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높은 별점 위해 신호 위반부터 과속까지
카카오모빌리티, 블랙컨슈머 대응책에 한계 적잖아

택시업계 점유율 94%.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택시는 승객과 기사를 연결해주는 국내 최대 택시호출 플랫폼이다. 카카오택시를 둘러싸고 승객과 기사 사이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잦다. 카카오가 정해놓은 서비스 규칙 때문인데, 정작 카카오는 갈등에서 벗어나 나몰라라로 일관한다. 모빌리티 업계를 빠르게 잠식하는 카카오모빌리티 민낯을 하나씩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①호출 1분만에 취소 '2000원 내세요'···'오늘도 뜯겼구나'
②'고작 거길 가라고? 콜 안잡아요~' 카카오는 왜 '승객 목적지 표시' 고집하나?
③별점 테러에 생계 ‘흔들’… 별점만든 카카오 ‘나몰라라’
④3000억 상생기금 조성 약속··· 급한 불 끄고 '묵묵무답'

전국 택시 기사 10명 중 9명 이상이 카카오 택시 호출 서비스에 가입하며 시장이 사실상 독점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전국 택시 기사 10명 중 9명 이상이 카카오 택시 호출 서비스에 가입하며 시장이 사실상 독점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예상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는데 내비게이션을 따라가지 않았다고 카카오 측에 신고하더라고요."

서울 중랑구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모 씨(42)는 최근 한 고객에게 '별점 테러'를 당했다. 별점 테러는 카카오 택시를 이용한 고객이 택시기사에 대한 평가를 '악의적'으로 남겨 평균점수를 떨어뜨리는 것을 의미한다.

카카오는 택시기사 평균 별점을 배차에 활용한다. 승객과 비슷한 거리에 여러 대 택시가 있으면 평균 별점이 높은 택시에 배차가 이뤄진다. 기사 실수가 신고의 원인이 되지만, 종종 승객이 기사와 감정적인 실랑이를 벌인 뒤 별점으로 앙갚음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씨는 “신고가 누적되면 택시기사의 카카오 콜 이용이 정지된다”며 “택시기사들은 하루 수입의 90%를 콜에 의지하는데, 한 기사는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컴플레인으로 카카오 콜 계정이 정지를 당했고 결국 택시업을 관둘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만난 또 다른 택시기사 김모 씨(58)는 승객에게 신호 위반이나 과속 같은 무리한 요구를 종종 받는다.

김씨는 “강남역같이 붐비는 곳에서 가끔 위반까지 하며 목적지로 빨리 가달라는 손님이 있는데, 무리한 요구를 정중히 사양하면 별점 테러를 당한다”며 "평균 별점이 깎이면 콜이 들어오는 수가 현저히 줄어든다"고 전했다.

카카오택시 운영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중개 서비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 측이 마련한 택시기사에 대해 무차별 별점 테러를 하는 블랙컨슈머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카카오T 택시기사 대상 유료 멤버십인 ‘프로 멤버십’에 따르면 평점 4.0 미만의 기사는 멤버십 가입이 불가능하다. 프로멤버십은 택시기사가 월 3만9000원을 카카오모빌리티에 지불하면 받을 수 있다.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은 기사보다 좋은 배차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팩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배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블랙컨슈머의 별점 테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별점은 평균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한두 번의 별점테러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어서 “챗봇을 활용한 신고철회접수 제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블랙컨슈머의 특성상 허위신고일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신고철회접수를 해도 승객과 기사의 입장이 상반될 경우 카카오모빌리티 측에서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한 신고철회를 접수해도 컴플레인을 일일이 확인하다 보니, 신고가 철회되기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된다. 택시기사들은 신고철회 접수가 완료되기 전까지 평점이 깎인 채로 택시를 운영해야 한다.

한편 별점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배달대행업체는 블랙컨슈머에 대한 대안책 마련이 확산되고 있다. 쿠팡이츠는 점주가 직접 댓글을 달아 해명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고 악성 리뷰 노출 차단을 위한 신고 절차를 간소화했다. 위메프오도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악의적 목적으로 판단되면 해당 소비자는 위메프오를 이용할 수 없는 ‘안심 장사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팩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기사들은 일방적으로 평가를 당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모범택시를 탑승하고 요금이 비싸다며 별점 테러를 하거나 만취 승객이 구토를 해서 보상금을 요구하자 악의적인 평가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며 고충을 전했다.

이어 그는 "상호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며 "우버는 기사와 고객이 서로 평가를 하며, 승객의 평가가 나빠지면 (별점이) 배제된다"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미국의 우버 같은 경우는 승객과 기사의 상호평가를 통해 택시기사도 승객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적극적으로 택시기사를 보호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소비자에 대한 규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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