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 주얼리를 찾아라] 시즌 1
서울시립대 송오성 교수팀과 손잡고
보석용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개발
세계 8번째로 생산 기술 보유국 돼
2023년 본격 양산 돌입해 세계 제패

'대한민국이 다이아몬드 생산 세계 1위가 된다.'

새해 벽두부터 뜬금없는 포부를 선언한 장인이 있다. 한국에선 천연 다이아몬드가 채굴되지 않는다. 그런데 다이아몬드 생산 세계 1위가 될 수 있다니 무슨 뜻일까?

국내 최초, 세계에서 8번째로 CVD(Chemical Vapor Deposition)공법의 보석용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개발에 성공한 KDT 다이아몬드 강승기 대표의 출사표다. 강 대표는 "한국에선 천연 다이아몬드가 채굴되지 않지만 실험실에서 다이아몬드를 양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기에 가능한 목표"라고 말했다. 

이제 다이아몬드는 양식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랩그로운(Lab Grown)' 다이아몬드라는 말도 영어 뜻 그대로 실험실에서 자라난 다이아몬드를 의미한다. 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소재다. 또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에 나온 대로 분쟁 지역 다이아몬드의 유통이나 비윤리적인 채굴 방식에서도 자유롭다.

합성 다이아몬드 생산의 의미는 작지 않다. 천연 다이아몬드와 합성 다이아몬드는 화학적 구성, 결정 구조, 물리적 성질이 똑같다. 자연산이냐 양식이냐에 따른 가격 차이만 있을 뿐. 그런 합성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지금까지 미국, 인도, 중국, 일본, 싱가포르, 독일, 이스라엘, 단 7개국 뿐이었다.

그러나 국내 최초로 KDT 다이아몬드(대표 강승기)가 지난 2021년 연말 공업용이 아닌 보석용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생산에 성공했다. 서울시립대 신소재공학과 송오성교수팀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일궈낸 값진 성과였다. 이로써 한국은 8번째 보석용 합성 다이아몬드 생산국이 됐다.

2021년 12월 31일. 국내 1호인 1.27캐럿 크기의 보석용 합성 다이아몬드가 탄생했다. 1호는 서울시립대 송오성 교수가 반지로 착용하고 있다. /KDT 다이아몬드
2021년 12월 31일. 국내 1호인 1.27캐럿 크기의 보석용 합성 다이아몬드가 탄생했다. 1호는 서울시립대 송오성 교수가 반지로 착용하고 있다. /KDT 다이아몬드

그간 국내에서도 공업용 다이아몬드(반도체·태양광 판·자동차·항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핵심소재로 쓰임)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1캐럿(직경 6.5㎜) 이상의 보석용 다이아몬드를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 연구에 착수해 2년 만인 2021년 12월 31일. 국내 1호인 1.27캐럿 크기의 합성 다이아몬드가 탄생했다. 그러나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 사이 자체 개발에 성공한 KDT는 양산체제를 준비했고,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전문 브랜드인 ‘퍼스트 다이아몬드(FIRST Diamond)’까지 런칭하며 본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2022년 12월 31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다이아몬드 빌딩에서 KDT 다이아몬드 강승기 대표(63)를 만나 한국산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개발의 의미를 들어봤다.

—대한민국을 다이아몬드 생산국으로 만든 소감은?

“제가 합성 다이아몬드를 개발하게 된 계기가 주얼리 산업에 35년간 종사하면서 느낀 아쉬움 때문이었습니다. 제일 아쉬웠던 게 보석ᆞ주얼리가 사치품으로 인식되다 보니 주얼리 산업이 세계를 제패하는 다른 산업에 비해 너무 약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화장품이 아시아를 장악하듯이 충분히 주얼리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회사가 나올 수 있는데도요.

그런 상황에서 다이아몬드 생산에 성공해 자부심을 느낍니다. 7~8년 전만 해도 합성 다이아몬드를 만든다는 것은 까마득한 남의 나라 얘기로만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단순히 생산국이 됐다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이아몬드 생산 1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꿈이 큽니다. 그렇게 다이아몬드 강국이 될 수 있도록 매진할 계획입니다.”

—정말 세계 1위가 가능할까요?

“어차피 우리나라는 천연 다이아몬드가 나오지 않아요. 전량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랩그로운(Lab Grown, 합성) 다이아몬드는 장래가 아주 밝습니다. 생산 과정의 80% 이상이 반도체 기술과 흡사합니다. 그래서 한국이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디자인, 창의력, 세공력은 이미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충분히 대한민국이 다이아몬드 생산 1위국이 될 수 있습니다.”

KDT 다이아몬드 본사가 있는 다이아몬드 빌딩에서  다이아몬드 생산, 연마, 세공 작업이 계속된다. /민은미
KDT 다이아몬드 본사가 있는 다이아몬드 빌딩에서 다이아몬드 생산, 연마, 세공 작업이 계속된다. /민은미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뭔지 쉽게 설명한다면?

“추운 날씨에 얼음이 어는데, 자연에서 얼음이 언 것과 냉장고 안에서 얼음이 언 것, 단지 그 차이입니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반짝임과 광채가 뛰어나 소비자가 외관으로 천연 다이아몬드와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보석전문가도 전문적인 감정 장비를 통해서만 구별이 가능합니다.”

—그런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데 어떻게 성공했는지.

“주얼리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회사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개발을 마음먹고 있던 차에, 신소재 공학을 전공한 서울시립대 송오성 교수를 3년 전에 만났습니다. 송 교수는 MIT박사, 삼성전자 출신으로 이미 오랜 기간 보석에 대한 연구실적이 있어 개념에 대한 이해가 빨랐습니다. 제가 개발 구상을 얘기하자 바로 의기투합해서 산학협력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생산 과정의 80% 이상이 반도체 기술과 흡사해 한국이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고 말하는 강승기 대표. /민은미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생산 과정의 80% 이상이 반도체 기술과 흡사해 한국이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고 말하는 강승기 대표. /민은미

먼저 MOU(업무협약)부터 맺고, 연구비를 지원했습니다. KDT에서 실험에 필요한 원자재를 수소문해 공급하고, 자료 조사 및 연구 활동에도 참여했습니다. 2021년 3월부터 12월까지 송오성 교수팀과 KDT팀이 매주 한 번 만나서 회의를 진행해 나가면서 드디어 2021년 12월 31일, 1호 시제품을 탄생시켰습니다. 꼭 1년 전이었는데, 너무나 기쁜 순간이었습니다.”

(KDT 다이아몬드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CVD(Chemical Vapor Deposition)공법으로 만든다.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와 탄소 가스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다이아몬드 시드(Seed, 씨앗)를 깔아 놓으면 다이아몬드가 자란다. 기존의 공법 HPHT(High Pressure High Temperature, 고온고압)은 고온·고압을 가해야 해 거대한 장비를 설치할 공간이 필요하고 폭발 위험성이 커 대량 생산에 적합하지 않았다. CVD공법은 가정집 냉장고 크기의 장비만 있으면 되고 안전사고 위험성도 거의 없어 여러 대를 병렬로 설치하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은?

“사실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출발했습니다. 의지와 이론만 있었을 뿐 정보가 전혀 없었습니다. 학계 논문을 바탕으로 연구를 이어 나갔으나 핵심적인 정보가 제한되어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송오성 교수가 과거 합성 다이아몬드에 대한 원초적인 기술을 연구했고 장비를 다룬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으로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거죠. 카이스트 출신 김정우 박사에게도 1년간 연구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보람 있었던 일은?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한 것입니다. 정보가 없다 보니 저 또한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되었고, 온갖 자료를 다 찾아봤습니다. 한국이 반도체 강국이다 보니 보석과 관련한 원천기술이 다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석용 합성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것은 80% 이상 반도체 기술과 흡사합니다.

이런 반도체 기술 인프라가 이번 개발에 큰 도움이 되었고, 지금까지 개발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에서 더 큰 크기의 다이아몬드를 개발한다면 다양한 산업에서 핵심 소재로 쓰일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미 인프라를 많이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그리고 핵심 기술을 보유하게 된 것, 그것이 가장 보람이었습니다.”

—세계 1위에 도전하려면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해외에서 수입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에 비해 경쟁력은?

“첫번째, 가격 경쟁력입니다. 국내에 주로 유통되는 인도산과 중국산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에 비해, 우리 제품은 품질은 좋고 가격은 더 낮습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니까 패션 주얼리 시장에서 가능성이 열릴 수 있습니다.

두번째, 오차 제로의 완벽한 커트가 가능합니다. 다이아몬드의 등급을 판단하는 기준인 4C(Carat, Color, Clarity, Cut) 중 커트는 유일하게 사람의 손에 의해 결정됩니다. 원석을 어떻게 커트하느냐에 따라 광채와 반짝임은 천차만별입니다. KDT 다이아몬드는 5가지 커트 등급(Excellent, Very Good, Good, Fair, Poor) 중 Excellent Cut으로 미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 개성 있는 커팅이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다이아몬드하면 주로 동그란 모양, 사각형, 하트 모양, 서양배 모양 등 정해진 틀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별 모양도 선보일 겁니다.”

—천연 다이아몬드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가격 차이는?

“다이아몬드는 등급에 따라 가격 편차가 크지만 종로에서 천연 1캐럿은 1000만원~1300만원선이고, 합성 1캐럿은 180만원~300만원 정도입니다. 하지만 3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에서는 가격차가 더 벌어집니다. 3캐럿짜리 합성석의 가격은 천연의 10% 정도죠. 제가 패션 주얼리 시장의 가능성을 언급한 이유죠.

다이아몬드가 크면 클수록, 합성과 천연의 가격 경쟁력이 더 벌어집니다. 더욱이 천연 다이아몬드는 5캐럿짜리가 거의 없죠. 아주 희소합니다. 합성 다이아몬드는 5캐럿 이상도 생산할 수 있으니 크기가 커질수록 경쟁력은 더욱 배가됩니다.”

KDT 다이아몬드 강승기 대표 /민은미
KDT 다이아몬드 강승기 대표 /민은미

(우리나라를 다이아몬드 생산국으로 만든 것은 KDT 다이아몬드 강승기 대표에겐 35년만의 결실이었다. 그는 1986년 학사 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다. 제대하면서 장교 월급을 받아 모은 680만원이 KDT를 만드는 데 종자돈이었다.

처음에는 전자제품 사업을 하려 했다고 한다. 잘 안돼서 무슨 사업할까 고민에 빠졌다. 장기적으로 잘 할 수 있는 것, 조직보다는 개인기가 많이 필요한 분야를 찾던 중 귀금속이 눈에 들어왔다. 명일동의 한 금은방에 종업원으로 들어가서 일을 배웠는데, 가만 보니 장사만 했지 이론적으로 보석을 모르는 주인이 태반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새벽에 학원을 다니며 보석 공부를 했다.

1987년 5월 잠실 지하상가에 ‘강보석’을 오픈한 뒤 ‘딕스 다이아몬드’, ‘KDT 다이아몬드’ 등으로 점차 사업 규모를 키웠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목돈을 만들어 드디어 종로에 땅을 샀고 그 땅에 현재의 KDT 다이아몬드 본사 건물을 지었다. 지난해 1월에는 ‘FIRST 다이아몬드’를 론칭했다. 바로 개발에 성공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다. 최근 MZ세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고 있다.

FIRST 다이아몬드는 강 대표의 아들 강성혁 실장(32)이 마케팅과 영업을 총괄하고 있다. 강성혁 실장은 서울예고에서 미술과 조소를 전공했고, 영국 골드스미스를 졸업한 뒤 홍콩 GIA(Gemological Institute Of America, 미국 보석 감정 및 보석 교육기관)에서 보석감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강 실장은 디자인을 강화하는 한편,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젊은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천연 다이아몬드를 살 때는 재산가치를 많이 생각하는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니 합성다이아몬드는 다르겠군요.

”재산가치보다 매일 착용하며 즐길 수 있는 제품의 반응이 좋습니다. 이젠 외국도 다이아몬드를 통한 재산가치 축적이라는 오랜 인식의 벽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작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보석 세미나에서 피부로 느꼈습니다. 결국 패션 주얼리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열릴 것 같습니다. 외국은 이미 진행되고 있고, 한국도 더디지만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진행될 거라 봅니다.“

—그간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주얼리가 사치품으로 인식되어 온 게 사실인데요.

“이제 다이아몬드는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특정 계층이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아직 해외 브랜드에 비해서는 인지도가 낮지만 ‘Made in Korea’ 다이아몬드로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겠습니다.”

KDT 다이아몬드가 서울시립대 송오성 교수팀과 손잡고 보석용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개발에 성공하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8번째로 생산 기술 보유국이 됐다. /민은미
KDT 다이아몬드가 서울시립대 송오성 교수팀과 손잡고 보석용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개발에 성공하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8번째로 생산 기술 보유국이 됐다. /민은미

—주얼리가 산업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될 수 있을까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주얼리는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합니다.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완성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서울 종로의, 이 좁은 공간에 사업자등록만 3000개가 돼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고용 효과를 낼 수 있고, 특히 여성이나 장애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여기서 더 확 클 수 있으려면 정책적으로 주얼리는 산업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보석용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더 큰 크기의 다이아몬드로 만들면 산업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한국을 가장 우수한 질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생산국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 꿈을 가지고 도전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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