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초중고대 동문
유별난 자식 사랑 ... 정 부회장처럼 '딸바보'

지난 2019년 5월 22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나기 위해 서울의 한 호텔로 들어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호텔 직원이 사진 찍는 것을 손으로 막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9년 5월 22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나기 위해 서울의 한 호텔로 들어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호텔 직원이 사진 찍는 것을 손으로 막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968년 6월 23일생으로, 올해로 만 52세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의 1남 3녀 중 장남으로, 미국 워싱턴 D.C.에서 태어났다. 1981년 서울 경기초등학교, 1984년 서울 청운중학교, 1987년에는 서울 경복고등학교를 졸업, 곧바로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87학번으로 입학했다. 학사 과정을 마친 뒤 1992년 일본 유학길에 올라 1995년 일본 게이오기주쿠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2000년에는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 부회장은 재벌가 3세 중에서도 특히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밟은 인물로 꼽힌다. 덕분에 학맥 역시 화려하다. 리라·경복초등학교와 서울 3대 명문 초교로 꼽히는 경기초등학교 출신 재계 인사만 봐도 상당하다. 우선 삼성가에는 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촌인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경기초 후배다.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경기초를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운중 출신으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등이 있다. 삼성가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는 경복고 동문이다. 지난해 이 회장 빈소를 찾아 눈길을 끈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이 부회장과는 서울대 동문이라는 인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게이오대 인맥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조현준 회장은 이 부회장과 유년 시절을 함께 보낸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하다. 이 회장 빈소를 찾은 조 회장은 “어릴 적 이 부회장이 한남동 자택에 있을 때 잘 놀았던 기억이 있다”며 “고인(이 회장)께서 저희에게 강아지 2마리, 진돗개 2마리를 보내주셔서 가슴이 따뜻한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은 이 부회장의 하버드 인맥이다.

동갑내기 사촌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 부회장과 ‘경기초-청운중-경복고-서울대’로 이어지는 초·중·고교, 대학교 진학 과정을 나란히 밟았다. 다만 이 부회장이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 간 것과 달리, 정 부회장은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다니다 미국 유학길에 올라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도 이 부회장의 청운중 동문이다. 이서현 이사장과 김재열 사장은 이 부회장의 소개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어린 시절 삼성가 자제라는 것을 티내지 않는 평범한 모범생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학창시절에는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고, 중·고교 재학시절에는 반장을 도맡았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 시절에도 동기와 선후배들과는 친목을 도모하면서도 눈에 띄게 나서는 편은 아니었다고 한다.

 2006년 4월 16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삼성 프로야구 경기에 당시 이재용 상무가 아들과 함께 경기를 관전했다. / 사진=일요신문DB
 2006년 4월 16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삼성 프로야구 경기에 당시 이재용 상무가 아들과 함께 경기를 관전했다. / 사진=일요신문DB

인간 이재용에 관한 설명 가운데 ‘자식 사랑’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 부회장은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장녀인 임세령 대상그룹 전무와 지난 1998년 결혼, 슬하에 1남1녀를 뒀으나 2009년 합의 이혼하며 결혼 11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이 부회장은 평소 ‘발레 마니아’로 잘 알려져 있는데, 딸의 발레 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모습이 언론에 종종 노출된 바 있다. 딸의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찾은 이 부회장은 당시 어느 매체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우리 딸 공연은 잘 봤어요?”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여보였다고 한다. 또 어린 아들과 딸과 함께 야구장을 찾아 함께 경기를 방문한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자식 사랑이 끔찍한 이 부회장이지만, 아들의 부정입학 논란으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아들은 명문 사학으로 손꼽히는 영훈국제중학교에 입학했지만, 재벌가 자녀가 사회적 배려자 전형으로 합격한 데다 심사 과정에서 부정 입학이 의심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결국 자퇴를 했다. 이 부회장은 “아들의 학교 문제로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부회장은 음주, 골프, 영화 감상 등 다수의 취미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의선 회장과 골프를 할 때마다 함께 라운지를 도는 등 우정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골프 실력은 상당해 어려운 난이도의 코스에서도 80점대의 점수를 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 부회장은 이런 취미생활을 이 회장이 2014년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럽게 쓰러진 후 모두 멈췄다고 한다. 대신 아버지의 병실을 찾아 병수발을 들었다.

이 부회장은 무교지만, 시간 날 때마다 아버지의 쾌유를 빌기 위해 독실한 불교 신자인 어머니 홍라희 여사와 함께 월정사, 강원도 오대산의 사찰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의 49재와 100일재는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진관사에서 지냈다.

부친 이건희 회장은 ‘마이바흐는 이건희’ ‘재계 최고 자동차 마니아’로 알려졌던 만큼, 유명한 슈퍼카는 대부분 수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 사랑은 삼성자동차 설립으로 이어졌지만 완성차 사업에서는 결국 고배를 마시게 됐다. 반면 이 부회장은 유명 외제차 대신 국산차를 애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현대차 팰리세이드·제네시스 G90을 주로 타고 다니는 장면이 포착되고 있다. 이 회장 장례식 당시 빈소에 직접 자녀들을 태우고 현대차 팰리세이드를 몰고 왔던 것이 주목을 끌기도 했다. 곧 해당 차량이 중고차 쇼핑몰에 매물로 올라왔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 총수의 중고차 구입에 놀랍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992년부터 소유해 왔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단독주택 부지를 동생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에게 247억원에 팔았다. 현재 용산구 한남동 단독주택에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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