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권의 세상을 읽는 안목] 
제사 인식 바뀌지만 정성 담긴 기도는 효험 커 

추석은 음력 8월 15일이다. 설·단오·정월대보름과 함께 우리나라 4대 명절에 속한다. 수확한 햇곡식과 햇과일로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산소에 성묘를 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처럼 부모에게 효를 다하면 하늘이 그 정성에 답하기도 하고, 조상에게 예를 갖추고 성심으로 제를 올리면 조상들이 후손들을 도와준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돌아가신 부친이 꿈에 나타나 배고프다며 제사 좀 지내달라는 하소연을 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오랫동안 안 지내던 제사를 지내고 나면 배불리 잘 먹었다고 좋아하는 꿈도 꾼다. 이런 비슷한 사례가 종종 있다. 그러나 현대에는 제사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조상에게 제(祭)를 올리거나 기도를 드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늘고, 차례가 간소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과연 조상에게 제를 올리거나 기도를 하는 행위가 얼마나 의미가 있는 것인지 짚어보자. 필자는 명상과 조상을 위한 기도를 수차례 실천한 후 감응(感應)을 일으켜 신기한 경험을 체험한 사례가 많다. 이런 경험과 사례를 공유하며 추석이라는 명절을 재고하고자 한다. 

추석에는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한다. 차례는 기도의 범주에 속한다. 차례, 기도가 감응을 일으켜 신기한 현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연합뉴스
추석에는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한다. 차례는 기도의 범주에 속한다. 차례, 기도가 감응을 일으켜 신기한 현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연합뉴스

차례나 제사를 지내다 보면 잠깐이라도 돌아가신 조상을 위해 뭔가를 기원하게 된다. 흔히 돌아가신 영혼의 평안을 바란다. 잠깐이라도 기원했다면 그건 기도가 된다. 길게 하는 것만 기도가 아니다. 고수는 순간의 념(念)을 통해 기원을 전달하고 그 뜻을 이룬다. 차례나 제사도 기도와 비슷한 작용을 일으키는 이유다. 간단한 의식이지만 기도처럼 감응을 일으켜 신기한 일을 겪기도 한다. 

필자의 노모는 약 20년간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체머리' 질환을 지닌 채 살았다. 평상시는 물론 말할 때나 밥 먹을 때나 가리지 않고 항상 머리가 좌우로 흔들린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흔들리니 큰 불편은 없더라도 보기에 안 좋다. 필자가 예전에 조상들을 위한 밤샘기도를 할 때 살아있는 모친을 위해서도 마지막 날 잠깐 마음을 쓴 적이 있다. 그러자 7일 기도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날부터 모친의 체머리 증상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내년이 90세인데 아직까지도 머리는 흔들지 않고 있으며 정정하다. 

일화를 하나 더 소개한다. 필자의 아버지는 오래 전에 돌아가셨다. 그런데 돌아가신 뒤부터 모친 꿈에 자주 나타났다. 좋은 모습으로 나오면 걱정하지 않았을 텐데 항상 불편하거나 초라한 모습이었다. 묘지 터가 흉지도 아니고 수맥도 흐르지도 않으니 묘지 때문은 아니다. 그렇게 십년 넘는 세월동안 꿈에 자주 나타나니 어느 날인가는 모친이 부엌에서 식칼을 가져와 베개 뒤에 놓고 자기도 했다. 누군가가 민간요법이라고 알려준 처방이었으나 꿈에 나타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체념하고 지냈다. 

그 즈음에 필자가 조상들을 위한 기도를 집중적으로 한 적이 있다. 그때부터 희한하고 불가사의한 일을 여러 번 체험했다. 기도를 시작한 지 3일 후쯤, 기도를 마치고 새벽에 집에 들어가니 벌써 모친은 간밤에 이상한 꿈을 꿨다며 일어나 있었다. "오랜만에 네 아버지가 꿈에 나타났다"고 말했다. "꿈에 나왔는데 창살이 쳐진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더라. 행색이 남루했고, 고생하고 있는 모양"이라며 걱정했다. 

그로부터 기도를 계속한 지 3일이 지난 시점에 다시 꿈에 부친이 나타났는데 "이제 며칠 있으면 나 여기서 나가네" 하더니 손가락으로 입을 막으며 "쉿! 조용히 해. 누구한테 말하면 안 돼" 그러더란다. 그리고 13일 마지막 기도 전날에 부친이 다시 나타났는데 "깨끗하고 예쁜 새 옷 한 벌을 입고는 편안한 얼굴로 밝게 웃으며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리고선 하는 말이 "나 이제 아주 멀리 가. 아주 좋은 곳으로 가네. 다시는 볼 수 없으니 잘 있어"라며 손을 흔들면서 초록 숲이 우거지고 밝은 햇빛이 비추는 곳으로 걸어갔다는 것이다. 그 뒤로는 단 한 번도 아버지가 꿈에 나타난 적이 없다고 한다. 벌써 15년 정도 지났다.

필자뿐만 아니라 타인의 일화도 있다. 전직 장관과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 분은 필자에게 본인 경험담을 말했는데 요약하면 이렇다. 예전에 집안의 조상 묘들을 한 곳으로 이장을 했다. 며칠 후 시집 간 딸에게 전화가 왔다. 딸 꿈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타났는데 표정이 어두웠고 새로 이사 간 곳이 싫다는 표현을 했다. 꿈이 희한하고 너무 선명해 아버지에게 전화했다는 것이다. 본인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왜냐하면 시집간 딸에게는 알릴 필요도 없어 어른들끼리 조용히 이장했기 때문이다. 

 

'귀신은 공짜 밥을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돌아가신 조상 일부가 귀신이 돼 오랜만에 돌아오는 때가 추석이고 장소는 차례상 위다. /연합뉴스
'귀신은 공짜 밥을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돌아가신 조상 일부가 귀신이 돼 오랜만에 돌아오는 때가 추석이고 장소는 차례상 위다. /연합뉴스

기도, 제사, 차례 등은 정성을 담을수록 효험이 크다. 그래서 마음이 중요하다. 신분과 빈부를 따지지 않는다. 기도하면 공평하게 작용한다. 다만 꿈에서라도 현몽을 해주면 효험을 간접적으로나마 짐작할 수 있으나 현몽이라도 받지 못하면 확인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런 점이 조상을 위한 차례, 제사, 기도에 대한 회의와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귀신은 공짜 밥을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귀신은 대접을 받으면 반드시 보답한다는 의미다. 돌아가신 조상 일부가 귀신이 돼 오랜만에 돌아오는 때가 추석이고 장소는 차례상 위다. 제사는 헛된 일이 아니다. 다만 죽은 영혼과 현실의 인간 사이에는 벽이 있기에 쉽게 느끼거나 교류할 수 없다.

정성을 다해 조상을 위한 차례를 지내면 조상이 감응을 해준다고 한다. 그런데 보다 큰 소원을 발원하거나 기도를 하고자 할 때는 우선 조상이나 하늘과 주파수를 맞추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주파수가 맞지 않는 기도는 하늘에서 듣지 못한다. 

하늘과의 감응은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 아무리 크게 소리쳐도 주파수가 맞지 않으면 하늘에서는 백색소음만 들릴 뿐이다. 그럼 인간의 간절한 마음이나 기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주파수를 맞추고, 비밀의 문을 여는 열쇠를 얻으면 누구나 언제든지 자신이 쏟은 정성을 보답 받을 수 있다. 차례나 기도가 헛되지 않다는 것을 확실하게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

어렸을 때부터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명상과 기(氣) 수련에 매진했다. 대구한의대학교 풍수지리학 석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 박사를 취득했고, 교육학 박사를 수료했다. 중앙일보에 2년간 《백재권의 관상·풍수》를 연재했고,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백재권의 관상과 지혜》를 92회 연재했다. 2018년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신문사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요청으로 김정은의 관상에 대해 인터뷰했다. KBS, SBS, 채널A, MBN, 동아일보, 한국일보, 연합뉴스 등 다수 언론과 신문에 관상·풍수 전문가로서 출연 및 기고했다. 저서로는 『동물관상으로 사람의 운명을 본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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