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년된 '노포'도 휴업
1분기 명동 공실률 38.4%
자영업자 "죽어야 들어주나"

명동에 위치한 한 가게 문이 굳게 닫혀 있다./ 김현우 기자
명동에 위치한 한 가게 문이 굳게 닫혀 있다./ 김현우 기자

정부의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확인사살'을 당한 소상공인들이 절규하고 있다. 소상공인 10명 중 6명은 휴업·폐업을 고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2∼15일 숙박업 종사자 150명과 음식점 종사자 150명 등 300명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긴급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소상공인의 33.3%는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 따른 어려움으로 휴업 또는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24.0%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업이나 폐업을 검토하고 있는 소상공인이 57.3%에 달하는 것이다.

또한 수도권에 가게를 차린 소상공인 67.3%는 올해 7~8월 기준, 매출이 당초 기대보다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상공인의 7∼8월 합산 매출은 코로나19 사태이 이전인 2019년, 평균 7919만원에서 지난해 평균 4234만원으로 46.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상공인들은 매출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코로나19 재확산(89.6%)을 가장 많이 꼽았고, 그 뒤를 소비심리 위축(6.0%) 이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본격화에 따른 거리두기 강화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매출 급락이 불가피하다"며 "매출 절벽을 직면해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하는 이들의 피해 지원을 위한 손실 보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대위 김기홍 대표(왼쪽)가 1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국무총리실에 전달하는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대한 질의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대위 김기홍 대표(왼쪽)가 1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국무총리실에 전달하는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대한 질의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노포(老鋪)'도 쓰러진 명동... 공실률은 40%대 전국 최고 수준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백년가게'인 명동의 한 찌개집은 30여년 전인 1987년에 창업했다. 해당 가게 사장인 김용권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게를 유지하려면 월 2000만∼3000만원은 들어와야 하는데 코로나 이후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 해 휴업했다"며 "1년 정도 버텼지만,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명동 상가 공실률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전국이 13.0%, 서울은 8.9%인데, 명동은 38.4%로 집계됐다. 같은 분기 서울 도심 지역에 위치한 종로(6.6%), 충무로(10.4%), 광화문(4.2%) 등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치다. 2020년 4분기(10~12월)에는 명동의 상가 공실률은 41.2%를 나타냈다.

명동이 코로나19 대확산의 직격탄은 '제대로' 맞은 것이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방문 감소 현상과도 연관되어 있다. 코로나19 국내 확산 전인 2019년, 국내를 찾은 관광객 수만 1750만 3000명, 2020년 한 해에는 251만9000명으로 85.6% 줄었다. 

지난 2017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에도 큰 타격이 없었던 명동이지만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뷰티 편집숍 아리따움의 철수를 시작으로 네이처리퍼블릭·바닐라코·토니모리 등 명동에서만 매장을 2~3곳 이상 운영하던 브랜드들이 하나둘 사라지며 지금은 전체의 80% 정도가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이에 대해 김창수 명동외식협회 회장은 "지난 2,3월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 무렵 명동 인근 상가 공실 임대 계약이 조금 늘었다고 했으나 이젠 또 다르다"며 "음식점들도 백신 1차 접종 이후 손님이 조금씩 늘어 회복세를 보이는 것 같았으나 4단계 격상 후 저녁 손님이 줄고 이에 맞춰 직원들도 절반으로 줄이기도 한다"고 했다.

18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점심시간을 앞두고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점심시간을 앞두고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길거리로 나온 자영업자들 "죽어야만 보이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거리두기 4단계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1년 6개월 동안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인내했지만 이제는 버틸 힘이 없다"며 "먹고 살 수 없어 거리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자영업자들은 죄인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업종별 자영업자 단체들이 연합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단계 거리두기는 자영업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을 넘어 더는 버틸 힘마저 없는 우리에게 인공호흡기까지 떼어버리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릴레이 1인 발언 형식으로 이뤄진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지현 공간대여협회 대표는 "왜 저희만 차별받아야 하고 계속 희생해야 하냐"면서 "자영업자들이 혈서 쓰고 극단적 선택을 해야 그때서야 이야기를 들어주시겠느냐"며 울먹였다. 이들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업종별 방역수칙 재정립', '손실보상심의위원회에 자영업 단체 참여 보장', '최저임금 인상률 차등 적용' 등을 이날 요구했다. 비대위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런 내용을 담은 공식 질의서를 국무총리실에 전달했다.

추가로 비대위는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에서 차량 시위도 벌였다. 비대위 측은 애초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사거리 인근에서 모인 뒤 강변북로∼잠실대교∼올림픽대로를 거쳐 다시 출발 지점으로 돌아오는 차량 시위를 벌일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구간을 통제하자 월드컵경기장 사거리∼가양대교 구간을 돌며 이날 0시께부터 1시간가량 항의 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약 300대가 참여했다. 경찰 통제로 행렬에 참여하지 못한 차량까지 합하면 약 500대가 시위를 위해 상경했을 것으로 본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은 경찰이 차량 행진을 막자 항의의 의미로 차량 경적을 울리거나, 창문을 닫은 채로 '희망고문 그만하고 상생방역 실시하라' 등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서울 시내 차량 시위 동선이 차단되면서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일산 킨텍스로 장소를 옮겼다가 그마저도 막히자 서울 영등포구 국회 둔치주차장에 모여 오전 2시 30분께 해산했다. 한편 내일(19일)부터 비수도권 지역도 4인까지 사적 모임이 허용된다. 18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수도권에서 최고 수준의 거리두기를 시행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러나 좀처럼 확진자가 줄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내일부터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사적 모임 허용을 4명까지로 동일하게 적용하겠다. 다만, 시행 기간과 세부 수칙은 오늘 중대본 회의에서 논의해서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15일 새벽 전국자영업자비대위 소속 회원 등이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비상등을 켠 채 정부의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불복하는 1인 차량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새벽 전국자영업자비대위 소속 회원 등이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비상등을 켠 채 정부의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불복하는 1인 차량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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