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권의 세상을 읽는 안목]
'해외용 관상' 이병헌
'외유내강 관상' 정유미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 이병헌과 정유미가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연합뉴스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 이병헌과 정유미가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이병헌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여우주연상은 <잠>의 정유미가 받았다. 주연상을 받을 만한 배우가 수상했다. 이병헌과 정유미의 관상(觀相)과 재능을 살펴본다.

이병헌의 눈빛 연기는 세계 최고다. 흡입력이 대단하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의 눈빛 연기는 세계 최고다. 흡입력이 대단하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은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대스타다. 이병헌의 눈빛 연기는 세계 최고다. 흡인력도 대단하다. 관객들을 순식간에 영화 속으로 빨아들인다. 관객의 몰입도가 유별나게 높은 이병헌의 연기는 신들린 듯하다. 평범한 영화라도 이병헌의 연기가 가미되면 화룡점정으로 승화돼 흥행작을 탄생시킨다. 작품성과 완성도를 높여주는 대표적인 배우가 바로 이병헌이다.

연기는 '끼'가 절대적이다. 이 끼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타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큰 배우일수록 천재성의 비중이 더 크다. 이병헌의 관상에는 꾸준히 노력한 흔적도 보이지만 타고난 재능도 매우 강하다. 노력과 재능이 합쳐지니 연기가 더욱 자연스러워 실제 상황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관객들은 이병헌의 연기에 취해 현실을 잠깐이나마 잊게 된다. '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연기력이다.

이병헌은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해외용' 관상을 지니고 있다. 이미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은 배우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연기는 표정, 몸짓, 대사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매우 중요하다. 목소리나 발음도 작품성을 높이는 요소다. 아무리 연기력이 좋아도 발음이나 목소리가 나빠 빛을 잃거나 외면받는 배우가 흔하다.

그러나 이병헌은 다르다. 이병헌은 성상(聲相), 즉 목소리도 압도적이다. 발음의 톤과 고저를 배역에 맞게 구사하는 재능도 탁월하다. 특히 영어를 구사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발음도 원어민처럼 자연스럽다. 대사 전달력까지 뛰어나다. 한국 배우 중에서는 성상 좋은 사람이 매우 귀하다. 그래서 이병헌의 성상이 더욱 돋보인다. 연기도 잘하고 성상도 좋으니 말 그대로 용이 여의주를 얻은 격이다.

이병헌의 관상을 보면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가벼운 배역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관상을 지녔다는 것이다. 특히 예능, 코미디 역은 절대 하면 안 된다. 이런 장르에 출연한다면 자기 커리어만 손상시킨다. 아무리 친분 있는 인사가 출연을 부탁해도 거절해야 한다. 자신은 물론 관객들을 위한 선택이다. 개그, 예능 캐릭터는 이병헌 자신에게 전혀 맞지 않는 옷이다. 성상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개그를 남발하면 부조화로 인해 뜬금없는 배우로 변질된다.

이병헌은 무게 있는 역이 가장 어울리는 관상이다. 사기꾼 배역이라도 진지한 사기꾼이 돼야 한다. 또한 대사에 말이 많으면 손해다. 이러쿵저러쿵 재밌게 중얼거릴수록 배우의 가치는 하락하고 인기도 추락한다. 대신 짧고 굵은 연기에 집중할수록 작품성은 높아지고 흥행한다.

어울리는 배역은 스파이, 악역, 범죄자, 정의의 사도, 영웅, 진지한 멜로 등이다. 악역이라도 형사나 검사와 수 싸움하는 지능범이 어울린다. 탁월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가 배역과 성상까지 좋으면 세계적인 톱스타가 된다.

정유미는 맛깔스러운 연기를 펼치는 배우다. /영화 '잠'
정유미는 맛깔스러운 연기를 펼치는 배우다. /영화 '잠'

정유미는 맛깔스러운 연기를 펼치는 배우다. 평범한 배역이라도 정유미가 연기하면 맛이 난다. 배역에 대한 몰입도가 대단하다. 관상도 야무지고 똑똑하다. 어렸을 때부터 '똑순이' 소리를 들었을 관상이다. 운이 좋은 관상을 지닌 점도 장점이다. 자기가 노력한 만큼은 당연하고 그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운이 안 좋은 관상을 지니면 아무리 연기력이 좋아도 빛을 보지 못하거나 저평가되기 일쑤다. 정유미는 운까지 좋기 때문에 땀 흘린 만큼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처음 시작은 더디더라도 한 번 상승 기류를 타면 자유자재로 활공하며 연기 세계를 누빌 인물이다.

정유미는 화면에 비치는 겉모습과는 달리 속으로는 수줍음이 많다. 낯설고 주저하는 것 같아도 막상 연기를 시작하면 낯가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딴사람이 돼 버린다. '안 돼요! 못해요!' 하면서도 막상 시키면 갑자기 돌변해 실감 나는 연기를 펼친다. 하나로 열을 풀어먹는 재주도 있고 다재다능한 관상을 지녔다.

정유미는 진지한 인물이다. 일부분은 배우 심은하와 같은 면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인생 전반적으로 개념 있고 똑 부러지게 살아갈 관상이다. 내면은 더욱 단단한 여자다. 뚝심도 있고 집념도 있다. 외유내강형으로 심지가 굳은 관상이다. 그래서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방향성이 뚜렷하다.

정유미는 뻔한 연기자가 아니다. 연기와 인기라는 단어와 인연이 깊다. 정유미는 차가운 겨울에 따뜻한 빛을 발산해 주는 관상이다. 관객들은 정유미의 연기를 보며 잠시나마 싸늘하게 얼어붙은 애환을 잊는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재충전시켜 주는 인물이다. 정유미는 돈과 명예가 따르는 관상이다. 세월이 지날수록, 중년을 넘어설수록 정유미의 입지는 더 확고해질 것이다.

정유미는 다양한 배역을 소화할 수 있다. 그렇기에 굳이 삼가거나 지양할 배역이 없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컬러가 다양하고 발산하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기 때문이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품을 빛낼 관상이다. 이런 관상을 지니면 어떤 배역을 맡아도 잘 어울린다. 모든 배역을 탁월한 재능으로 녹여낼 드문 연기파 배우가 바로 정유미다.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

어렸을 때부터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명상과 기(氣) 수련에 매진했다. 대구한의대학교 풍수지리학 석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 박사를 취득했고, 교육학 박사를 수료했다. 중앙일보에 2년간 《백재권의 관상·풍수》를 연재했고,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백재권의 관상과 지혜》를 92회 연재했다. 2018년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신문사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요청으로 김정은의 관상에 대해 인터뷰했다. KBS, SBS, 채널A, MBN, 동아일보, 한국일보, 연합뉴스 등 다수 언론과 신문에 관상·풍수 전문가로서 출연 및 기고했다. 저서로는 <동물관상으로 사람의 운명을 본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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