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 주얼리를 찾아라] 시즌 1
1979년 설립된 우신보석감정원의 역사
국제기준 다이아몬드 등급 국내 보급사
일본서 GIA 수료 오희남 원장이 선구자

 

1979년 일본 GIA에서 수료장을 받는 설립자 고 오희남 원장(1935~1998/오른쪽). /우신보석감정원
1979년 일본 GIA에서 수료장을 받는 설립자 고 오희남 원장(1935~1998/오른쪽). /우신보석감정원

“김중배의 다이아 반지가 그리 좋더냐…”

다이아 반지에 홀려 사랑하는 사람을 버리고 다른 남자(김중배)의 품에 안긴 심순애를 향한 이수일의 대사다.『이수일과 심순애』는 일본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가 조중환(1863~1944)이 ‘장한몽(長恨夢)’이라는 제목으로 번안해 1913~1915년 ‘매일신보’에 연재했다.

소설 ‘장한몽’에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금강석(金剛石) 반지’로 나온다. 이 대사에 나온 다이아 반지는 몇 캐럿이고 컬러 등급은 어느 정도였을까?

소설이 나왔던 1910년대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에선 다이아 반지의 등급을 매길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국내에서 다이아몬드 감정이라는 개념이 생기게 된다.

오늘날 이런 다이아몬드를 살 때, 항상 듣게 되는 말이 있다. 바로 ‘우신 다이아’다. 어떤 분야의 상호(商號)가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인지도를 가지게 되면, 사람들은 그 상호를 해당 상품을 일컫는 보통명사로 쓴다.

가령 ‘포스트 잇’은 탈착식 메모지를 말하지만 그 자체가 상호다. 아스피린(해열진통제)도 마찬가지. 이 외에 대일 밴드(반창고), 딱풀(고체 풀), 프리마(커피용 크림), 바바리(트렌치 코트) 등의 사례도 꼽을 수 있다. 한국 다이아몬드 시장에서는 ‘우신 다이아’ 가 고유 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우신 다이아’는 과연 무엇일까? 다이아는 다이아몬드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지만 ‘우신’은 드비어스나 티파니처럼 다이아몬드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우신’하면 ‘믿고 살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좋은 등급의' 이란 의미를 지닌다.

홍콩보석전시회에 참여한 ‘우신보석감정원(Wooshin Gemological Institute of Korea)’ 부스. /우신보석감정원
홍콩보석전시회에 참여한 ‘우신보석감정원(Wooshin Gemological Institute of Korea)’ 부스. /우신보석감정원

우신은 다이아몬드 회사가 아니라 보석감정원이다. 정식 이름은 ‘우신보석감정원’. 고 오희남 원장(1935~1998)이 1979년에 설립했다. 초대 오희남 원장은 국내에서는 드물게 1970년대 후반에 국제 공인 보석감정사 자격을 취득하고 보석감정원을 열었다. 당시 국내에 보석감정원은 한국보석과학원과 미조보석감정원 단 2곳뿐이었다.

한국 시장에서 다이아몬드가 일반인에게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것이 1970년대다. 당시에는 다이아몬드 등급을 매기는 데 기준이 되는 '4C(Carat/중량, Color/컬러, Clarity/투명도, Cut/컷)'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다이아몬드 감정의 불모지에 국제기준의 등급 체계를 처음 도입해 보급한 장본인이 바로 오희남이었다. 1979년 우신보석감정원 개원 이후, 오희남의 'G-VVS1'이 최고의 다이아몬드로 통했다. 다이아몬드 등급을 결정하는 4가지 기준인 '4C' 중에서 컬러는 'G'에 투명도는 'VVS1'인 다이아몬드라는 뜻이다. 캐럿은 크기이고 컷은 당시만 해도 별반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소비자가 알기 쉽도록 두 가지 기준으로 단순화했다. 

더 높은 등급의 다이아몬드도 물론 있을 수 있었지만 희소성으로 인해 그나마 공급이 원활하고 소비자에게도 좋은 등급으로 권할 수 있는 것이 G-VVS1이었다고 한다. 감정 체계조차 자리잡지 못한 당시에 국제기준의 등급을 매긴 감정서를 발급했으니 ‘다이아몬드는 오희남이 것이 최고’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오희남의 다이아몬드가 소비자의 절대 신뢰를 얻게 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오 원장은 다이아몬드 등급을 매기는 감정사가 감정을 의뢰하는 업자와 절대 접촉하지 못하도록 엄금했다. 다이아몬드 업계에서 35년 몸 담아 온 관계자는 "오 원장은 수시로 불시에 종로 일대 음식점이나 술집을 암행 순찰하면서 업자와 만나는 직원이 있으면 엄벌에 처했다"고 회고했다.

대신 오 원장은 직원들을 일본으로 보내 국제기준의 등급 판정법을 배워 오도록 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오희남 초대 원장은 감정원에서 일하는 모든 감정사를 일본으로 유학 보내 GIA(Gemological Institute Of America, 1931년 설립된 미국의 보석 감정 및 교육 기관)에서 공부하게 했다"며 "전문 보석감정사를 양성하기 위해 일본에 사택을 둘 정도였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우신감정원은 현재 국내 다이아몬드 시장 점유율이 70~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캐럿 미만에서는 80% 이상, 1캐럿 이상에서 대략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1캐럿 이상에서는 미국 GIA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우신보석감정원이 GIA를 뛰어넘을 정도로 세를 확장했다.

왜 ‘우신 다이아’ 인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2023년 1월 5일, 우신보석감정원 압구정점을 방문해 보석감정사이자 마케팅 담당자인 김영민 차장을 만났다.

—언제부터 ‘우신 다이아’라는 말이 생겼나요?

“1979년 감정원 오픈 이후, 언제부터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오래 전에 생겨난 말입니다. 나이 드신 어머님 세대는 ‘오희남 다이아’로 부르다 ‘우신 다이아’로 바뀌었습니다. 제가 입사 때(입사 11년차)부터 이미 있던 말이었습니다.”

—보석을 구입할 때 감정서가 왜 중요한가요?

“다이아몬드 감정서, 유색 보석 감별서는 보석을 구입할 때, 보석에 대한 진위 여부와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구입하기 전에 감정서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감정서/감별서에 있는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판매처를 고를 것을 권유합니다.”

—국내 다이아몬드 시장에서 GIA 다이아, 우신 다이아가 쌍두마차, 그리고 그 외 감정서가 하나의 공식처럼 형성되어 있습니다. 가격 차는 어느 정도인가요?

“GIA 다이아는 GIA 감정서가 있는 다이아몬드를 말합니다. GIA 다이아 가격이 100이라면, 우신 다이아가 100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가격 차이도 있지만, 해외 감정서와 국내 감정서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해외 감정서(특히, GIA)가 ‘더 좋다’ 혹은 ‘더 신뢰할 수 있다’ 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더 좋은 감정서인가요?

“미국의 GIA, EGL(USA Gemological Laboratory), 유럽의 HRD(Antwerp), IGI(International Gemological Institute) 등 각 나라별로 수십 개의 감정원이 있습니다. 그중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GIA의 인지도가 가장 높습니다. 그러나 해외 감정서라고 해서 반드시 더 좋다고 할 수는 없어요. 예전과 달리, 국내 감정원들의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또한 GIA 감정서가 있는 것만으로 소비자가 구입하는 물건이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GIA 감정서를 가진 다이아몬드라고 하더라도 등급이 다양하므로 개별적인 다이아몬드의 등급을 살펴봐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백화점에 입점한 해외 명품 브랜드에서 다이아몬드 제품을 많이 구입하고 매년 그 수가 늘고 있습니다. 해외 명품 브랜드에서 취급하는 보석이 국내에서 유통되는 보석보다 품질이 더 우수한가요?

유색보석 감별서. /우신보석감정원
유색보석 감별서. /우신보석감정원

“해외 명품 브랜드의 경우, 브랜드의 가치가 높습니다. 브랜드 특색이 가미된 특정 디자인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이 고가입니다. 하지만, 감정서가 없다면, 거기에 세팅된 보석 자체의 등급은 알 길이 없습니다. 단순히, 보석의 품질을 비교하기 어럽습니다.”

(우신보석감정원은 서울에 두 곳(종로점과 압구정점)이 있다. 각 점별로 공개 채용을 통한 석·박사급의 전문 연구 인력이 근무 중이다. 물리학과와 화학과 출신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필자가 방문한 압구정점은 크게 감정실과 연구실로 구성되어 있었다. 감정실의 늘어선 책상 위에는 기구들이 가득했고 수많은 인원들이 연구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과학 실험실 같은 분위기였다.

연구실에 들어섰더니 내부에 첨단 장비가 즐비했다. 언론 기사에서 사진으로만 봤던 최신형 라만 분광기 실물이 있었다. 라만 분광기는 전자기 복사선의 라만 산란(Raman Scattering)을 이용하는 분광법으로 의뢰한 보석의 종류와 명칭을 정하는 기기다. 보석의 물리-화학적 변화를 관찰하면서 보석종을 구별하고, 미세 내포물 분석을 통해 유색 보석의 가열 처리 여부 및 진주의 염색 여부를 감별하는 작업 등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감정실과 연구실의 위치였다. 흔히 사무실에서 좋은 자리로 여겨지는, 밝고 환기 잘되는 창가 가장자리는 감정실이 아닌, 직원 휴게실이 길게 자리잡고 있었다. 감정실은 사무실 중간 부분에 있었는데, 차분한 분위기에 조명이 낮은 편이었다. 그리고 모든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몸값이 어마어마한 작은 크기의 보석이 창 밖으로 튕겨 나가 분실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목이 좋은 창가 자리를 휴게실로 내준 이유였다.)

연구원에 있는 최신형 라만 분광기 /우신보석감정원
연구원에 있는 최신형 라만 분광기 /우신보석감정원

—‘우신 다이아’라고 불리는 다이아몬드는 가격이 더 비쌉니다.

“보석 감정은 사람의 눈으로 결정합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외 감정원에서도 오차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며 시장에서도 경우에 따라, 한 등급의 차이는 인정하는 범위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는 사람에 따라 클래리티(Clarity, 투명도) 등급 중, 동일한 스톤을 VS1, VS2로 달리 판정할 수 있습니다. 우신보석감정원은 국제 기준에 부합한 기준을 유지하며 감정사들의 감정에 편차가 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다이아몬드 컬러 등급을 감정하는 모습 /우신보석감정원
다이아몬드 컬러 등급을 감정하는 모습 /우신보석감정원

—동일한 다이아몬드를 우신보석감정원과 타 보석감정원에서 감정했을 때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인가요?

“네,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감정원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다만 감정은 숙련된 감정사의 눈으로 내리는 최종 판정입니다. 특성상 수치화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판정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 우신보석감정원은 최소 2명 이상이 복수 감정을 합니다. 2인이 봐서 의견이 맞지 않으면 감정사 전원이 돌려보고 결정합니다.

‘눈을 맞춘다’고 표현하는데, 감정사들의 감정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 매년 말 테스트를 실시하고 교육을 합니다. 개인 성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테스트로 확인하고 문제가 생기면 회의도 합니다.”

다이아몬드 뷰, 천연 및 CVD, HPHT 합성 다이아몬드의 형광 패턴을 확인하는 장비. /우신보석감정원
다이아몬드 뷰, 천연 및 CVD, HPHT 합성 다이아몬드의 형광 패턴을 확인하는 장비. /우신보석감정원

—보석감정사의 어려운 점은?

“사실, 팥알보다 작은 크기의 보석을 현미경으로 10배율~30배율로 확대해서 보기 때문에 강한 조명을 자주 접해 눈 피로도가 아주 심합니다. 인공 눈물은 필수품이고 눈의 휴식이 중요합니다. 전원이 안구 건조증에 시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람을 느낄 때는?

"스피넬이라고 맡긴 유색 보석이 감별 결과, 사파이어였던 적이 있었어요. 사파이어가 스피넬보다 가치가 더 높이 평가되는 보석인데 의뢰인이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덩달아 저도 기쁘고 보람 있었구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이아몬드 외에 유색 보석, 진주 등에 대한 감별 의뢰도 많이 들어오나요?

“다이아몬드에 비해서는 적지만, 예전보다 늘고 있습니다. 아직은 유색 보석을 구입할 때 다이아몬드처럼 감별서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아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감정원에서도 소비자와 만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런 부분을 알리고 있습니다.”

(우신보석감정원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2011년부터 2019년(코로나 이전)까지 매년 9월에 개최되는 홍콩보석전시회에 참여해 GIA같은 세계적인 권위의 감정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홍콩보석협회 학술지에는 8년 연속 논문을 게재하며 활발한 연구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에게 보석을 알리는 다양한 문화 활동도 펼친다. 종로점이 있는 우신빌딩 지하에 위치한 ‘아트 스페이스 W‘ 갤러리는 보석ᆞ주얼리를 활용한 예술, 공예 작품을 선별하여 전시하는 공간이다. 네일 아트에 장식하는 천연 보석을 선보이는가 하면,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나 백화점의 소규모 고객을 대상으로 한 보석 클래스도 개최한다. 2014년부터는 자체 학술지인 ‘우신 매거진’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아트 스페이스 W‘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들 /우신보석감정원
‘아트 스페이스 W‘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들 /우신보석감정원

—우신보석감정원의 향후 목표와 비전은?

“끊임없는 감별 기술의 연구와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정을 통해 소비자의 재산적 가치를 보호하고, 주얼리 시장의 활성화에 노력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꾸준한 학술 활동, 전시회 참가 등을 통한 해외 교류 활동으로 세계에 우리나라의 감정ㆍ감별 기술 및 주얼리 산업을 알리겠습니다.”

—우신보석감정원이 고수해 온 원칙이 있나요?

“공정, 정직, 정확 이 세가지입니다. 삼정(三正) 원칙 아래, 모든 감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설립자인 고 오희남 초대 원장의 유지이자 지금까지 고수하는 원칙입니다. ‘공정, 정직, 정확’ 이 삼정 원칙은 지난 43년간 감정원에 들어왔던 모든 스톤(Stone/Gemstone, 보석)에 적용되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