시장 측이 2015년 5월 29일 이사회에 참석한 임원진 전원을 자기 사람으로 채운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사회는 사장을 포함한 3인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 5명, 감사 1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3월 10일 사퇴한 황 전 사장의 자리는 '공석'이 됐고 결국 유한기·유동규 씨와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임명한 비상임이사 3명이 안건을 통과시켰다.

26일 팩트경제신문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이사회 회의록과 정관을 검토한 결과 황 전 사장은 재임시절 이사회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람들로 구성돼 법적으로 독립된 사업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장 해임권한 시장에게도 있지만 
경영상 '근거' 부족할 땐 해임 어려워

지방공사는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성 확보를 위해 50% 이상을 출자한 법인으로 독립된 사업권이 보장돼 있다. 지자체장이 사장과 비상임이사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다. 반면 사장에게도 내부 직원격인 상임이사 임명권이 주어져 서로 견제가 가능하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정관도 이같은 규정을 따르고 있다. 이 후보는 "(황 전 사장에 대한) 임명과정은 인사위원회 등 규정된 절차에 의해 아주 전형적이고 객관적인 채용절차를 거쳤다"고 강조했다. 그는 황 전 사장이 공모로 뽑힐 때까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유동규 씨의 압력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된 것에 대해서도 그는 "여론을 조작하려는 일부 세력들의 시도"라고 일축했다. 또 그러면서 "황 전 사장이 그만둔다고 했을 때 '왜 그만두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당시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고도 덧붙였다.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을 내보낸 뒤 진행된 성남의뜰 사업협약 체결 이사회 참석자 명단.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을 내보낸 뒤 진행된 성남의뜰 사업협약 체결 이사회 참석자 명단.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지방공사장을 공모로 채용하고 상임이사 임명권을 주는 것은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그럼에도 성남의뜰과의 사업협약 체결에 앞서 황무성계로 분류되던 유한기 씨가 황 사장의 사퇴를 종용한 과정에서 윗선(유동규·정진상 씨)이 지시한 정황이 드러난 것.

물론 지자체장은 사장의 경영성과가 나쁠 경우 임기 중 해임할 수도 있고 반대로 연임을 시킬 수도 있다. 다만 △경영성과계약의 이행실적 △경영평가의 결과 △사장의 업무성과 평가 결과가 고려돼야 한다. 그런데 황 사장의 중도 사퇴엔 이같은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게 문제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황 전 사장에게 사직서 제출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유한기 씨가 "사장님은 너무 순진하다" "시장님 명이다"라고 발언한 점을 부당한 압력의 증거라고 지적했다. 황 전 사장도 "재임 당시 유동규 씨가 인사를 포함해 모든 일을 다 했다. 일반 대기업은 사장에게 전권을 주지만 이곳은 제약조건이 많았다"면서 당시 상황을 부인하지 않았다.

경기 평택도시공사 사장을 지낸 한 인사는 "지방공사가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사장에게 최소한의 권한(상임이사 인사권 등)이 주어지는 것인데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처음부터 견제 장치가 무력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주민 의견 검토가 화천대유엔 걸림돌
이사들 인적사항도 파악 못한 시의회

유한기 씨가 황 전 사장에게 사퇴압박을 가한 날은 2015년 2월 6일이다. 황 전 사장은 한 달 뒤인 2015년 3월 10일 임기 1년 반을 남기고 공사를 떠났다. 이후 2015년 3월 27일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대장동 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사업협약 체결안은 황 전 사장의 자리가 비워진 가운데 열린 5월 29일 이사회에서 승인됐다. 당시 의장은 이재명 후보가 임명한 비상임이사인 최병진 씨였다. 비상임이사 가운데 정중완·윤용건 씨가 참석했고 전형수·설문경 씨는 불참자로 나타났다.

 

이재명 지사의 도시개발 구역지정 이전 사업방식 결정으로 환지방식을 요구해온 주민들 의견은 묵살되고 화천대유가 등장했다. /팩트경제신문
이재명 지사의 도시개발 구역지정 이전 사업방식 결정으로 환지방식을 요구해온 주민들 의견은 묵살되고 화천대유가 등장했다. /팩트경제신문

황 전 사장은 이재명 후보가 도시개발 구역지정고시(2014년 5월 30일) 두 달 전인 3월 20일 토지를 강제 수용하는 방향으로 사업시행 계획을 미리 결정하면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지역 주민 간 합의을 통해 환지방식 또는 수용방식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온 그는 결국 중도에 사퇴하고, 이후 화천대유가 등장했다.

'환지'란 구역 내 토지의 소유권을 유지한 채 사업시행 후 권리 면적 만큼 분양권 등을 이전하는 것으로 토지수용과 함께 도시개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제도다. 지정고시가 이뤄지면 환지를 요구하는 주민들은 전체 면적의 3분의 2, 토지주의 2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어 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하지만 날치기 이사회로 인해 화천대유에 재산권을 약탈당한 처지가 됐다.

이밖에도 성남시의회 의원들이 이사회 구성원들의 신상조차 파악하지 못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도시건설위원장인 박호근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이들의 인적사항을 요구하는 팩트경제신문의 질문에 "우리가 그런거까지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반면 이기인 국민의힘 시의원은 "최씨를 비롯한 비상임이사들이 어떤 사람인지 지금이라도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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