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공동의견서 "사실상 강제 의무화"
"중견·중소기업 공공조달 배제될 우려도"

코로나 팬데믹 확산과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공감대 등으로 산업계와 금융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ESG를 향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영문 앞글자를 딴 약자로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의미한다. / 픽사베이
코로나 팬데믹 확산과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공감대 등으로 산업계와 금융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ESG를 향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영문 앞글자를 딴 약자로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의미한다. / 픽사베이

코로나 팬데믹 확산과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공감대 등으로 산업계와 금융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ESG를 향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영문 앞글자를 딴 약자로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의미한다. 최근 발의된 ESG4법을 두고 경제계는 사실상 규제 강화가 될 것으로 보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국민연금법, 국가재정법, 공공기관운영법, 조달사업법 등 4개법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권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ESG4법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히고, 시대적 흐름과 개혁 명분도 강한 법안인만큼 야당 역시 반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경제계는 의무화까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정면으로 ESG4법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에 나섰다.

ESG4법은 국민연금법·국가재정법·조달사업법·공공기관운영법 일부 개정안으로 연기금 투자나 공공조달 사업자 평가에 기업에 대한 ESG 평가를 의무화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연기금을 운용할 때 반드시 ESG 요소를 고려한 투자를 해야 한다. 

이처럼 해당 법안은 산업계 전반에 ESG가 강화되면서 관련 조항을 강화하고 신설한다는 취지이지만, 기업들은 사실상의 규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개정안 취지대로라면 자본시장의 '큰 손' 격인 국민연금이 기업에 ESG를 강화하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계는 ESG와 관련한 국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자의적인 판단으로 기업을 압박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낙연 캠프는 "ESG4법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가 심화하는 양극화와 불평등, 기후변화 등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면서 주주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주주 자본주의를 넘어 주주는 물론 직원, 고객, 협력 업체,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에게 이익을 골고루 나누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전환하려는 세계적 흐름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 전 대표가 발의한 ESG4법에 대해 "경청해야 할 공약"으로 규정했다. 이 지사는 "좋은 정책에는 저작권이 없다고 믿는다"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 전 대표의 ESG4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대안을 창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연금법, 국가재정법, 공공기관운영법, 조달사업법 등 4개법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 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연금법, 국가재정법, 공공기관운영법, 조달사업법 등 4개법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재계는 ESG4법이 연기금과 국가조달사업을 동원해 기업들에게 ESG를 사실상 강제로 의무화시키는 법이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6일 국회에 계류중인 ESG 관련 97개 법안의 224개 조항을 분석해 여당의 ESG 4법에 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전경련은 분석 결과 규제 처벌 조항이 전체의 80.3%로 지원 조항의 11배가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코스닥협회 등 5개 경제단체는 지난 2일 ESG 4법에 대한 경제계 공동 의견서를 소관 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하며 "최근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ESG만 앞세우면 비효율적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간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ESG가 기업에 있어 최대의 화두가 된 상황에서 기업은 ESG 경영을 이행함에 있어 그 자체의 가치뿐만 아니라 효율성도 중요한 요소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연금 투자 및 조달사업에서 ESG를 잣대로 삼을 경우 효율성이 간과되기 쉽다는 이유다. 

특히 기금의 설립과 운용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게 재계의 지적이다. 기금 운용은 수익성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주요 연기금 사례에서도 법률에서의 기금 운용 목적은 오로지 연금수급자의 이익 및 최대 수익의 달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투자는 수익성 확대가 원칙이어야 한다"며 "ESG를 판단 기준에 넣게 되면 수익성이 떨어져도 투자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달 사업 역시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ESG에 대한 정보공개나 평가 기준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의무화 될 경우 평가 기준의 객관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또 ESG 경영 여력이 부족한 중견·중소 기업의 공공조달 시장에서 배제될 우려도 제기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금이 투자 대상을 고르고 조달사업에 공급 업자를 선정할 때는 효율성과 건전성을 우선으로 따져야 하는데 ESG 가치를 평가기준에 넣으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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