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 아래라도"
국민의힘 내부서도 "평소 철학 의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해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지만, 그의 언행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주 120시간 노동, 대구 민란 등 실언으로 곤혹을 치렀던 윤 전 총장이 이른바 '부정식품' 발언과 '페미니즘 악용' 등 논쟁적인 발언까지 연이어 내면서 국민 삶에 대한 '몰이해'가 배경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윤 전 총장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유의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부정식품 발언은 지난달 매일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나왔다. 윤 전 총장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를 언급하며 "단속이라는 것은 퀄리티 기준을 딱 잘라서 떨어지면 전부 형사 처벌하라는 것인데, 그 책에는 단속하면 안 된다고 나온다"며 "프리드먼은 정말 먹으면 사람이 병걸리고 죽는 거면 몰라도, 예를 들어 부정식품이라도, 없는 사람들은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된다. 먹는다고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햄버거 50전짜리도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50전짜리 팔면서 위생이나 퀄리티를 5불짜리로 맞춰놓으면 그건 소비자한테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했다.
해당 발언은 가난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을 강요당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선택의 자유' 관점만 강조해 질낮은 부정식품은 먹어도 된다는 의미로 읽혀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해 비판을 받았다. '가난한 사람은 부정식품을 먹어도 되는 것이냐'며 국민을 차별하는 윤 전 총장의 발상에 대통령 후보 자질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윤 전 총장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검사 재직 경험을 바탕으로 과도한 형사처벌 남용이 가져올 우려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었다"며 "부정식품을 정하는 정부의 기준이 현실의 경제상황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튿날 또 다시 윤 전 총장은 저출산 문제와 페미니즘을 엮어 구설수에 올랐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일 국민의힘 초선모임 강연에서 저출산 문제에 관한 질문에 "얼마 전에 어떤 글을 보니 페미니즘이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이 돼서 남녀간 건전한 교제도 정서적으로 막는 역할을 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했다.
또 문재인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시험관 아기 비용 지원 등 엄한 곳에 세금을 쓰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 정부는 시험관 아기 비용 지원하는 것, 출산장려금 이런 대용 방식으로 세금을 엄청 썼다"며 "10~15년 동안 200조 가까운 돈을 썼다는데 방식이 좀 잘못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연 직후 기자들이 페미니즘과 저출산을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지적에 "그런 얘기를 하시는 분이 있다고 얘기한 것"이라며 구체적 설명은 피했다. 이처럼 윤 전 총장이 저출산 대책을 비판하면서 '시험관 아기' 문제를 언급한 것을 두고도, 정부 대책의 구조적 문제를 정교하게 지적하지 않으면서 마치 축소해야 한다는 인상만 줘, 난임 부부의 아픔을 건드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캠프의 전용기 대변인은 '저출산 원인이 페미니즘, 이준석도 버릴 망언'이란 논평을 냈다. 전 대변인은 "저출산 문제의 본질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대중의 지지를 위해 소수에 대한 차별도 서슴지 않는 행태는 대한민국의 격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추미애 후보는 "저출산이 페미니즘 탓이라는 것도 황당한 발상이지만, 페미니즘이 집권 연장에 악용돼선 안 된다고 갖다 붙이는 것도 우스운 궤변"이라면서 "기승전 '문재인 저격'으로 키워보려는 억지는 문 정부의 고위공직자였던 자로서 자가당착"이라고 일갈했다.
박용진 후보 역시 "윤 후보는 우리 사회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얼마나 복잡한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저출산은 페미니즘 탓, 말실수는 전언 탓. 말도 안 되는 회피정치 중단하기 바란다"고 가세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남녀 간 교제에 성평등이 없다면 건전한 교제이기는커녕 폭력과 차별로 얼룩진 관계일 것"이라고 일침했다.
이외에도 윤 전 총장은 고개를 연신 좌우로 돌리는 습관 탓에 '도리도리' 별칭에 이어 최근엔 앉은 자세가 '쩍벌'이라며 교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정치권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일명 '쩍벌남'은 공공장소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아 옆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남자를 뜻하는 단어로, 민폐나 꼰대 이미지가 강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민주당 소신파로 분류되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회를 찾은 윤 전 총장에게 "다리를 조금만 오므리시라. 이건 정말 충심으로 드리는 말씀"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결국 윤 전 총장은 최근 자신의 발언을 두고 여러 논란에 휘말린 데 대해 "유의하겠다"라고 3일 밝혔다. 국민의힘 입당 후 자신과 당에 부담이 되는 이슈가 연달아 터지자 자세를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를 처음 시작하다 보니까, 제가 아마 설명을 좀 자세하게 하다 보니까 예시를 들면서 좀 오해를 불러 일으킨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그런 점을 많이 유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