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급여일인데 은행이 문을 안 열어 한국업체들 현금 조달 위해 동분서주
3일, 군경 총격으로 최다 희생자 발생···시민 집계로 전국 52명·양곤만 16명 
시위, 대도시에서 전국으로 확산···공무원·병원 파업으로 공공업무 점점 마비

한국대사관 정문 앞. 시위 청년들이 도움을 청하는 문구를 내걸고 있다. 지금은 한국, 미국 대사관을 지나는 도로가 차단되어 차량이 다닐 수 없다. 용무가 있는 사람만 걸어 들어간다. 양곤의 다리들도 차단되어 시위대와 군경이 대치중이다.(맨아래 사진) /사진=정선교
한국대사관 정문 앞. 시위 청년들이 도움을 청하는 문구를 내걸고 있다. 지금은 한국, 미국 대사관을 지나는 도로가 차단되어 차량이 다닐 수 없다. 용무가 있는 사람만 걸어 들어간다. 양곤의 다리들도 차단되어 시위대와 군경이 대치중이다.(맨아래 사진) /사진=정선교

3월 6일. 어제는 양곤공항엘 나갔습니다. 교민 30여 명을 태운 특별기가 떠나는 날입니다. 한국대사관과 한인회가 주선하여 긴급 편성된 비행기입니다. 많은 교민들이 한국으로 이미 떠난 상태입니다. 공항 청사 밖에서 떠나는 자와 남은 자가 악수를 합니다. 배웅하는 사람은 청사 안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출국하는 교민 중에는 제가 편지 20번에 쓴 극빈자 2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파산하여 오도 가도 못했던 분들입니다. 한국대사관의 도움으로 비행기를 타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13년만에 고국을 간다며 한 분은 눈물을 흘립니다.

요즘 한국으로 가는 항공편은 매주 화요일에 딱 한 번 있습니다. 한국서 들어오는 비행기는 변동이 잦습니다. 대개 한국에서 일하는 노동자, 유학생, 교민들입니다. 항공권 끊기도 어렵고 가격이 점점 비싸집니다.

 

각 도시의 시위 현장. 위부터  양곤, 만달레이, 삔우린, 인레, 에와야디 지역. 체포를 피하기 위해 강과 호수 위에서 배를 타고 시위를 하기도 한다. 군경도 모터보트를 타고 대응하고 있다. 
각 도시의 시위 현장. 위부터  양곤, 만달레이, 삔우린, 인레, 에와야디 지역. 체포를 피하기 위해 강과 호수 위에서 배를 타고 시위를 하기도 한다. 군경도 모터보트를 타고 대응하고 있다. 

3월 5일. 5일은 미얀마의 급여일입니다. 공무원, 기업체, 한국계 봉제업체 등 모든 시민들이 급여를 받는 날입니다. 그래서 은행이 이날 문을 여느냐 마느냐가 아주 중요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끝내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많은 한국업체들이 고생을 했습니다. 봉제업계에는 약 10만 명의 미얀마 직원들이 일하기 때문입니다. 거액의 현금을 조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했습니다. 

여기 국민들은 다행히 기업이나 개인이 현금을 금고에 보관하는 관습이 있습니다. 예전에 은행이 파산하여 예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은행을 많이 이용하지만 인터넷뱅킹을 잘 하지 않고 은행엘 갑니다. 그래서 고객들이 늘 북적거립니다. 지금은 현금을 인출하는 ATM기가 작동되는 곳이 많지 않아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대도시 시민들의 생계가 걱정되는 시기입니다. 언젠가 손에 쥔 현금이 없으면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골은 거의가 농사를 지으므로 좀 사정이 다릅니다. 그러나 은행이 열리면 대규모 인출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기에 큰 사회문제가 우려됩니다. 미얀마 중앙은행은 이걸 막기 위해 일일 출금 한도액을 정하고 있습니다.

 

페북에 올라온 시민들의 모습. 위부터 할머니, 엄마와 아기의 모습, 한국어 문구를 든 청년 모습.
페북에 올라온 시민들의 모습. 위부터 할머니, 엄마와 아기의 모습, 한국어 문구를 든 청년 모습.

3월 3일. 이른바 333데이. 이날 군경의 총격으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시민들 집계로 52명의 청년들이 거리에서 사망했습니다. 양곤에만 16명입니다. 이 나라 국민들은 거의 페북을 사용하는데 현재 페북이 차단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 위치의 인터넷 앱을 하나 만들어 페북을 이용합니다. 이날 각 도시에서 시민들이 올린 사망자수입니다. 중상을 입고 그 다음날 죽은 사람의 숫자는 정확히 알 길이 없습니다. 지금 미얀마에는 인터넷이 늦은 밤에서 아침까지 차단되어 그 시간대에는 카톡이나 메일을 쓸 수 없습니다. 

 

첫 희생자가 된 수도 네피도의 19세 먀 뛔뛔 카인의 생전 모습과 사망 직전 모습. 군경에 끌려가는 모습. 사망자를 운반하는 양곤, 만달레이 시민들. 
첫 희생자가 된 수도 네피도의 19세 먀 뛔뛔 카인의 생전 모습과 사망 직전 모습. 군경에 끌려가는 모습. 사망자를 운반하는 양곤, 만달레이 시민들. 

시위가 한 달이 넘으면서 대도시에서 소도시까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양곤도 레단 센터, 술레 파야 등 주요 시위 장소에서 각 타운쉽에까지 시위가 번져서  통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국, 미국, 중국 대사관 등으로 가는 도로도 입구가 막혀 있습니다. 주요 다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녁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통행금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양곤 국제공항 모습. 항공편수가 거의 없어 텅 비어 있다. 고속버스도 오랜 기간 서 있다. 한국으로 가는 항공편은 매주 1회 있어 유학생, 노동자들이 공항에서 수속을 밟고 있다.  
양곤 국제공항 모습. 항공편수가 거의 없어 텅 비어 있다. 고속버스도 오랜 기간 서 있다. 한국으로 가는 항공편은 매주 1회 있어 유학생, 노동자들이 공항에서 수속을 밟고 있다.  

이 나라에 사는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교민들도 일상적인 삶이 모두 깨어졌습니다. 초중고와 대학이 코로나로 문을 닫은 지 1년. 온라인 수업도 없이 또 얼마를 기다려야 할지 기약할 수 없습니다. 많은 공무원과 병원이 파업 중이어서 공공업무가 점점 마비되어 갑니다. 그 사회 속에서 사업을 꾸려가야 하는 한국인들의 삶. 위험한 나날들입니다. 환율은 치솟고 있지만 출국을 위해 달러를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봉제업체들은 수출입 통관이 어려워 겨우겨우 해결해 나가는 나날입니다. 양곤의 한국인 식당들은 들어오는 한국인들도 없고, 교민들은 외출을 삼가하기에 걱정 속에 살아갑니다. 

 

양곤 쉐다곤 파야에서 열린 '죽은 자들을 위한 기도회' 모습. 아래 사진은 인도 국경 북부 지역 사람들이 사냥총과 전통 창으로 무장한 사진들.
양곤 쉐다곤 파야에서 열린 '죽은 자들을 위한 기도회' 모습. 아래 사진은 인도 국경 북부 지역 사람들이 사냥총과 전통 창으로 무장한 사진들.

이 나라의 미래는 청년들에게 달려있습니다. 그만큼 청년 노동인구가 가장 많습니다. 코로나와 비상사태까지 겹쳐 모든 일자리가 정지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거리로 나섭니다. 팔에 혈액형과 긴급 전번을 문신으로 새기고. 우리에게도 길고 긴 민주화 과정이 있었습니다. 80년의 봄. 한국의 방송뉴스에 미얀마 상황과 비교하는 생생한 장면들을 봅니다. 암울한 시간입니다. 이 나라에도 그 시간이 짧게는 끝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저널리스트 겸 작가. 국제 엔지오(NGO)로 파견되어 미얀마에서 6년째 거주 중. 미얀마 대학에서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미얀마 전역을 다니며 사람, 환경, 자연을 만나는 일을 즐겨 한다. 국경을 맞댄 중국, 인도, 태국 등에 사는 난민들과 도시 빈민아동들의 교육에 큰 관심이 있다. 미얀마 국민은 노래를 좋아해 요즘 이 나라 인물을 다룬 뮤지컬 대본을 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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