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개념의 요체는 기회비용이다. 기회비용은 종종 ‘공짜 점심은 없다’는 문구로 설명된다. 여름휴가를 산으로 가면 맑은 공기와 넓게 펼쳐진 능선의 전망을 즐길 수 있지만 모래사장에서의 수영이나 바다낚시는 단념해야 한다. 하나를 얻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가치 있는 다른 하나가 바로 기회비용이다.정책도 마찬가지다. 높은 물가를 잡으려 하면 긴축정책을 사용해야 한다.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재정지출을 줄인다. 중앙정부는 금리를 인상하고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한다. 그러면 경기가 죽는다. 가계는 빌린 돈의 이자 비용이 늘어나 소비를 줄
1990년대 초만 해도 컴퓨터는 사치재였다. 타자기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문서 작성과 손쉬운 인쇄를 지원하는 컴퓨터의 역할은 훌륭했다. 엑셀이 출시되고 복잡한 수식 연산에 적용하면서 컴퓨터는 사무실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다.그러나 당시 컴퓨터는 각각 독립된 채 따로 놀았다. 한 컴퓨터에서 하던 작업을 다른 컴퓨터에서 수행하려면 얇고 둥근 80 킬로 바이트 용량의 플로피 디스크로 파일을 카피해서 옮겨야 했다. 플로피 디스크는 열에도 약하고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손상되었다.공용 컴퓨터로 작업한 내용을 디스크에 저장했다가
오픈 AI의 챗GPT가 출시된 이후 시중의 관심은 온통 인공지능(AI)에 쏠려 있다. AI가 초래할 변화의 범위가 너무 넓어 일상생활에 미치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초강력 AI의 등장은 마치 1990년대 중반 세상을 강타했던 인터넷 혁명에 비교할 만하다.온라인으로 전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 혁명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Windows) 시스템을 개발하지 않았다면 현실화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윈도가 나오기 전 대부분의 컴퓨터(PC)에 운영 시스템으로 장착되었던 MS-DOS는 그래픽 구동이 거의 불가능했다. 당시 컴퓨
기술의 발전은 국운을 좌우하고 역사의 큰 줄기를 바꾼다. 조선 제10대 왕 연산군의 이야기는 온통 스캔들과 어두움으로 가득하다. 언론을 억눌러 독단적 정치를 일삼고 사치와 향락에 빠져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고 기록되어 있다.연산군은 쿠데타를 일으켜 조카인 단종을 폐위하고 왕위에 오른 세조 수양대군의 손자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수양대군의 쿠데타를 설계한 한명회였고 아버지는 카리스마 넘치는 임금 성종이었다. 강력하게 왕권을 휘두를 수 있는 환경과 정통성이 연산군에게 있었다.또한, 그는 실용적이었다. 조선시대 실록의 하나인 ‘연산군
중화권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대만 작가 김용의 소설 의 무대는 광대하다. 청나라의 어린 황제 강희제의 궁정으로부터 오삼계의 삼번이 자리했던 운남성, 무협의 중심지인 소림사와 화산, 러시아 공주 소피아의 황궁까지 주인공이 활약하는 공간은 막힘이 없다.그 가운데 흥미롭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장소가 대만이다. 청나라의 중국 지배에 반기를 들고 명나라의 복권을 외치며 대만으로 온 정성공이 당시 대만을 지배하고 있던 네덜란드 군대와 전투를 벌여 승리한다. 네덜란드는 대만에 아름답다는 뜻인 포르모사(Formosa)라는 이름을 붙이고 1
아시안컵 축구 준결승전을 앞두고 대표팀 내에 큰 불화가 있었다는 얘기로 떠들썩하다. 국제적 명성을 가진 선수들이 멱살을 잡았다거나 주먹질이 오갔다거나 하는 온갖 썰이 난무하다. 사람들은 사건의 디테일에 관심을 쏟는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기 때문이다.그러고는 누군가를 희생양 삼아 얘기의 안줏감으로 쓴다. 여기서 분쟁에 원인의 불씨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는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이겠지만 그 순식간이 영원이 된 것처럼 잘못 행동한 이의 명성은 바닥에 떨어진다.그리고 그의 가치를 상징하는 몸값도 악영향을 받는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연출한 2006년 영화 은 아카데미상 3개 부문 후보에 오른 화제작이다. 머지않은 미래인 2027년을 배경으로 영화는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보여준다. 전쟁과 환경 파괴가 가져온 재앙으로 인류는 몰락 직전에 내몰린다.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더 충격적인 것은 인류가 더 이상 후세를 생산할 수 없게 되었다는 설정 때문이다. 열여덟 살로 가장 나이가 어렸던 아이가 죽자 전 세계는 큰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그 와중에 임신한 흑인 난민 소녀를 영국에서 도피시키는 이야기가 전개된
톰 행크스가 주연한 2022년 영화 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근교의 한 타운하우스를 배경으로 한다. 미국에서 타운하우스는 대개 2층 집들이 서로 분리되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복층 연립 맨션이다. 임대를 목적으로 하는 3층 이상의 아파트와는 다르다.타운하우스의 일부는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고 일부는 임대된다. 오토가 사는 타운하우스도 마찬가지다. 오토는 타운하우스 단지의 집 한 채를 사서 교사인 그의 부인 소냐와 오랫동안 살아왔다. 거주민 조합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그런데 소냐가 세상을 떠나자 오토는 깊은 실의에
1989년 개봉된 영화 는 미국의 한 사립 고등학교 학생들의 애환을 다룬다. 웰튼 아카데미라 불리는 기숙학교의 보수적 학풍에 길들어 있던 학생들은 새로 부임한 국어 선생의 참신한 수업에서 강한 영감을 받는다.로빈 윌리엄스가 배역을 맡은 키튼 선생은 기존의 진부한 생각의 틀을 깨고 보다 자유로운 사고를 펼치도록 학생을 이끈다. 그로부터 학생들은 창의적 인격체의 삶을 꿈꾸지만, 높고 각박한 현실 세계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게 되고 결국 키튼은 학교를 떠나야 했다.이 영화의 그림같이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낭만적 문학동아리
1980년대에 방영된 인기 드라마 은 하버드 로스쿨의 강의가 얼마나 철저하게 이루어지는지 실감 나게 보여준다. 이른바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을 통해 교수가 무작위로 학생을 지명해 난해한 질문을 던진다.이 질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교수에게 실력 있는 학생으로 인정받는다. 학생들은 밤을 새워 수업을 준비한다. 드라마 속 킹스필드 교수의 날카로운 질문은 무자비하고 잔인하다. 수많은 동료 학생 앞에서 답변에 실패한 학생은 교수에게 욕설을 퍼붓고 싶은 심정이 된다.이 드라마로 인해 하버드는 우리나라에서 미국 명문대의
미국 넷플릭스의 인기 시트콤 드라마 의 배경은 미국 남부 텍사스의 어느 조그만 시골 마을이다.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는 고등학교 풋볼팀의 감독이다. 단란한 가정에는 큰아들이 있고 밑으로 아들과 딸의 이란성 쌍둥이가 있다.쌍둥이 가운데 남자아이 셸든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나이가 아홉 살인 이 아이는 때로는 천진난만하다. 그러나 그는 아인슈타인에 맞먹는 천재적 두뇌를 가지고 있다. 이런 천재 소년을 아들로 둔 셸든의 부모는 무척이나 행복할 듯하다.그러나 드라마에서 셸든의 어머니는 항상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다. 너무나 실력
일 년의 마지막 휴일인 성탄절이 왔다. 거리에는 형형색색의 밝은 전등으로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가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백화점에서 고급 케이크와 와인을 사 들고 종종걸음으로 집을 향하는 직장인과 고급 식당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으로 붐빈다.그러나 2023년 전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신 뜻은 흥청망청 유행을 과시하는 당신의 생일을 선물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의 말씀은 온갖 제도적, 관습적 속박 아래 신음하는 핍박받는 다수의 피지배층에게 위안과 자유를 주는 메시지로 가득하다.하지만 서구 역사는 지난 수천 년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지난 12월 13일 공개했다. 연준은 예상대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5.25%~5.50% 범위로 동결했다. 은행의 연준 예치금에 대하여 지급하는 금리 수준 등 여타 통화정책의 수단에도 변화를 주지 않았다.그러나 이번 FOMC 회의는 2022년 3월 이후에 열렸던 수십 차례 통화 정책회의 가운데 가장 중요한 메시지의 변화를 동반했다.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연준의 메시지는 FOMC 결정을 공식적으로 언론에 발표하는
미국의 전설적 외교관인 헨리 키신저가 향년 10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고 있는 세계는 키신저가 20세기 후반에 구축한 거대한 유산의 결과다. 그는 공산 중국과 미국의 수교를 추진했고 중국을 세계 경제의 파워 하우스로 만드는 데 지대하게 공헌했다.그러나 21세기에 들어와서 시간이 갈수록 세계는 그의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열강 간 힘의 균형을 통해 평화를 추구했던 그의 이상과는 달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으려 했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
새옹지마의 고사가 시사하듯 아주 나쁜 소식도 좋은 귀결로 이어질 수 있다.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는 불상사가 생겼지만, 그 덕택에 전쟁터에 끌려가지 않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비행기를 놓쳤더니 탈 뻔했던 비행기가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역으로 오늘의 굿 뉴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는 나쁜 소식이었음이 밝혀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화요일 발표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 지표도 증권 투자자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좋은 소식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소비자물가가 전월과 비교하여 오르지 않았다.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사극의 단골 주제인 '장희빈'은 러브스토리로 유명하다. 아버지 현종에 이어 적장자의 정통성을 바탕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임금 숙종의 총애를 얻기 위한 귀빈들의 사랑 전쟁 이야기다. 동시에 아내와 이혼하면서까지 집권 세력을 갈아 치웠던 숙종의 정치적 투쟁사이기도 하다.숙종은 아내의 도덕적, 윤리적 정당성을 트집 잡아 환국을 일으키고 그를 통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했다. 그러나 그 정치사의 이면에는 국제정세의 급변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 초강대국 청나라는 남북으로 갈라져 있었다. 물산이 풍부한 남쪽 지방은 한족 토호가 다스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채권시장의 독재자다. 채권가격과 금리가 연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춤을 춘다. 2년 이하 만기의 단기채권 수익률은 연준의 기준금리에 좌우된다. 10년 이상의 장기채권 수익률도 연준의 채권 보유 의지에 따라 오르고 내린다.미국 정부의 재정지출에 소요되는 재원은 우선 조세를 통해 충당된다. 개인 샐러리맨이 내는 개인소득세와 기업이 내는 법인소득세 그리고 수입 물품에서 거둬들이는 관세 등이 연방정부의 주된 수입원이다. 경제가 성장해 월급이 오르고 기업의 이익도 늘어나면 조세수입도 증가한다.이렇게 거둬들
한 집안에서도 의견이 크게 양분된 상태에서는 중립론자가 설 자리가 없다. 같은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상식에 어긋날 정도로 상반되면 상식적이고 성숙한 의견이 오히려 비난받게 된다. 심지어는 상식론자가 회색분자로 지목되어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한다.현재 보수와 진보의 극단으로 양분된 미국 정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도 이와 유사하다. 미국의 선거 사이클은 2년이다. 4년마다 11월 초에 대통령 선거가 펼쳐진다. 이때 연방상원의원의 3분의 1을 새로 뽑고 하원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총선이 함께 진행된다.그리고 대통령의 임
올해는 1983년 사다트가 이끄는 이집트와 아랍연맹이 이스라엘을 공격했던 욤 키푸르 전쟁 50주년이 되는 해다. 하마스는 거기에 대한 기념이라도 하듯 이스라엘을 습격했다. 올해는 또한 존 F. 케네디(JFK)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F 케네디(RFK) 암살의 55주년이기도 하다.JFK는 인종·성별·국적·연령 등 각종 차별에 반대하는 민권법을 마련했고 그가 댈러스에서 암살된 뒤 뒤를 이은 린든 B. 존슨(LBJ)이 1965년 그 법에 서명했다. 오늘도 민권법은 인종의 용광로라 일컬어지는 미국 사회가 다양성과 건강함을 유지하는 초석 역할
지난주 토요일인 10월 7일 이스라엘 서안 인구 230만 명의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군사 조직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급습했다. 이스라엘 영토로 5000발의 로켓을 퍼붓고 1500명의 무장병력이 다방면의 군사작전을 전개한 대규모 전투였다.이 공격으로 1300명에 달하는 이스라엘인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하마스 병력은 군인과 민간인,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살인과 방화를 자행하면서 150명의 민간인을 납치해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공격 과정에서 미국인도 27명이 사망했고 수십 명이 납치됐다.이스라엘은 즉각적으로 전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