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 공모전 다이아몬드상 수상작
70대 이계진 님의 결혼반지 사연
0.5캐럿으로 알았던 반지 0.76캐럿

서울에 사는 70대 주부 이계진 님은 26살 꽃다운 나이에 결혼했습니다. 벌써 45년 전입니다. 이계진 님(이하 나)의 결혼반지는 ‘집 나갔다 돌아온 다이아몬드’입니다. 구입 시기는 예물을 준비하던 1977년 10월 즈음이라고 합니다. 다음은 이계진 님의 사연입니다.


1981년경 ‘집 나간 다이아몬드’ 사건이 일어났던 13평 잠실 주공 아파트 입구에서 찍은 사진(왼쪽), 이계진 님의 결혼반지 /이계진 님, 우신보석감정원 제공
1981년경 ‘집 나간 다이아몬드’ 사건이 일어났던 13평 잠실 주공 아파트 입구에서 찍은 사진(왼쪽), 이계진 님의 결혼반지 /이계진 님, 우신보석감정원 제공

나는 부산의 최고 번화가였던 광복동의 금은방에서 반지를 구입했습니다. 가게 이름이 ‘보옥당’ 혹은 ‘보금당’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그 가게가 없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시내 한복판에 있던 큰 금은방이었는데 예물 반지를 구입하러 친언니와 시어머님 3명이 갔습니다.

당시 다이아몬드가 정말 귀하던 시기였습니다. 예물 하기 전까지 다이아몬드라는 보석이 막연하게 ‘보석 중 최고’라는 것만 알았지 실제로 본 것은 그 가게에서 처음이었습니다. 처음 본 다이아몬드는 듣던 대로 가게 안의 조명 때문인지 반짝임이 눈이 부실 정도였습니다.

1975년경 결혼 전, 고향 집 근처 숲에서. 반지와 함께 옛 사진을 찾게 되었다. /이계진 님
1975년경 결혼 전, 고향 집 근처 숲에서. 반지와 함께 옛 사진을 찾게 되었다. /이계진 님

다이아몬드 세트(0.5캐럿 다이아몬드 반지, 0.2캐럿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오팔 세트(오팔 반지, 목걸이, 귀걸이, 브로치)를 구입했는데, 전체 가격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0.5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는 48만원으로 반지 가격만은 또렷이 기억납니다. 보증서와 영수증도 받았던 것 같은데 남아있는 것은 없습니다. 당시 지불은 시어머님이 현금으로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결혼 예물로 붉은색이 나는 루비 반지나 오팔 반지를 많이 하던 때였습니다. 친한 여고 동창 5명이 있는데, 2명이 루비, 2명이 오팔로 예물 반지를 했으니 나만 유일하게 다이아몬드 결혼반지를 한 것이었습니다.

결혼 후, 몇 년까지도 주위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예물로 한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주위 친구들이 결혼반지를 구경하러 올 정도였어요. 0.3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했던 사람 몇몇만 봤지, 0.5캐럿은 정말 큰 크기였습니다.

아마도 당대 뼈대 있는 집안의 소문난 멋쟁이였던 시어머님이 집안의 저력을 보여주려고 나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해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남편은 문중의 5대 장손이었고 시어머님은 양장에 밍크 숄을 둘렀던 안목 높고 솜씨 좋은, 옷도 양장점에서 맞춤옷만 입던 분이었습니다.

그런 시어머니가 금은방에 가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고르게 해서 다이아몬드가 나의 결혼반지가 된 것입니다. 시어머님은 한 가지 더 순금으로 된 주얼리 세트를 하라고 권했는데, 당시 26살, 젊은 나이였던 내겐 누런 금이 촌스럽고 나이 들어 보여서 그때 유행했던 오팔 세트를 골랐습니다.

결혼 후 남편 직장 때문에 서울에 와서 살게 되었습니다. 화곡동에 있는 방 한 칸 전셋집을 시작으로 당시에는 전세 기간이 6개월 단위여서 정말 여러 차례 이사를 했어요. 그러다가 딸을 낳고 방 2개 있는 13평 잠실 주공 아파트 집으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1981년에 ‘집 나갔다 돌아온 다이아몬드 반지’ 사건이 일어난 바로 그 집입니다.

42년 전만 해도 지금과 달리, 아파트는 모두 복도식 아파트였어요. 거의 모든 집들이 현관문을 열고 살았습니다. 서로 왔다 갔다가 하며 이웃끼리 왕래가 잦았고 어느 집이 장을 보러 가고 옆집의 저녁 반찬이 뭔지까지 알 정도였습니다. 그날도 이웃에 살던 만삭이던 새댁이 우리 집을 다녀갔습니다. 새댁이 아장아장 걷던 어린 딸을 무척 예뻐했어요. 새댁이 다녀간 후 저녁 설거지를 하면서 싱크대 한쪽에 빼 둔 다이아몬드 반지가 사라진 것을 알았습니다.

1982년경 아장아장 걷는 띨과 함께. 당시 복도식 아파트는 주로 문을 열고 살았고 이웃의 왕래가 잦았다. /이계진 님
1982년경 아장아장 걷는 띨과 함께. 당시 복도식 아파트는 주로 문을 열고 살았고 이웃의 왕래가 잦았다. /이계진 님

반지가 없어진 걸 알고 너무 놀라고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날 밤부터 아침까지 밤새 온 집안을 샅샅이 뒤졌어요. 아이들 장난감 바구니, 쓰레기통 등 구석구석 찾았지만 없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경찰서에 신고했고 경찰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그때 경찰관이 당시 0.5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는 150만원 상당의 가치라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반지 구입 후 불과 4년 뒤였는데 가격이 3배나 오른 걸 알게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반지를 찾으면서도 심증으로 ‘새댁이 범인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경찰관이 집에 와서 현장을 조사하고 새댁하고 얘기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러면서 경찰관이 저한테 “아마 잘 찾아보면 나올 겁니다”라며 가셨어요.

그런 후에 장난감 바구니를 다시 바닥에 쏟으니까 무언가 ‘반짝’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찾게 된 것입니다. 아마도 경찰관이 새댁에게 다시 갖다 놓으라고 설득해서 경찰관이 바구니 안에 넣어둔 것 같습니다. 얼마 안 돼 새댁은 이사를 갔습니다. 이것이 내 집 나갔다 돌아온 다이아몬드 반지 이야기입니다.

반지와 목걸이는 2000년 즈음에 리세팅한 것이다. /우신보석감정원
반지와 목걸이는 2000년 즈음에 리세팅한 것이다. /우신보석감정원

사진에 있는 반지와 목걸이는 2000년 즈음에 리세팅한 것입니다. 1984년경에 집 장만해서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 왔는데, 모임에 나가면 번쩍번쩍 보석 한두 개쯤은 착용하는 지인들이 많았습니다. 예물로 구입했을 때 반지의 다이아몬드 부분이 아주 높아서 착용하기에 불편한 디자인이었어요. 그래서 인근 백화점 지하 1층에 있는 주얼리 매장에 가서 큰맘 먹고 100만원을 주고 리세팅했습니다.

이번에 반지에 대해서 응모하려고 옛 생각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이 다이아몬드는 벌써 나와 45년을 함께 했더군요. 참으로 긴 시간 동행했어요. 장롱 속에 잠자던 걸 오랜만에 꺼내 봤습니다. 리세팅한 지도 벌써 22년이나 지나서 다시 구닥다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잘 끼지 않게 되었고 손가락이 굵어져서 잘 들어가지도 않아요.

장롱 속에 잠자던 다이아몬드 반지를 오랜만에 꺼내 착용해 봤다. /이계진 님
장롱 속에 잠자던 다이아몬드 반지를 오랜만에 꺼내 착용해 봤다. /이계진 님

반지와 함께 옛 추억도 새록새록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전셋집을 살면서 6개월마다 어떻게 이사를 했는지… 드문드문 남아 있는 옛 사진을 보면서 그 시절의 일들을 가족들과 얘기하며 웃음꽃도 피웠습니다. 우연히 80년대 초반에 찍었던 증명사진도 찾게 되었어요. 사진 속에 있는 44년 전 나의 모습이 어찌나 낯설던지…

무엇보다도 이번 공모전을 통해서 지금은 40대가 된 딸과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잃어버렸던 나의 일부를 되찾은 것 같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결혼반지는 나에게는 평생 유일한 다이아몬드입니다. 집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줘서 너무나 감사한 귀한 보석입니다.


1977년 당시는 다이아몬드 결혼반지가 정말 귀하고 드문 시기였다. /우신보석감정원
1977년 당시는 다이아몬드 결혼반지가 정말 귀하고 드문 시기였다. /우신보석감정원

주얼리 공모전을 통해 이계진 님의 다이아몬드 반지와 목걸이는 우신보석감정원에서 세심한 감정이 진행되었습니다. 다이아몬드 등급 평가 기준인 4C(Carat/중량, Color/컬러, Clarity/투명도, Cut/컷)는 나석 상태에서 정확한 감정이 가능합니다. 이계진 님의 반지와 목걸이는 주얼리 제품에 세팅된 상태이기 때문에 전문 과학 장비를 이용하여 보석감정사가 대략적인 추정치를 평가했습니다.

다이아몬드는 기름과 친한 친유성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화장품이 묻은 손으로 다이아몬드를 만지거나 오랜 시간 방치하면 친유성에 먼지가 더해져 다이아몬드 표면이 뿌옇게 되어 광채를 잃게 됩니다. 감정 이전에, 정확한 평가를 위해 다이아몬드를 깨끗하게 세척했습니다.

감정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지난 45년간 0.5캐럿이라고 알고 있던 반지가 실제는 더 큰 크기인 0.76캐럿이었습니다. 이계진 님의 반지에는 0.76캐럿의 메인 스톤과 주위를 장식한 20개, 총 21개 천연 다이아몬드. 목걸이에는 0.20캐럿 메인 스톤과 주위를 장식한 9개, 총 10개의 천연 다이아몬드가 세팅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0.76캐럿과 0.20캐럿 메인 스톤은 색상(Near Colorless)과 투명도(vs급)가 높은 등급이었습니다.

이계진 님은 정말 감정하기를 잘했고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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