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정유 각각 따로 독립법인 신설할 예정
일반주주·연기금 반대?···계란으로 바위 치기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와 석유화학 사업 부문을 각각 독립시키기로 하면서 지난해 '지주사 디스카운트'로 곤혹을 겪었던 LG화학 사례가 재조명받고 있다.
5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와 'SK이엔피 주식회사(가칭)'가 오는 9월 16일 임시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친 후, 10월 1일부로 신설법인으로 재탄생한다.
분할 방식은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발행 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식으로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지분 100%를 갖게 된다. 지주사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개발하는 지주회사로서 역할을 맡는다.
이번 분할 계획과 관련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각 사업 특성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성을 높여 본원적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발표했다.
두 회사가 100% 자회사가 되면 연결실적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기존의 주주들은 인적분할일 경우 누릴 수 있었던 주식처분 이익에 대한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LG화학이 지난해 10월 16일 물적분할을 결정했을 당시엔 주가가 급락했다. 지분가치 희석 가능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를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장의 분위기다. LG화학이 석유화학을 지주회사에 남겨둔 것과는 달리 SK이노베이션 분할은 각각의 사업부가 떨어져 나가는 방식이라는 것. SK배터리는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와 에너지 저장장치(ESS) 사업을 맡고 SK이엔피는 석유개발과 탄소 포집·저장(CCS) 사업을 각각 수행한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신규사업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자회사인 SK종합화학 지분을 매각 중이라는 소식과 보유현금 2조3530억원 대부분이 SK배터리에만 몰릴 것이란 전망은 투자자들의 셈법을 복잡하게 하지만 영향력은 미미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의 지분구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 최대주주인 SK는 지분 33.41%를 보유하고 있으며, 약 31%는 지분율 1% 이상인 대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소액 주주(26.95%)와 국민연금(8.29%)이 반대에 나서더라도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번 분할 결정은 각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확보와 미래 성장을 가속화 할 수 있는 구조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그린 성장 전략을 완성해 이해관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업가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