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노사분쟁까지 원청에게 책임지라니"
결정문 한달뒤 완성될 듯···책임 공방 심화될 듯
재계, '직접 고용주는 아니라도' 문구 삽입 기대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청을 거부한 CJ대한통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 노동행위'로 판단한 2일 결정에 대해 재계가 반발하고 있다. 하급심인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을 뒤집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대법원 판례와 기존 중노위와 지방노동위 판정과도 배치된다는 이유에서다.
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중노위가 부당 노동해위로 판단했지만 결정문은 한달이 지나야 공개될 전망이다. 노동법학계 한 관계자는 "중노위가 부당노동행위(단체교섭 의무 위반)까지는 인정했지만 CJ대한통운이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이번 중노위의 결정은 원청에세 '업무 위수탁 계약'을 맺지 않은 하청 노조와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한 첫 사례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소속이 아닌 하청업체 노조여서 이번 결정은 원청사가 하청업체 노사분쟁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폭넓게 해석한 셈이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앞서 지난해 11월 이 사건의 초심 판정에서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갑자기 정반대의 해석이 나오면서 재계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사용자성을 부정해 왔다"며 "노사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중노위는 이미 여러차례 하청업체 노사분쟁까지 원청업체가 책임지라는 취지의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지난달 3일 현대위아 평택공장 사내 하청 근로자들이 울산 공장 전보에 반발하며 제기한 사건에서 중노위는 경기지노위 판정을 뒤집고 "현대위아의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고 해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택배노조원들이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8년 도로공사 비정규직 노조인 톨게이트 노조는 공사측의 정규직 전환(직접고용)을 위한 자회사 설립에 반발하면서 진통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에선 벌써부터 직고용 요구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유통업계 종사가 A씨(남·32)는 "쿠팡의 경우 적극적인 직고용 정책을 펼친 결과 지난 1년간 4대보험 가입이 되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5분의 1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지만, CJ대한통운은 0명이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한 직고용은 이미 대세"라고 말했다.
실제 국민연금이 발표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신규 가입자 수를 보면 쿠팡은 직고용을 통해 배달 기사 1만3002명의 일자리를 늘렸다. 쿠팡의 물류센터를 관리하는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도 9097명을 늘려 전체 증가분 10만명 중에 5분의 1을 차지했다.
반면 CJ대한통운 등 원청들이 꺼내들 카드는 많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3일 하청 근로자의 직접 고용주는 아니지만 실제 사용자로 볼 수 있다는 판정을 받은 자동차 부품업체 현대위아의 경우 신규자회사 설립을 통한 재고용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러면서 판정문에 '직접 고용주는 아니라도'라는 문구가 삽입되길 내심 바라는 분위기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중노위 판정은 대법원 판례와 노동위 기존 판정과도 배치되는 내용으로 다툼의 여지가 많다. 중노위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결정문이 도착하면 검토 후 법원에 판단을 요청하겠다"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