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징계 취소 행정소송 일주일 앞으로
法 "논리 정교하게 다듬어 발표 예정"
다급한 금감원 벼랑끝 전술 점입가경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제 법원이 판결문만 다듬어 읽으면 된다.
2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 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이날 열리기로 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금감원 상대 징계취소 행정소송 1심 판결 선고를 오는 27일 오후 2시로 연기했다.
금감원은 앞서 해외금리연계 파생상품(DLF) 불완전 판매 책임을 손 회장의 내부통제 문제로 돌리며 중징계를 내리자 손 회장은 행정중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법원 판결에 따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등 다른 금융지주 회장의 재판과 연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은행 측이 이번 재판에서 이길 경우 감독당국의 경영진 때리기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특히 이날 판결 연기가 행정법원이 취한 조치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우리금융과 금감원에선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법원 한 관계자는 "재판부가 논리를 좀 더 정교하게 다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의무화하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손태승 회장에게 귀책 사유가 있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현행법은 회사를 주어로 열거주의를 취하고 있어 경영자(CEO)에까지 이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인 현실이다. 반면 금감원은 CEO에 포괄적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법무법인 간의 대결도 관전 포인트다. 법무법인 충정을 앞세운 금감원은 미국 회계단체인 ‘COSO’가 작성한 보고서를 추가로 제출했다. 재판부가 지난 6월 25일 내부통제기준의 범위와 법령 위반 판단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또 법조계 안팎에선 이를 두고 국내 기준도 아닌 미국 CFA 윤리강령에 불과한 부실 자료를 제출해 재판 연기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법무법인 광장의 한 변호사는 "국내 기준이 없다고 미국 기준을 가져오면 되느냐"며 "말도 안되는 자료 제출"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판 가이드라인은 지난 6월 18일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국내 금융회사의 내부 통제 개선 방향' 토론회에서 윤승영 한국외어대 로스쿨 교수가 소개한 내용과 유사하다. 즉 금감원 스스로 법적 근거 부재를 인정한 자충수라는 것.
손태승 회장에게 적용된 구법과 지난해 개정된 현행법을 막론하고 금융사 지배구조법엔 금융회사에서 내부통제 실패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적 기준이 모호한 상황이다. 반대로 미국은 △중대한 위법행위 묵인 가담과 △회사의 중요영업에 대한 감독보고 미작동 등을 경영진의 감시의무로 설정하고 △예방기준절차 마련 △감시기구 지정여부 등 10개에 이르는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은행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율촌은 '법령상 근거없는 제재'라는 입장이다. 김시목 율촌 변호사는 "피제재자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하고 감독당국의 자의적 제재를 가능하게 하는 문제점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판결을 앞두고 금융권에서도 온갖 말이 나오고 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최근 취임한 정은보 금감원장이 DLF와 사모펀드 감독에 실패한 임원급 직원들에 대한 사표 제출을 요구했지 않느냐. 승소 실적이라도 하나 남겨보려고 금감원 직원들이 벼랑끝 전술까지 펼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