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성장성 겸비한 자회사, 시너지 기대
“SK스퀘어 합병 준비하는 포석” 시각도

SK가 핵심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를 합병하기로 했다. SK머티리얼즈 경북 영주 본사 전경. /SK머티리얼즈
SK가 핵심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를 합병하기로 했다. SK머티리얼즈 경북 영주 본사 전경. /SK머티리얼즈

SK가 핵심 자회사 SK머티리얼즈를 합병한다는 공시를 20일 발표했다. SK텔레콤이 SK스퀘어를 인적분할해 중간지주사를 설립하며 시작한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와 SK머티리얼즈의 공시에 따르면 합병비율은 1:1.5778412로 결정됐다. SK머티리얼즈(주) 보통주 1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SK(주) 보통주 1.5778412주가 배정이 된다는 뜻이다. 8월 20일 종가 비율은 1:1.60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며, 합병가액은 SK 26만 4076원, SK머티리얼즈 41만 6670원이다.

SK는 꾸준한 실적과 성장성을 보유한 SK머리티리얼즈 합병을 통해 시너지 증대를 통한 반도체 소재분야의 밸류체인(Value Chain)을 강화하고, 올해 45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한 첨단 소재 사업을 일원화해 최적의 포트폴리오 전략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SK머리티리얼즈의 기업내용과 실적, 향후 성장성에 대해 확인해야 합병회사 SK의 기업가치 재고를 통한 향후 주가에 대해 전망을 할 수 있다.

SK머티리얼즈는 2015년 11월, SK가 OCI머티리얼즈 지분 49.1%를 4815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 2016년 자회사로 편입했다. SK그룹의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삼불화질소(NF3), 육불화 텅스텐(WH6),모노실란(SiH4), 디실란(SizH6) 등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특수가스와 산업가스, 포토레지스트, OLED소재, 반도체 핵심소재인 전구체 등을 생산하는 핵심자회사로 든든하게 성장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의 2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낮았지만 매출액은 2801억원, 영업이익은 68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23.2%, 20.4% 증가해 예상치보다 뛰어난 호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발표했다. 3분기 매출액은 3047억원, 영업이익은 800억원으로 반도체 성수기 효과를 톡톡히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SK가 인수하기 전인 2015년 3380억원 수준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2020년 9549억원으로, 올해 1조원 돌파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에 각 증권사들은 줄줄이 목표가를 상향하며 최저 46만원(삼성증권, NH투자증권)부터 50만원(하나금융투자, 케이프투자증권)까지 제시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기본인 특수가스 분야가 힘을 얻으면서 신사업 진출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형태로 시업을 확장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 R&D 시설 ‘통합분석센터’. / SK머티리얼즈
SK머티리얼즈는 기본인 특수가스 분야가 힘을 얻으면서 신사업 진출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형태로 시업을 확장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 R&D 시설 ‘통합분석센터’. / SK머티리얼즈

SK머티리얼즈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근본이라 할 수 있는 특수가스 분야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거래처들의 대규모 투자와 산업사이클 확장 구간 돌입 등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돼 신사업 진출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2016년 일본 트리케미칼과 D램 및 3D 낸드(NAND) 제조공정의 박막 증착용 전구체 합작법인 SK트리켐 설립, 2017년 일본 쇼와덴코와 반도체 식각가스 합작법인 SK쇼와덴코 설립에 이어 2020년 금호석유화학의 포토레지스트 사업부를 인수하며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를 설립했다.

가장 최근 SK머티리얼즈의 성장기대감을 높이는 분야로는 2020년 11월 일본 JNC와 OLED소재 합작법인 SK머티리얼즈 JNC 설립과 올해 7월 미국 Group14와 실리콘음극재 합작법인 SK머티리얼즈 그룹14를 설립한 것이다.

JNC는 OLED 내에서 실제로 색을 내는 호스트(host)에 섞어 효율 및 수명을 개선해주는 핵심소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JNC는 적색, 녹색보다 수명이 짧고 까다로운 청색 도판트 기술력에 강점이 있는 것이 장점이다. SK머티리얼즈의 생산능력과 영업 네트워크를 통해 삼성과 LG디스플레이가 사용하는 일본 이데미츠코산의 제품의 대안이 된다면 2025년에는 목표로 한 글로벌 탑티어 가능성도 충분하다.

Group14의 실리콘음극재 기술력을 이용한 2차전지 소재진출도 기대감을 모은다. 실리콘음극재는 기존의 흑연음극재에 첨가해 사용하며, 전기차의 과제인 주행거리 증가와 충전시간 단축을 이뤄줄 효자로 기대된다. SK머티리얼즈는 실리콘음극재 생산에 필요한 모노실란 세계 2위 시장점유율로 그룹 간 시너지 효과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2050 탄소중립 핵심과제인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전기차 관련주들의 주가는 여전히 뜨겁다.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들의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실리콘음극재에 높은 관심은 또 다른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성장성에 무게를 두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채비율이 300%를 넘어가는 것은 부담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고성장하는 실적과 높은 유보율로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재무부담이 커진다면 추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그렇기에 지난해 자사주 매입 결정 이후 SK머티리얼즈도 그룹사 지배구조 개편에 동참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다만 SK머티리얼즈가 2020년 3월 23일 10만 8100원에서 2021년 8월 20일 41만 4900원까지 283.81% 상승하며 시가총액이 크게 올라와 합병시 부담이 늘어났다. 최태원 회장 일가의 지분도 30% 미만으로 적은 편이라, 지배구조 차원에서는 이번 합병만 보면 주주가치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에 대한 의견은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면 달라질 수 있다.

이번 합병을 두고 SK가 SK스퀘어 합병을 준비하는 포석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연합뉴스
이번 합병을 두고 SK가 SK스퀘어 합병을 준비하는 포석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연합뉴스

SK텔레콤에서 중간지주사 SK스퀘어가 인적분할되는 사항은 이미 크게 이슈가 됐다. SK의 자회사 SK텔레콤이 지분을 인수하면서 SK그룹에 편입된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가 된다.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지분투자시 100%를 인수해야 하며, 합작법인도 제약(외국기업은 설립 가능)이 따르기 때문에 중간지주사를 설립해 SK스퀘어가 공격적인 투자로 SK하이닉스에 힘을 실어준다는 것이다.

SK머티리얼즈도 6개의 자회사를 보유해 중간지주사 성격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번 합병은 지주회사 SK의 사업다각화와 기업가치 재고에 도움이 된다. 향후 SK가 SK스퀘어를 합병한다면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SK의 자회사로 올라서면서 지배구조가 안정되며 완성된다는 그림이다.

SK그룹에서 SK와 SK스퀘어의 합병은 부정하고 있으나, 충분히 가능성이 높은 사항이다. 양사의 합병시에는 지주사 SK의 가치가 높은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SK머티리얼즈와의 합병은 지배구조 개편의 완성을 위한 첫 번째 관문의 마무리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SK는 친환경기업으로 발돋움 하고 있다. 연료전지발전소 및 액화수소 생산시설에 5년간 18조 5000억원을 투자하며 현대차와 MOU를 맺었다. SK머티리얼즈는 탄소배출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흡수, 포집하는 기술인 ‘키어솔(KIERSOL)’을 한국 에너지 기술연구원으로부터 이전 받았다. 중장기적으로 CCUS로 불리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사업까지 영위하면서 친환경 기업으로의 전환을 다시 한 번 확고히 할 수 있다.

SK와 SK머티리얼즈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배당확대를 메리트로 제시할 수 있다. SK의 배당률은 2018년, 2019년 각각 1.92%, 1.91%로 썩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2020년에는 2.91%로 배당률을 확대했다. 이처럼 SK머티리얼즈 합병시 배당확대를 통한 주주 달래기를 시도한다면 기분좋게 찬성하는 주주들이 늘어날 수 있다.

SK와 SK머티리얼즈의 합병은 이슈에 의한 트레이딩이 어울리지 않는 종목이다. SK는 이번 합병으로 지배구조 개편, 첨단 소재 사업 일원화, 사업다각화, 실적, 성장성, 친환경 등 다수의 토끼를 한번에 노리고 있다. 연말배당을 노린다면 매년 찬바람이 부는 시기에 지주사들의 주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기업과 함께 동반성장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가 마음의 여유를 갖고 바라본다면 현명한 투자의 길이 보일 것이다.

 

이재선(선한스탁 애널리스트)

7대 증권사 선정 실전투자 최고수 5인에 선정된 대표적 투자전략가. 경제신문 칼럼니스트와 SBS CNBC 등 경제TV 애널리스트로 활동, 업계 인정을 받고 있다. 

금융교육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주식투자 계몽운동가’로 증권사 본사 강연회를 통해 주식투자 강의를 하고 있다. 현재는 유튜브 ‘로로쌤TV’에서 격이 다른 투자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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