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매도리포트에 투자자 혼란
장기-단기 매매방식 따라 선택지 갈려

코스피는 지난 12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1~2위를 기록하는 대장주 부진에 3200대로 밀려났다. 
코스피는 지난 12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1~2위를 기록하는 대장주 부진에 3200대로 밀려났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락으로 주식시장에 공포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 외국인 매도세와 외국계의 매도보고서가 주된 원인이다. 연중 최저점을 이탈한 가운데, ‘손실에 대한 상실감’과 ‘현재가 저점’이라는 심리 사이에서 투자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8월 11일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포스가 PC용 D램 재고 증가로 4분기 0~5%의 가격 하락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D램 가격은 긍정적인 상승흐름이지만, 최근 일부 유통업체가 D램 재고를 출하함에 따라 현물가격 상승세는 휴식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역시 8월 초만해도 반도체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제시했으나, 일주일만인 8월 12일 태도가 돌변했다. 트랜스포스의 전망을 근거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겨울이 오고 있다’는 매도보고서도 공개됐다. 

이 보고서는 삼성전자의 경우 9만 8000원에서 8만 9000원으로 목표가 하향, SK하이닉스는 15만 6000원에서 무려 8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목표가를 하향한 ‘비중 축소’ 의견을 제시했다. 홍콩계 증권사 CLSA도 UBS와 함께 반도체주 매도세에 강하게 합류하며 매도보고서에 동참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환율이 1150원대를 돌파해 1180원 부근까지 상승, 8월 말 MSCI리밸런싱, 반도체주 매도보고서, 삼성 총수(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이 아닌 가석방에 대한 실망감 등으로 한국증시에 대한 매도를 강화하는 여건이 마련됐다. 

외국인 투자자는 트랜스포스의 전망이 공개된 8월 11일부터 3일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6조 1883억원을 매도했다. 삼성전자 6697만 5746주, SK하이닉스 1693만 4210주가 매도 대상이 됐다. 결국 코스피는 1차 지지선이라 할 수 있는 3150P까지 이탈하며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에도 모건스탠리의 매도리포트로 인해 급격한 하락을 겪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에도 모건스탠리의 매도리포트로 인해 급격한 하락을 겪었다. /연합뉴스

이런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에 대해 투자자들은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먼저 모건스탠리와 삼성전자의 ‘악연’은 처음이 아니다. 2017년 11월  27일에도 모건스탠리는 반도체주 매도보고서를 통해 낸드(NAND)에 대해 불투명한 전망을 내놓으면서 2018년 D램 가격 상승도 4%로 제한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당일에만 5만 5360원에서 5.09% 하락했고, 2018년 2월 9일, 4만 4420원까지 19.76% 하락했다. SK하이닉스도 피해가지 못했다. 2017년 11월 27일 8만 6700원에서 2018년 2월 6일 6만 8200원까지 21.34%의 단기적인 하락이 발생했다.

2017년~2018년 모건스탠리의 꾸준한 매도보고서에 주가는 하락했지만 반도체 업황은 달랐다. 낸드와 D램은 원가경쟁력을 강화했고, D램 시장은 클라우드 서비스와 신규 데이터센터 확대, 플래그십 모바일 신제품 출시로 상승 사이클을 이어나갔다.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를 비웃기라도 하듯 삼성전자는 2017년 4분기 매출 65조 9800억원, 영업이익 15조 15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고, 2018년 3분기 영업이익 17조 5700억원을 기록했다. 매도보고서 이후 1년 동안 사상 최대 실적을 자체적으로 갈아엎은 것이다.

2017년 모건스탠리의 매도보고서 이후에도 삼성전자의 실적은 좋았지만, 당시 주가는 고점을 넘어가지 못했던 점을 근거로 올해 역시 주가상승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시엔 2018년 1월 31일,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함과 동시에 액면분할을 결정했기 때문에 상승이 제한된 것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엔 2017년 4분기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이후 2018년 2월 6일 6만 8200원에서 2018년 5월 25일 9만 7700원까지 단기간에 43.26% 상승하며 고점을 돌파해 제자리를 찾아갔다.

2017년 모건스탠리에 맞서 과도한 우려라며 ‘낙관적 논지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매수리포트를 제시했던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이번에도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4분기는 전통적인 반도체 비수기이며, 반도체 제조기업의 재고는 1주일치 전후의 바닥이다. 우려하는 PC용 D램은 점유율이 15% 수준에 불과하며, 하반기에도 삼성, 샤오미, 애플 등의 신규 제품 출시로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특히 서버용 수요는 견조하며 DDR4에서 DDR5로 세대교체가 되면서 약 40%의 가격인상으로 인해 이익률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DDR5 메모리반도체는 DDR4 대비 2배 개선된 성능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메타버스 등 4차산업혁명 산업에 최적화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라 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DDR5로 D램 세대교체를 겨냥해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왔다. 호환이 가능한 CPU 출시가 지연됐는데, 인텔이 올해 4분기 차세대 PC용 CPU 앨더레이크, 내년 1분기엔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를 양산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또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최근 공개한 ‘2021년 2분기 반도체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반도체 매출 전망치를 추가로 상향조정했다. 3월 10.9%에서 6월 19.7%로 상향조정 한 후 8월에 25.1%로 5.4%P 추가 상향조정한 것이다. 모건스탠리가 우려감을 표현한 2022년 전망도 밝아졌다. 6월 당시엔 올해보다 8.8% 증가한 5734억 달러를 예상했으나, 8월엔 1.3%P 상향한 10.1% 증가한 6065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상최고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감기간 동안 경쟁업체는 대규모 투자를 빠른 속도로 진행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감기간 동안 경쟁업체는 대규모 투자를 빠른 속도로 진행했다. /연합뉴스

이런 상반된 분석에 투자자는 다시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주는 이미 단기적으로 가격 하락이 발생했다. 기존의 주가로 바로 복귀하는 것을 기대한다면, 외국인의 수급이 개선되기 전에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기에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장기투자자는 기업의 가치를 믿고 기다리면 된다. 삼성전자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 수감기간 동안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는 3년간 1000억 달러의 설비 투자로 더욱 앞서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인텔은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시작으로 10년간 1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고, SK하이닉스도 파운드리 역량을 강화하겠다며 투자 의지를 표명했다. 주식시장이 삼성전자 총수 복귀 시점을 기다렸으니, 그 기대에 보답하면 반도체주는 자연스럽게 회복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171조원을 시스템반도체, 특히 파운드리에 투자하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기업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되면서 시계가 멈춰 있었던 반면, 경쟁사는 투자 규모를 늘리고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기존에 발표한 미국 공장 투자 계획에 대해 지역과 세부 사항을 확정짓는 것은 시작일 뿐이며, 추가로 유럽이나 국내 시설투자 발표가 나와야 한다. 

또 하만 인수 이후 5년간 부재했던 대형 M&A를 시도한다면 현재 침체된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이런 사항은 단기적으로 결정하기엔 어렵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며, 만약 올해 안에 발표된다면 반도체주 주가 상승은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기에 투자 관점이라면 배당이 높은 기업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가장 편안한 방법이다.

투자가 아닌 매매자(단기수익을 노린 트레이딩)의 경우라면 결정이 필요하다. 반도체주를 기존부터 보유했거나 신규 매수를 했다면 단기적인 반등 구간을 노려서 매도한 후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뒤 다시 매매하는 것이다.

만약 반도체주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본인이 매매하는 기업 내용에 대해 알아야 한다. 현재 매도보고서 중심에 있는 D램 관련주를 매매한다면 DDR5 관련주로 제한할 수 있다. 또, 미세공정의 중심에 있는 EUV관련주는 대체 불가한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만 선택해 트레이딩한다면, 매도보고서의 위험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2020년 이른바 ‘동학개미운동’ 이후 투자자의 연령이 낮아진 만큼, 투자자는 점점 스마트하게 변해가고 있다. 다만 경험이 부족한 것이 약점이 될 수 있는데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사자성어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도 과거 사례를 통해서 현재와 비교해 차이점을 판단할 수 있다면 매도보고서에 흔들리기보다 반등구간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는 현명한 투자자가 될 수 있다.

 

이재선(선한스탁 애널리스트)

7대 증권사 선정 실전투자 최고수 5인에 선정된 대표적 투자전략가. 경제신문 칼럼니스트와 SBS CNBC 등 경제TV 애널리스트로 활동, 업계 인정을 받고 있다. 

금융교육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주식투자 계몽운동가’로 증권사 본사 강연회를 통해 주식투자 강의를 하고 있다. 현재는 유튜브 ‘로로쌤TV’에서 격이 다른 투자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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