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 공모전 다이아몬드상 수상작
민정윤 님 77세 엄마 오팔 반지 사연
엄마의 인생 황금기를 함께한 보석
감정 결과 천연 오팔·다이아몬드 판명

12년차 베이킹 강사인 민정윤 님이 만든 케이크와 쿠키. 엄마의 장롱 안에는 갓 구운 쿠키나 케이크보다 더 달콤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민정윤 님
12년차 베이킹 강사인 민정윤 님이 만든 케이크와 쿠키. 엄마의 장롱 안에는 갓 구운 쿠키나 케이크보다 더 달콤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민정윤 님

문화센터에서 베이킹 수업을 하는 민정윤 님의 사연입니다. 12년차 베이킹 강사인 민정윤 님은 파운드 케이크 스콘이 주특기라고 하는데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버터향 고소한 케이크와 쿠키를 만드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합니다. 민정윤 님(이하 나)은 77세 엄마의 오팔 주얼리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엄마의 장롱 안에는 갓 구운 케이크나 쿠키보다 더 달콤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숨어 있었습니다. 서랍 속 깊숙한 곳에서 긴 시간 머물렀던 오팔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에 엄마가 50년 만에 대학 시절 친구분을 만나셨어요. 고향 시골 마을에서 살다가 같이 부산의 대학으로 진학했던 오랜 친구였습니다. 엄마는 계속 부산에 살았고 친구는 결혼하고 경기도 지역으로 이사를 가 수십 년간 못 만났다고 합니다. 그러다 20대 시절 친구를 70대 후반이 돼서, 50년 만에 만나게 된 것이었습니다.

50년 전, 갓 돌이 지난 나를 안고 있는 당시 27살 엄마. 오팔 반지와 귀걸이(오른쪽). /민정윤 님, 미래보석감정원 제공
50년 전, 갓 돌이 지난 나를 안고 있는 당시 27살 엄마. 오팔 반지와 귀걸이(오른쪽). /민정윤 님, 미래보석감정원 제공

그런데 뜻밖의 이야기를 들으셨다고 합니다. 엄마는 캠퍼스 커플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대학 시절 “그녀의 맘을 도무지 모르겠다”며 친구분께 여러 번 연애 상담을 했다는 것을 50년 만에 만난 자리에서 들었다고 합니다. 처음 듣는 얘기였습니다.

친구는 엄마, 아빠가 결혼하기 전 연애 과정을 ‘시치미 떼고’ 지켜봤던 거였어요. 친구는 “젊은 시절 연애 초반부터 일찍부터 너를 무척 사랑했다”고 알려 주었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엄마는 나에게 친구와 나눈 대화를 전해 주시면서 한동안 상기된 얼굴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안방 장롱 안 서랍 깊숙한 곳에서 몇가지 물건을 꺼내 보여 주었습니다. 옛날 사진, 상패, 목도리, 편지, 구 여권 등 아빠와의 추억이 서린 물건들이었습니다. 그중 한 가지가 바로 오팔 반지와 귀걸이였습니다.

결혼 당시 엄마 아빠는 무일푼으로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결혼하고 아빠의 일이 점점 잘 풀려 단칸 사글세방에서 전세 집으로 키우고, 그러다 결혼 후 7년 만에 내 집 장만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팔 반지와 귀걸이는 1980년대 초반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 즈음 구입한 것입니다.

집 장만을 하고 나서 결혼 초기에 비하면 꽤 살 만해진 때였습니다. 당시에는 보따리 장수나 방문 판매하는 분들이 보석을 많이 팔았다고 해요. 어느 날 미제 초콜릿, 미제 탈지분유, 화장품 등 물건을 떼어다 파는 지인이 예쁜 보석이 있다며 보여 주었습니다. 바로 이 오팔입니다.

상자 뚜껑을 여는데 파란색도 나고 분홍빛도 나고 초록빛도 보이는 보석이 보이더래요. 그 빛이 신기하고 너무 오묘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답니다. 엄마는 파랗고 오묘한 빛이 너무 곱고 예뻐서 홀리는 기분이 들었다고 합니다. 자주색 벨벳 천으로 된 상자 안에는 오팔 반지 말고도 목걸이, 귀걸이, 브로치 총 4가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반지를 꺼내 손에 껴봤는데, 마치 내 물건인 양 사이즈도 꼭 맞는 크기였습니다.

1993년경, 부모님과의 여행 사진 속 고인이 된 아빠의 웃음 소리와 환한 미소가 너무나 그립다. 엄마 아빠의 꽃무늬 옷이 보석 오팔처럼 화사하고 다채롭다. /민정윤 님
1993년경, 부모님과의 여행 사진 속 고인이 된 아빠의 웃음 소리와 환한 미소가 너무나 그립다. 엄마 아빠의 꽃무늬 옷이 마치 보석 오팔처럼 화사하고 다채롭다. /민정윤 님

물건을 팔던 지인이 보석 이름이 ‘오팔’이라고 가르쳐줬다고 해요. 오팔을 본 후 엄마는 며칠 동안 계속 반지가 생각났다고 합니다. 가격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주 고가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십니다. 그러나 목돈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생각해 보겠다고 그날은 지인을 돌려보냈답니다. 한동안 고민하다 아빠에게 넌지시 상의했는데 아빠가 두말없이 “사고 싶으면 당장 사”라고 하셨대요.

아빠가 말렸으면 안 살 생각이었는데, 얼떨결에 오팔이라는 신비한 보석을 가지게 된 거죠. 구입 후 오팔 세트는 한동안 엄마의 애장품이었습니다. 이번에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나도 엄마가 오팔을 착용하셨던 게 기억납니다. 반지를 손에 끼고 오팔 브로치를 정장 상의에 매달고 동생 졸업식에서 찍었던 사진도 어렴풋이 생각납니다. 그렇게 몇 년을 끼다가 유행이 지났다고 느껴질 무렵부터 장롱 안에 머물러 있던 보석입니다.

40여 년간 엄마의 ‘숨은 애장품’이던 오팔 반지와 귀걸이는 전체 세트 중 일부만 남은 것입니다. 2개는 엄마가 다른 사람에게 입양 보냈다고 합니다. 4가지 주얼리 중 브로치가 가장 크고 화려한 물건이었는데 첫 손녀를 낳았을 때 며느리에게 물려주었습니다. 목걸이가 그 다음으로 큰 물건이었는데 지인에게 선물했다고 해요.

엄마께 착용을 권하니 디자인이 구식이고 이제는 나이가 많아서 보석 반지를 끼기도 거추장스럽다고 하세요. 새로 세팅해서 사용하기엔 비용이 많이 들어서 내키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자식들에게 물려주려고 하는데, 그 전에 기회가 된다면 보석감정원에 꼭 방문해서 오팔에 대해 평가받고 싶다고 하십니다.

무려 50년 만에 만난 고향 친구가 해준 얘기를 듣고 아빠 생각이 더 난다고 하십니다. 지금은 저세상으로 떠난 아빠와의 연애 시절도 떠올리면서 엄마는 장롱 속에서 이 오팔을 꺼내셨습니다. 몇 십년 넘게 장롱 속에 묵혀 뒀는데 이번 공모전 때문에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나조차도 장롱 속에서 머물렀던 아빠 엄마의 손때가 묻은 여러 물건들을 이번에 비로소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물건도 있었고 지금은 쓰임새가 없는 물건도 있었어요. 엄마와 그걸 함께 정리하면서 버리기도 했습니다. 쓸모 없지만 차마 버릴 수 없는 물건도 있었어요. 그런 것들은 장롱 한 켠에 다시 자리를 잡았습니다. 옛 물건들 하나하나에는 엄마 아빠의 이야기가 배어 있었습니다. 그걸 들으니 왠지 뭉클했습니다.

엄마는 “오팔을 샀던 그 시절이 내게는 인생의 황금기였던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 오팔은 지난 날 행복했던 기억을 소환하는 보석”이라고 하시면서요.


감정 결과, 천연 오팔에 작은 천연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반지와 귀걸이였다. 오팔 반지와 귀걸이. 4가지 전체 세트 중 일부만 남은 것이다. /미래보석감정원
감정 결과, 천연 오팔에 작은 천연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반지와 귀걸이였다. 오팔 반지와 귀걸이. 4가지 전체 세트 중 일부만 남은 것이다. /미래보석감정원

미래보석감정원에서 민정윤 님의 오팔 반지와 귀걸이에 대한 감별이 진행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석과 금속의 표면이 깨끗한 상태로 반지와 귀걸이 모두 금 함량에 대한 각인 표기는 없었습니다. 보석학적인 특징들을 검사한 결과, 반지와 귀걸이의 메인 보석은 페어 캐보션(서양배 모양에 가운데가 볼록한 형태)의 천연 오팔로 확인되었습니다. 천연 오팔 이외에 보조석은 천연 다이아몬드입니다.

오팔은 플레이 오브 컬러(Play of Color, 유색 효과)라는 특수 효과가 있는 보석입니다. 보석을 돌려보면 보석 표면의 색상이 계속 변하는데, 이것을 '플레이 오브 컬러'라고 부릅니다. 오팔은 특수 효과가 선명할수록 훨씬 가치가 높아지는데, 민정윤 님의 오팔은 특수 효과가 매우 잘 나타났습니다.

감정을 진행한 미래보석감정원 구창식 원장은 오팔은 관리를 잘해야 하는 보석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경도(외부 긁힘에 견디는 힘)가 5~6.5입니다. 다이아몬드(경도 10)나 루비, 사파이어(경도 9), 토파즈(경도 8)보다 낮아서 다른 보석과 같이 보관할 경우, 부딪힘에 의해 경도가 낮은 오팔에 흠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오팔은 찜질방이나 목욕탕과 같은 장소에서는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물 분자가 결합(최고 20%까지)되어 있는데, 너무 급격한 온도의 변화 또는 뜨겁고 건조한 곳에 장시간 보관할 경우 보석에 크랙이 발생하거나 특수 효과를 소멸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한 착용한 후에는 젬 클로즈(Gem Cloth, 부드러운 면사)로 잘 닦은 후 스크래치가 발생하지 않게 잘 감싸서 보관해야 합니다. 보관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오팔만의 신비한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습니다.

민정윤 님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엄마가 원하셨던 감정을 해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소감을 남겼습니다. “엄마의 인생 황금기의 보석을 꺼내어 보며 제 삶도 보석처럼 빛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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