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하락폯에 따른 공포심리, 결국 장기투자가 답?
단타를 노리기보다 "투자 대상에 깊이 파고 들어야"

경제는 매우 이성적인 분석 대상인 것 같지만 실상 그 속에서 활동하는 주체는 항상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대단히 감성적이고, 비논리적인 심리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하는 사람들을 봐도 그렇다. 기술 분석이네, 가치 분석이네 하고 논리적 잣대를 들이대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탐욕과 공포에 휩싸인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관찰하고, 그 마음을 제어하기 위해서 때로는 이성적인 분석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이성적인 분석이 먼저라기 보다는 마음을 제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공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코인 시장에서 아는 만큼 버틸 수가 있다는 이야기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주식시장도 그렇지만, 단타로서 계속 이기는 게임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심리적으로도 늘 불안한 상태가 된다. 한두 번 운이 좋아 벌 수 있을지는 몰라도, 고도로 훈련된 트레이더가 아닌 일반인이 단타로 돈을 지속적으로 벌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가격이 오를 때는 탐욕에 휩싸이고, 내릴 때는 공포에 빠지도록 습관화된 나의 감정을 이기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보다 더 많은 정보와 규모를 가지고 움직이는 세력과 경쟁해서는 승률이 더욱 나빠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일반적인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장기 투자 전략이다.
장기 투자도 그냥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장기 투자를 해야겠다고 결심해도,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보면 금방 갈대처럼 마음이 또 흔들린다. 정부 관리가 부정적인 말 한마디만 해도 하루 아침에 휴지가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이런 공포를 이겨내려면, 신념에 가까울 정도의 확신이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런 확신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투자 대상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만 할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흐름의 맥락도 잘 파악해야만 한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
또한 최악의 경우, 투자 원금을 날리더라도 경제적 파탄이 발생하지 않을 정도까지만 투자 해야 한다. 이거 무너지면 '인생 끝장'이라는 마음으로 장기 투자를 할 수 없다.
투자 시점을 잘 고르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물론 가격이 저렴할 때 들어가서, 비쌀 때 팔고 싶은 것은 모두 같은 생각이지만, 여기서도 감정이 개입된다. 막상 가격이 폭락하면 더 살 수가 없어진다. 공포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는 이럴 때 사야된다고 판단하지만, 공포에 휩싸인 내가 그런 이성적인 판단을 따를리 없다. 때를 고른다는 명분으로, 우유부단한 감정을 정당화하기 쉽다. 결국 조금 더 바싸게 샀는냐 아니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아예 사지를 못하는게 문제다. 그럼 어떻게 해야될까?
분할 매수는 투자 시점을 고르는 고민을 들어준다. 좋은 투자 대상이라고 판단하면, 지체하지 말고 소규모의 금액이라도 투자를 한다. 그리고 여유가 있을 때마다 가능한 정기적으로 투자 금액을 늘리는 것이 좋다. 가격이 폭락했을 때, 만일 본질적인 가치가 훼손된 경우가 아니라면, 좀 더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다. 미리 정한 장기적인 목표에 다다르지 않은 상태에서 중간에 장기 투자에서 이탈을 하는 것은 투자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수익을 실현할 때도 분할해서 판매하는 것이 유리하다. 언제가 고점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우 상식적인 이야기다. 그렇지만 이런 정도의 상식적인 지침도 따르기가 쉽지 않다. 코인 시장에서는 뭔가 대단한 성공 전략이나 투자 기법이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런 것은 없다. 매우 단순하고 간명한 원칙을 일관성있게 고수하는게 최선이다. 매일 살까 팔까를 고민하는 대신, 투자 대상에 더 깊이 공부하는게 훨씬 더 도움이 된다. 더 나아가 코인 시장은 커뮤니티가 매우 중요한 기반이다. 코인의 가치는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커뮤니티의 크기와 힘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단순한 투자자에서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고, 공동으로 지향하는 바의 실현과 확대를 위해 노력해보는 것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코인을 사서 중앙화된 거래소에 그냥 맡겨 놓고 있는 것보다는, 개인 지갑을 만들어 직접 관리도 해보고, 여러가지 탈중앙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구동하고 사용해보면서 이것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도 생태계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다. 자신이 투자한 대상의 가치를 스스로 키우는 기회가 열려 있다.
투자가 돈과 관련되어 있다면, 사실 더 근본적인 영역은 돈의 심리학이다. 돈과 관련하여 사람들이 행하는 비이성적인 행동 양식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연구 영역이 행동경제학이다. 이게 기존 경제학의 연구 성과를 다 무효화한다고 이야기하면 지나친 과장이겠지만, 지금까지 잘 다루지 않은 주제들에 대해 흥미로운 시각과 활용 방법을 제공한다. 크립토 이코노미 설계에서 게임이론과 행동경제학이 많이 언급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얼마 전 EBS에서 방영한 듀크대 댄 에리얼리의 [돈의 심리학] 강좌는 쉬우면서도 흥미롭게 이 주제를 잘 다루고 있다. 꼭 시간을 내어 시청하기를 권한다. 투자와 관련해서도 시사점이 있지만, 크립토 이코노미 설계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국내 블록체인 커뮤니티 1세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 석사 출신으로, 이후 미국 텍사스주립대(오스틴) 커뮤니케이션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아톰릭스랩 대표로 서울 이더리움 밋업 공동 운영자, 한국이더리움 사용자그룹 운영자를 역임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국내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 서울 이더리움 밋업과 한국 이더리움 사용자 그룹을 중심으로 이더리움 커뮤니티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2018년 아톰릭스랩 설립 후 개인키를 보다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키관리 솔루션과 이에 기반한 Dapp 지갑을 개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